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giantroot2010. 5. 29. 16:27


괴물들이 사는 나라
감독 스파이크 존즈 (2009 / 미국)
출연 맥스 레코드,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로렌 암브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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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 Within

스파이크 존즈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모리스 샌닥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40쪽의 단출한 이 원작 동화책은 맥스라는 말썽꾸러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느날 그는 어머니랑 다툰 뒤, 저녁을 굶고 방에 갖히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에서 환상적인 과정을 거쳐 괴물들이 있는 이상한 섬으로 간다. 거기서 괴물들의 왕이 된 그는, 그들과 함께 야수성을 거침없이 폭발시킨다. 하지만 그 야수성도 질린 그는 결국 괴물들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밥이 차려저 있었다. 모리스 샌닥은 이 동화책을 통해 우리 모두의 야수성과 성장에 대한 우화를 들려준다.

이 동화책은 장편 실사 영화으로 풀어내기엔 어려운 원작이였다. 우선 동화책이 들려주는 이야기 스케일은 장편에 풀어내기엔 너무나 짧다는 점이 있었다. 그 예로 이 영상화가 두 번째인데, 최초로 영상화 됬을 때 고작 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각색이 필요한데, 잘못 덧대었다간 실패할 것이 뻔했다. 동화가 제공하는 단출한 환상 역시 극장용으로 하기엔 스케일이 작았다.

스파이크 존즈는 이 어려운 과제를 성공해냈다. 비록 조금은 아슬아슬하고, 몇몇 장점들을 희생하는 댓가를 치뤘지만 그는 원작의 핵심을 잘 잡아내면서도 자신만의 비전을 담아냈다.

우선 영화와 원작의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캐릭터에게 분명한 개성이 부여됬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얼굴도 보이지 않았던 맥스의 어머니는 캐서린 키너라는 배우의 몸을 빌려 코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누나인 클레어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이들을 통해 맥스의 반항도 간결하지만 분명한 당위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괴물 쪽도 변화가 있는데, 원작에서는 그저 별 개성 없는 무리였던 괴물들 역시 각각의 이름을 부여받게 되었다.

스파이크 존즈가 이런 식으로 개성을 부여해 만든 드라마는 원작의 성장 구조를 따르면서도 복합적인 깊이를 부여했다. 영화는 맥스의 분노의 원인을 무척이나 오이디푸스적이며, 그 나이 어린아이들이라면 가질 법한 소유욕과 파괴욕, 그리고 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로잡혀있는 걸로 묘사한다. 누나의 친구들과 이혼한 어머니의 새 남친 사이에서 좌절감에 시달리던 그는 자신만의 환상 세계로 도피하여 괴물들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고 싶어한다.

하지만 맥스는 여러 사건을 통해 자신이 가졌던 모든 계획들과 감정들이 부질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한 뼘 성숙하게 된다. 이 점에서 원작과 영화는 큰 차이점을 보이는데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게 원작과 영화 모두 등장하는 마지막 괴물들의 한 대사의 뉘앙스다. 원작에서는 그저 맥스가 떠난다는 사실에서 단순한 분노의 의미였던 대사가, 영화에서는 이해와 교감을 나누는 의미로 변화했는데, 조금은 전형적이지만 핑 눈물이 돌게 만든다. 이 점에서 영화가 원작보다 성숙하고 사려깊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표현해내는 스파이크 존즈의 판타스틱한 연출력과 야심찬 영상미도 좋다. 그는 이 영화에서 화려함 대신 정감가는 환상을 추구하려고 했으며, 그 계산은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특히 괴물들의 묘사는 푹신푹신 귀엽지만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였던 원작의 괴물에 충실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카터 버웰과 뉴욕 출신 록 밴드 예예예스의 보컬 카렌 오가 만든 영적이면서도 천진난만한 음악 역시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물론 영화의 개작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누나인 클레어 캐릭터는 낭비된 듯한 느낌이며, 원작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흔적이 종종 사족같은 부분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 결론이 그렇다. 원작에선 저녁밥이 무척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그것을 언급하려다 보니 살짝 감흥이 늘어진다는 느낌이였다.) 영화 눈높이도 원작에 비해 조금 높다는 것도 약점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다 이해할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여전히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영화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야수성이라는 주제는 보편적이며, 영화는 이 점을 잘 건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