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TAL NOSIE GARAGE ROCK SAYONARA
일음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알게 된 밴드 중에서 NUMBER GIRL이라는 밴드가 있습니다. 일본 롤링 스톤즈에서 꼽은 일본 록 100선를 보다가 신문 기사를 패러디한 황당한 표지에 필이 딱 꽃혀서 서칭을 하다가 유명곡 '透明少女'를 듣고 뿅 가버렸습니다. 이런 미친듯이 갈겨대는 진짜배기 펑크 록 트랙이라니! 멋져부려! 그 전부터 팬이였던 아지캉보다도 위엄이 넘치는 음악 세계에 저는 이들의 팬이 됬습니다. 정작 이 앨범을 구한 것은 며칠 전 정모 이후 갔던 북오프에서였지만요.
여러분은 광란의 노이즈 펑크에 훅이 담겨있는 밴드라고 누군가 설명을 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픽시즈?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넘버 걸을 소개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무카이 쇼토쿠라는 한 전파계 여고생 오타쿠가 후쿠오카에서 지방 축제를 위해 결성한 이 밴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활동하고 단명해버렸지만, 일본 록 계에 굉장히 굵직한 흔적을 남긴 밴드로 남게 되었습니다. 세번째 앨범 [SAPPUKEI]은 그 지저분하지만 큼지막한 흔적 중 하나입니다.
'살풍경'이라는 앨범 제목에 충실한, 대충 그린것 같지만 심란한 앨범 커버을 넘어가 CD를 걸면 첫 트랙 'BRUTAL NUMBER GIRL'이 나옵니다. 블랙 사바스의 리프를 빌려온듯한 기타 리프가 사정없이 청자를 후려쳐대고 엄청난 박력과 그루브를 선사하는 이나자와의 드럼과 냉소적이면서도 광적인 무카이의 보컬이 어지럽게 뒤섞입니다. 앨범의 나머지 부분도 청자를 아슬아슬하게 몰아넣는 훅이 넘치는 개러지/펑크 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넘버 걸의 실력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히 훌륭한 개러지 록 앨범이 될 수 있겠지만 플레이밍 립스, MGMT, 델가도스 프로듀서로 유명한 데이브 프리드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들의 실력에 독특한 개성을 입힙니다. 그는 넘버 걸이 가지고 있던 광폭한 기타 리프를 그만의 방식으로 채색하고 있는데 'SAPPUKEI'나 'URBAN GUITAR SAYONARA', 'TATTOOあり'의 사이키델릭한 고주파 소리들이나 'U-REI', 'ABSTRACT TRUTH'의 분절된 소리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그의 프로듀싱 방식은 굉장히 독특한 맛을 선사하는데, 특히 'URBAN GUITAR SAYONARA'의 잊혀지지 않는 쌈빡한 도입부와 아슬아슬하게 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감각에선 귀기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SAPPUKEI]는 펑크 록을 살짝 뒤튼 뒤 일본 록의 전통과 얼터너티브/개러지 록, 사이키델릭을 뒤섞어 만들어낸 신경질적인 걸작입니다. 광폭한 에너지과 훅, 기묘한 소리 실험으로 청자를 인도하는 이 앨범은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는 9mm Parabellum Bullet이나 ASIAN KUNG-FU GENERATION 같은 밴드들이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국적을 뛰어넘어 묘미를 느낄 법한 미적 센스와 파워가 넘치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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