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5

포제서 [Possessor] (2020)

브랜던 크로넨버그의 두 번째 영화 『포제서』는 전형적인 B급 SF/호러 영화의 콘셉트에서 시작한다. 타인의 인격을 빼앗아 살인을 저지르는 청부살인업자라는 설정은 SF나 호러 장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격 해킹을 다루는 방식에서 『포제서』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포제서』의 인격 해킹은 주술이나 마법 같은 비논리적으로 기운 방법론이나 데이터로 치환한 전뇌 같은 중간자적인 매개체를 활용한 방법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인간의 신체/의식을 연결해 바꿔치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는 자연과학의 영역에 속하면서도 막상 신체를 관장하는 정신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모순된 정체성에 놓여 있는데, 브랜던은 정체성 연기와 혼입 몽타주, 그리고 질감이라는 ..

실리아 [Celia] (1989)

앤 터너의 [실리아]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인물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죽음 이후를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을 다루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데 [실리아]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받아들임은 ‘괴물’이다. 실리아는 자던 도중 괴물 손이 창문을 침범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비명 소리에 달려온 엄마랑 함께 실리아는 ‘괴물’이 다시 나타나는 걸 보게 된다. 요컨데 [실리아]는 죽음 이후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매달리는 여자 아이에 대한 영화다. 그렇다면 실리아는 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리아]는 포크 호러로 분류되는 영화지만, 실상은 포크 호러라는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폐쇄적인 시골 공동체나 광기어린 소수 종교 집단은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이 영화의 배..

팔로우 [It Follows] (2014)

팔로우 (2015)It Follows 6.5감독데이빗 로버트 미첼출연마이카 먼로, 린다 보스톤, 케어 길크리스트, 올리비아 루카르디, 제이크 웨어리정보공포 | 미국 | 100 분 | 2015-04-02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의 도입부는 그야말로 효율적이다. 우선 미첼은 디트로이트라는 분명한 공간을 설정해놓고 롱테이크로 애니라는 희생자의 동선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이를 통해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있는 인물의 심리가 안정되지 못하고 무한한 반복을 통해 이 영화의 운동 이미지가 일종의 순환 구조를 이룰것이라는걸 명백하게 한다. (이 점에서 [팔로우]의 도입부는 철창 안에 갇혀 바이크 쇼를 벌이는 장면으로 열였던 데릭 시엔프렌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랑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을 것..

사탄의 가면 [La Maschera Del Demonio / Black Sunday] (1960)

사탄의 가면 Black Sunday 0감독마리오 바바출연바바라 스틸, 존 리차드슨, 안드레아 체키, 이보 개러니, 아르투로 도미니치정보공포 | 이탈리아 | 87 분 | - 마리오 바바의 [사탄의 가면]은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호러의 시조로 불리는 영화다. 지알로로 대표되는 무자비하면서도 과시적인 슬래셔로 유명해진 이탈리아 호러 영화였지만, 처음부터 지알로로 시작한 것은 아니였다. 사실 [사탄의 가면]은 고골리의 [비이]를 원작으로, 해머 영화사가 만들어놓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고딕 호러에 가까운 영화다. 허나 영화는 고골리의 [비이]하고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외려 이 영화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닮아있는데 우선 마녀와 영주의 딸의 존재가 분리가 되었으며 신학생 무등을 타고 달리..

악마의 등뼈 [El Espinazo Del Diablo / The Devil's Backbone] (2001)

악마의 등뼈 (0000)The Devil's Backbone 8.2감독길예르모 델 토로출연마리사 파레데스,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페데리코 루피, 호세 마누엘 로렌조정보공포 | 멕시코 | 106 분 | 0000-00-00 기예르모 델 토로의 [악마의 등뼈]는 유령의 기원과 감정을 논하며 시작한다. 그는 여기서 "죽은 건 어쩌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정의한다. 도입부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델 토로의 유령들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유령들처럼 산 자의 장소와 자신의 흔적을 서성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왜 [악마의 등뼈]의 유령 소년 산티는 산 자의 공간을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집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요시의 유령들이 지극히 도회적인 공간에 배치되어 있었다면 델 토로의 유령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