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Gorillaz - [Plastic Beach] (2010)

giantroot2010. 4. 18. 23:40

플라스틱 "멜랑콜리" 비치에 어서오세요

큰뿌리: 어서오세요. 폴라곰님.
폴라곰: 앗 오래간만입니다. 큰뿌리 씨 ^^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으신가요?
큰: 네. 시간표 때문에 전쟁을 벌였지만 뭐 널널하게 짜여져서 좋습니다.
곰: 정말이에요? 부럽당... 뭐 전 이번 학기에 복학하지 않고 알바나 뛸 생각여서 상관 없지만요.
큰: 아무튼 저번 약속대로 이번엔 AMG가 아닌 작품을 리뷰하려고 합니다.
곰: 오 그거 좋군요. ...그런데 이번에도 힙합 음반이네요?
큰: 고릴라즈가 힙합이라고 해야 하나요?
곰: 뭐 짬뽕 계열이긴 하지만, 원 베이스는 힙합 아니에요? 벡이나 매시브 어택, 포티쉐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올뮤직에 적혀 있는데다 비트 메이킹이나 래핑처럼 힙합스러운 부분이 있고.
곰: 아 뭐 거기엔 저도 동의합니다. 아무튼 이번엔 되도록 짧게 가보죠. 이웃 블로거인 칼리토님이 길다고 불만을 표하셨거든요.

큰: 우선 전작들 이야기를 해봐야 될거 같군요.
곰: 아 그러고 보니 큰뿌리 씨, 사실 블러 광빠 아니였나요?
큰: 허허허. 네 사실입니다. 알반하고 콕슨 둘 다 좋아해요,
곰: 그런데 고릴라즈 앨범은 최근에서야 들었다면서요. 게다가 파크라이프ㄷ..
큰: ...폴라곰님, 폴라프리스 목도리에 목졸려 죽고 싶으신가요?
곰: (힉) 아무튼 고릴라즈 1집은 개인적으로 완성미보다는 가능성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앨범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아이디어 박스 혹은 일회적 시도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큰: 데이먼 알반의 감각은 이때도 최고였다고 봅니다. 'Clint Eastwood'나 '19-2000' 들어보세요. 이런 살인적인 튠을 독특하게 써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 그래도 2집에서 본격적으로 알반의 비전이 제시되었다는 의견엔 동의합니다.
곰: 알반도 제 실력 발휘했지만 역시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의 공이 크죠. 찌끌찌끌한 비트와 리듬, 맛난 (베이스) 리듬, 살인적인 튠이 재치있지만 안정적인 프로듀싱 안에 담겨 있었으니깐요. 그 중에서 'Feel Good Inc.'는 아주 제대로 터졌죠.
큰: 그리고 콩 스튜디오도.
곰: 그건 제이미 휴레트 씨가 열심히 머리 돌리고 있을 일이고 2집은 웰메이드라는 말이 어울리는 훌륭한 앨범이였죠. 하기엔 조그 3집 이야기로 들어가보죠. 횟수로 따지면 5년만인데요.

