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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 (1971)

(누설이 있습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시작은 그래도 익숙한 서부극 도입부다. 떠돌아다니던 한 남자가 개척 마을에 당도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전형적인 서부극의 도입부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알트만은 심술궃게도 서부극에서 기대할법한 상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주인공 존 맥케이브는 총을 꺼내거나 악당과 대치하는게 아니라 카드를 꺼내들어 포커판을 벌인다. 그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맥케이브에 대한 소문 (아이러니하게도 "악당을 잔혹하게 죽인 악랄한 총잡이"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서부식 소문이다.)을 수군거린다. 다음 시퀀스. 맥케이브는 어느새 이 마을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요컨데 도입부 시퀀스와 다음 시퀀스 간의 격차가 느껴진다. 맥케이브가 어느 정도 기틀을 닦아놓은 마을에 영국인 ..

Fishmans - ずっと前

드디어 [空中キャンプ] 리마스터반을 구했습니다. 내친 김에 기존에 있던 [宇宙 日本 世田谷]도 리마스터반으로 바꿨고요. 제대로 듣는건 이번이 처음인데 일렉트로닉보다는 생각보다 밴드 중심의 변종 레게에 중심이더라고요. 그래도 피시만즈의 경박한듯 하면서 쓸쓸한 감수성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이 곡은 처음 들었을때 꽃혔던 곡입니다. 맑게 울리는 스틸 기타와 드럼머신, 현악이 인상적이죠. 'SLOW DAYS'의 쿨한 휘청임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Les Glaneurs Et La Glaneuse / The Gleaners and I] (2000)

아네스 바르다의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제목을 듣고 그 유명한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이삭줍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 실제로 바르다가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지점 역시 밀레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는 직접 보거나 시놉시스를 읽지 않는 한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이 다큐멘터리는 미술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밀레의 '이삭줍는 사람들'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바르다가 그 그림을 보면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삭을 줍는다'라는 행위다. 버려진 이삭을 줍는다는 행위는 상품 가치를 잃은 잉여 생산물을 주워서 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수도 있을 것이다..

Venus Peter - Every Planets Son

여러분 [라스트 엑자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기억하시는 분 계십니까. 그 애니메이션에서 오프닝을 부른 가수가 오키노 슌타로였죠. 하지만 이 사람이 원래 비너스 피터라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는건 잘 모르실겁니다.사실 그럴만도 한게 비너스 피터는 오야마다 케이고 (플리퍼즈 기타)의 트리토리아 레이블 초창기 멤버였지만 그리 히트한 밴드는 아니였거든요. 오죽했으면 국내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은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팔리고 있을 정도니깐요. 플리퍼즈 기타가 정립한 시부야계 특유의 세련된 노선을 대대적으로 내세운 밴드인데도 히트를 못 친게 이상하긴 합니다. 매드체스터의 충실한 이식까지는 좋았지만, 당대에 받아들이기엔 너무 앞섰던 것일까요. 훨씬 선배도 살롱 뮤직도 컬트로 끝난걸 보면 마 그런 생각이 듭니다.이 ..

절멸의 천사 [El ángel exterminador / The Exterminating Angel] (1962)

루이스 부뉴엘의 [절멸의 천사]의 첫 장면은 황급하게 노빌의 저택을 빠져나가는 하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각자 이유를 대면서 저택을 빠져나가지만 그 이유가 알리바이라는건 명백하다. 왜냐하면 저택엔 곧 부르주아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하인들의 머릿속엔 그런건 안중에도 없다. 이들은 마치 모종의 사실을 깨닫고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나가야 되겠어라고 외치며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티는 계속되어야 하고, 하인들이 없어도 그들에겐 집사가 있다. 노빌 부부를 위시한 부르주아들은 하인들이 빠져나간것도 모르고 예정된 파티를 하기 시작한다. 맛있는 음식, 멋진 음악, 아름다운 그림들... 부뉴엘은 하인들이 알수 없는 이유로 빠져나갔다..

Ben Sidran - Get It Yourself

봄이니깐 땡기는 앨범 1. 보즈 스켁스랑 협업했던걸로 알려진 뮤지션인데, 현지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편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재즈 영향이 있긴 한데 틴 팬 앨리라던가 193-50년대 스탠더드 팝/재즈가 1970년대 휭크랑 혼종을 이룬 팝을 하는 분입니다. 소울적인 색채가 나긴 하지만 좀 더 산뜻하고 AOR 그쪽에 가까운 느낌? 이맘때 가벼운 날씨하고 잘 어울리는 앨범입니다.

20170328

-박근혜 탄핵! 오 예 신 난 다-부모님은 큐슈 여행을 가신다고 하는데, 왠지 음반 쇼핑하러 다시 일본 가고 싶어지네요. 아 사고 싶어라 서니 데이 서비스 [도쿄] 박스셋.-형이 직장 취직 후 리얼하게 곶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일상에 찌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서 보기 힘들 정도.-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의 의미를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로건] 보고 난 뒤 (예상하긴 했지만) 후유증이 심했습니다. 정말로 내가 알고 있던 어떤게 끝났구나 그런 느낌. 그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느낌. 그런 생각을 할때마다 좀 두렵고 그렇습니다. 알고 있는게 전부 남아있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것만으로 채워진 세상이 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네요. 노인들이 과거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거..

토니 에드만 [Toni Erdmann] (2016)

마렌 아데의 [토니 에드만]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들었을때, 약간의 신랄함을 동반한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했을때 그 예감은 완전히 박살났다. 영화의 첫 샷은 문이다. 금방이라도 열릴것 같은 문은 예상과 달리 빨리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택배 기사가 나타나고 문이 열리지만, 분장하고 나타난 토니 에드만은 생뚱맞다. 유머는 빗나가고, 리듬과 리액션도 그렇게 활기차지 않다. 빈프리트/토니 에드만은 사람들이 웃길 바라지만 그를 대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관객은 무표정하게 그를 응시할 뿐이다. 결국 그는 허겁지겁 유머를 접을수 밖에 없다. 차라리 이 영화의 도입부는 초라하게 몰락한 히어로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하고 닮아있다. 빈프리..

馬の骨 - 燃え殻

우마노 호네는 키린지에서 동생을 담당했던 (2013년쯤 탈퇴했습니다.) 호리고메 야스유키의 솔로 프로젝트입니다. 최근에 낸 솔로 앨범은 본인 명의로 낸듯 합니다만, 여튼 키린지로 활동한 시절엔 이 명의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첫 앨범 낼 당시 싱글이였고요.키린지의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한 스웜프 뮤직과 시티 팝, 70년대 SSW 음악의 블렌드겠죠. 이 앨범에도 그 감수성이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첫 트랙인 'My Stove's on Fire'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웜프/소울 뮤지션인 로버트 레스터 폴섬의 대표곡을 멋들어진 휭키 리듬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본인 곡들도 다들 훌륭하긴 하지만 역시 이 곡이 가장 최고인것 같아요. 뮤직 비디오에 떠다니는 조각배가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