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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지구 [Na srebrnym globie / On the Silver Globe] (1988)

한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쓰면서, 제작 당시 상황은 영화 속 샷과 시퀀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긴 하다. 현장에서 누가 싸웠다던가, 이 장면은 어떤 과정으로 찍었고 어떤 난항을 겪었는지 같은 정보는 샷과 시퀀스의 의중을 파악할 단서와 더불어 논리의 근거를 더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제작 당시 상황은 앞으로 펼쳐질 서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현실을 허구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순간 영화는 메타픽션의 미로가 되버린다. 그럼에도 제작 당시 상황을 영화로 끌고 왔다면 그래야만 했던 사정과 고백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오손 웰즈가 있다. [위대한 앰버슨가]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웰즈의 영화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무자비한 편집 가위와 관객들의 무관심 속에서 투쟁..

허공에의 질주 [Running On Empty] (1988)

허공에의 질주 Running on Empty 9.5감독시드니 루멧출연리버 피닉스, 크리스틴 라티, 주드 허쉬, 조나스 애브리, 마사 플림튼정보범죄, 드라마 | 미국 | 115 분 | - 시드니 루멧의 [허공의 질주]의 도입부는 로버트 맥기가 정석적인 시나리오라고 할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소년의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 이 장면은 컷을 넘길수록 정보를 제한하고 인물들의 행동에 여분의 모호함을 더해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런 미스터리가 극에 달했을 무렵, 영화는 재빠르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긴장감과 흥미를 만들어낸다. 평범한 소년의 일상에서 1960년대 신좌익 테러리스트의 후일담과 연결되는 도입부는 간결하면서도 매혹적인 터치로 그려지고 있으며 시드니 루멧의 연출 역시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