플레이밍 립스는 여러모로 저에게 각별한 밴드입니다. 이제 갓 음악을 듣는 맛을 알기 시작하던 저에게 미국 인디 록의 매력을 가르쳐 준 두 밴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두 밴드 중 하나였던 요 라 텡고 앨범 해설지에서 플레이밍 립스가 언급되면서 궁금증으로 찾다가 'Do You Realize??'로 듣고 그만 덩크... 지금도 꾸준히 지지하고 신보를 기대하게 하는 밴드입니다. 하지만 [The Soft Bulltin]은 그동안 없었는데 이번에 사게 됬습니다.
이 앨범 발표할때는 워너로 이적한지 근 7년째였는데 <She Don't Use Jelly>와 배트맨 포에버 사운드트랙으로 마이너 히트를 기록하고 문제의 자이레카!로 모두를 당혹시키던 시절이였습니다. 앨범 판매량은 미미했고요. 메이저에서 계속 데리고 있기엔 여러모로 뭔가 미적지근한 성적이였죠. 그렇게 얼터너티브 파고로 메이저로 넘어왔던 인디 밴드들이 하나둘 슬슬 퇴출되던 시기가 다가오고 이들도 까닥하면 퇴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과 요시미로 그들은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프트 불레틴 자체는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이후 이어진 요시미 앨범은 골드를 따내게 됬죠.
10년이 지난 지금 들어보면 소프트 불레틴은 여러모로 플레이밍 립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앨범입니다. 이 앨범엔 키치적인 유희와 인생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필 스펙터와 비치 보이스 같은 풍성한 소리로 만든 달콤한 아이돌/버블검 팝스, (펑크 록을 비롯해 인디에서 치열하게 시도되었던) 로파이한 에너지와 질감을 카랑카랑하면서도 일그러진 SFX를 통해 세련되게 재해석해낸 데이브 프리드만의 프로듀싱, 러브나 시드 바렛 같이 60년대 융성했던 목가적인 사이키델릭과 거기에 활용되었던 오케스트라 속에 순도높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시도들은 립스의 이전 앨범부터 꾸준히 시도되어 온 것이라고 하지만, 이 시도가 온전하면서도 좀 더 대중적으로 완성된 건 이 앨범부터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후 이런 '과거 지향적이며 싸고 풍성한 소리를 이용한 사이키델릭 팝스'은 여러 밴드들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으니 시대를 예견한 것도 사실이겠죠.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립스 앨범은 요시미이지만, 그들은 이 앨범 이후 좋은 앨범을 꾸준히 내놓았으며, 그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꼭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Race for the Prize>는 불법 mp3로 듣고 이번에 다시 듣는데 여전히 좋군요. 이 앨범은 정말 오래 살아남을께 분명합니다.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Byrds - Have You Seen Her Face (2) | 2011.01.22 |
---|---|
Erykah Badu - Me (0) | 2011.01.20 |
The Kinks - Two Sisters (0) | 2011.01.14 |
[PV] Orange Juice - Rip It Up (0) | 2011.01.11 |
[PV] Supercar - Sunday People (2) | 2011.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