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8

사마에게 [من أجل سما / For Sama] (2019)

1990년대, CNN이 걸프 전쟁을 생중계하면서 세계인들이 전쟁을 감각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실 영상으로 전쟁을 감각하는 방법은 이전부터 뉴스 릴 같은 방식이 있었지만 CNN은 종군 기자에게 생중계 방송 카메라를 들려줬고, 사람들은 현장에서 채집된 전쟁의 이미지를 안방에서 즉각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CNN의 중계는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는데 치중한, '자극적이고 편향된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야흐로 갱 오브 포가 예측했던 '게릴라전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CNN 쇼크는 많은 창작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었고, 그 중엔 '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를 만든 오시이 마모루도 있었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디오 이미지'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플롯으로,..

태양 없이 [Sans Soleil / Sunless] (1982)

크리스 마르케의 유명한 단편 [방파제]의 기본 전제는 시간과 이미지, 기억의 관계였다. 마르케는 어린 시절 우연히 잊지 못한 이미지 하나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남자를 보여주면서, 기억을 찾는 행위 자체가 이미지를 거쳐 시간을 횡단하는 행위라 말했다. 그리고 마르케는 영화를 이루고 있는 사진 이미지와 기억, 시간을 한데 모아 몽타주로 이뤄진 꿈을 꿨다. 설정이 자세한 영화는 아니였지만, 이 우울한 단편 영화가 지금까지도 SF계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기억과 시간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혀들어가는지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꿈 속에서 마르케는 정지한 사진들 속 살아있는 여인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살아있음의 놀라움을 끌어냈다. 마르케의 실험 다큐멘터리 [태양 없이]는 [방파제]에서 뻗어..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Les Glaneurs Et La Glaneuse / The Gleaners and I] (2000)

아네스 바르다의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제목을 듣고 그 유명한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이삭줍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 실제로 바르다가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지점 역시 밀레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는 직접 보거나 시놉시스를 읽지 않는 한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이 다큐멘터리는 미술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밀레의 '이삭줍는 사람들'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바르다가 그 그림을 보면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삭을 줍는다'라는 행위다. 버려진 이삭을 줍는다는 행위는 상품 가치를 잃은 잉여 생산물을 주워서 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수도 있을 것이다..

밤과 안개 [Nuit et brouillard / Night and Fog] (1956)

2009/08/19 - [Deeper Into Movie/리뷰] -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ee Derniere A Marienbad / Last Year At Marienbad] (1961)2013/01/24 - [Deeper Into Movie/리뷰]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Vous n'avez encore rien vu / You Haven't Seen Anything Yet] (2012) 알랭 레네는 경력의 시작을 몇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밤과 안개]는 그 시절 레네에겐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초창기 홀로코스트 다큐멘터리 중에서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역사와 기억을 물었고 그를 주목받게 만들었다. [밤과 안개]를 이해하기 위해서..

리바이어던 [Leviathan] (2012)

리바이어던 Leviathan 6감독루시엔 카스탱 타일러, 베레나 파라벨출연데클란 코닐리, 조니 갓콤브, 아드리안 귈레트, 브라이언 자넬, 클라이드 리정보다큐멘터리 | 프랑스, 영국, 미국 | 87 분 | - 고프로에서 만든 히어로라는 카메라가 있다. 몸이나 다른 곳에 부착할수 있는 소형 카메라로 극단적인 광각을 통해 얻은 시야폭과 극한의 상황에서도 작동할수 있는 카메라인데, 발매 이후 스포츠/액션 캠코더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볼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카메라들은 인간의 지각 체계에 맞춰 대상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촬영해왔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인다 해도 기본적으로 '대상'을 인지할수 있을 정도였거나 짧게 만들어져 다음 컷의 지각을 방해하지 ..

언노운 노운 [The Unknown Known] (2013)

언노운 노운 The Unknown Known 6.5감독에롤 모리스출연에롤 모리스, 도널드 럼스펠드, 켄 메데이로스정보다큐멘터리 | 미국 | 103 분 | - 에롤 모리스의 [언노운 노운]은 말장난으로 시작한다. Known Known, Known Unknown, Unknown Unknown.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모르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Unknown Known. 이 말장난 나레이션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언노운 노운]이 곧 무수한 언어적 기만의 바다를 보여주는데 주력할 거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이어진 눈송이와 무수한 메모에 대한 언급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노운 노운]가 끌고 온 도널드 럼즈펠드라는 인물은 화술에 도통한 노회한 정치인이다. 기본적으로 [언노운..

빛을 향한 그리움 [Nostalgia de la Luz / Nostalgia For The Light] (2010)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연대를 찾았다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 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

Live from Abby Road 1부 감상

(사진과 감상문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뮤지션 순대로 입니다.) 어제 1부를 감상했습니다. 1.Snow Patrol 냉정하게 말해서 좀 재미가 없었습니다. 원래부터 별 관심이 없던 밴드였기도 했지만, 음악 스타일이 아버지 말씀대로 자기 색깔이 없는 듯. 뭔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음악이였습니다. 멜로디들은 괜찮았지만.([Chasing Car]) ...뭐 원래 콜드플레이니 라됴헤드 카피 밴드들이 다 그렇고 그렇지요. 인터뷰도 평범했습니다. 꽤 괜찮은 멘트도 날려주고, 성실하게 했지만 범상한 기운은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건질 만 했던 것은 게스트 뮤지션으로 나온 마샤 웨인라이트. 인터뷰 할때와 노래 부를때의 목소리가 갭이 십해 깜짝 놀랬습니다. 2.Madeleine Peyroux 음... 이 분도 스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