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터너의 [실리아]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인물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죽음 이후를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을 다루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데 [실리아]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받아들임은 ‘괴물’이다. 실리아는 자던 도중 괴물 손이 창문을 침범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비명 소리에 달려온 엄마랑 함께 실리아는 ‘괴물’이 다시 나타나는 걸 보게 된다. 요컨데 [실리아]는 죽음 이후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매달리는 여자 아이에 대한 영화다. 그렇다면 실리아는 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리아]는 포크 호러로 분류되는 영화지만, 실상은 포크 호러라는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폐쇄적인 시골 공동체나 광기어린 소수 종교 집단은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이 영화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