큰: 기본적인 골격은 2집하고 비슷합니다. 인트로로 시작했던 2집처럼 오케스트라 인트로라는 트랙이 있고, 5-6번대에 첫 싱글 커트될 곡이 있고 그렇습니다. 비트나 소리의 질감도 2집의 연장선상에 있고요. 다만 제작방식이 밴드 형식보다 힙합/일렉트로닉스러워졌습니다. 거의 그라임 곡인 'Rhinestone Eyes'나 'Sweepstakes'가 그렇죠.
곰: 실제로도 이번엔 머독/알반이 혼자서 프로듀싱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첫 싱글 'Stylo'는 어떤가요?
큰: 적당히 나른하고 적당히 그루브하다는 점에서는 기존 싱글들하고 같습니다. 다만 감수성이 많이 변했죠. 무심하게 불러제끼는 2D와 모스 데프와 대비되는 바비 워맥의 강렬한 울부짖음이 눈부신 햇살같은 뿌연 신시사이저를 만나 이전과 다른 감수성을 만들어냅니다.
...네 그렇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Plastic Beach]의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니라 '감수성'입니다. [Plastic Beach]는 고릴라즈 커리어 통틀어 가장 멜랑콜리한 앨범입니다. 전작의 'El Mañana'나 'Don't Get Lost In Heaven'의 감수성이 앨범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곰: 이전에도 멜랑콜리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요?
큰: 물론 일정부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리 많은 비중은 아니였죠. 지금까지 고릴라즈는 유머와 재치로 자신의 감수성을 표현해내던 밴드였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고릴라즈는 (유쾌한 'Superfast Jellyfish' 정도 제외하면) 유머의 비중을 줄이고,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Plastic Beach]는 한 달 전에 나왔던 핫 칩의 새 앨범 [One Life Stand]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곰: 전 이런 변화가 다소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서 느낀건데 전반적으로 분명한 꼭짓점이 없다는 평이 나올 법한데요?
큰: 그럴수도 있습니다. 이번 앨범엔 'Feel Good Inc.'나 'Clint Eastwood' 같은 확 땡기는 킬러급 싱글은 없어요. 하지만 알반의 송라이팅은 여전히 특상급이고 2집에서 얻은 안정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앨범의 흐름도 물 흐르듯 유연합니다. 앨범의 심장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tylo'에서 'Broken'까지 이어지는 곡을 들어보세요. 인상적입니다. 특히 'On Melancholy Hill'와 'Empire Ant'은 알반 경력에서 기억할만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영민합니다.
곰: 그 두 곡을 들으면 왠지 봄이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죠. 으으. 정작 3월엔 눈 내렸는데. 아무튼 좋은 곡들입니다.
큰: 게스트 진을 이야기해보죠.

곰: 역시 거대 프로젝트 답게 매시브 어택 신보보다 게스트 진이 화려하더라고요. 활용도 잘 했어요. 특히 'Superfast Jellyfish'의 슈퍼 퍼리 애니멀즈의 거프 라이더스가 참여했는데 곡하고 뮤지션 이미지가 딱 들어맞더라고요. 'Feel Good Inc.'에 이어서 같이 참여한 드 라 소울도 좋습니다.
큰: 더 폴의 마크 E. 스미스 (처음에 스튜어트이라 적었습니다. 지못미...)는 잘 활용했지만 노래가 아니라 스포킹 워드에 가까웠고, 모스 데프와 바비 워맥은 이미 말했죠. 클래시의 믹 존스와 폴 시모논, 다소 무명인 리틀 드래곤 분들도 괜찮았습니다. 힙노틱 브라스 앙상블Hypnotic Brass Ensemble과 레바논 국립 아랍 음악 오케스트라도 자기 할 일을 다 하더라고요.
큰: 그래도 가장 뽕을 잘 뽑은 게스트는 'Some Kind of Nature'의 루 리드 아닐까요?
곰: ㅋㅋㅋ 사실 그 곡 처음 듣고 '으헉?' 했습니다. 여담인데 호러스The Horrors도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알반이 2집 듣고 초청했다고 합니다.
큰: 오, 제 이웃분이 좋아하실 소식이군요.
곰: 정작 앨범엔 등장하지는 않았지만요. 아마 등장했다면 굉장히 이색적인 앨범이 됬을듯 싶습니다. 다음 앨범이 무지 다크해지는 길을 선택한다면 한번 기대해볼만 하겠습니다.

큰: 아무튼 전 이번 앨범을 굉장히 좋게 들었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굉장히 마음에 와닿는 앨범이에요. 앞으로 데이먼 알반이라는 이름이라면 주저없이 구입할 것 같습니다.
곰: 음... 저도 아까 살짝 태클을 걸긴 했지만, 인정합니다. 전작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앨범의 완성도는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알반은 정말로 자기 음악을 해도 어느 누구도 태클 걸지 않을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큰: 개인적으로는 다음 앨범에서는 핫 칩의 알렉시스 테일러를 초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 전 호러스요. 그리고 노엘 갤러거나 그레이엄 콕슨, 저스틴 프리쉬만 이 셋 중 하나라도 나오면 좀 재미있을듯.
(이 때 벨소리가 들린다. 큰뿌리가 나갔다 온다.)
곰: 뭔가요?
큰: 이건... 초청장이군요. "당신(들)을 플라스틱 비치로 초청합니다. 이걸 들고 김포 공항 출국 게이트 5번으로 오세요."
곰: JESUS! 머독이?
큰: 빨리 짐을 싸자고요!
곰: 블로그 방문객 여러분, 다음 기회에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