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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But the Girl - Rollercoaster

아무래도 이 곡이 실린 앨범 [Amplified Heart]이 이들의 분기점이긴 합니다. 이 이후로 에브리씽 벗 더 걸은 매시브 어택이나 토드 테리의 손을 빌어 좀 더 당대의 일렉트로닉/댄스 뮤직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니깐요. 'Missing' 리믹스의 히트가 크긴 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이후로도 완벽히 과거랑 결별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EBTG 특유의 소피스틱 팝은 어느정도 전자음 친화적이기도 했고 일렉트로닉 노선을 도입한 앨범들 역시 여전히 과거의 라운지 뮤직이나 포크 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 앨범 중 딥 하우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가장 춤추기 좋은 마지막 앨범 [Temperamental]에서도요. 그래도 한 시기의 정리라는 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이들이 해왔던 사색적인 포크 ..

말 없는 사나이 [The Quiet Man] (1952)

2014/09/21 - [Deeper Into Movie/리뷰] -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1962) 2014/11/24 - [Deeper Into Movie/리뷰] -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꿈결같다. 존 포드의 [말 없는 사나이]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절로 터져나올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현란한 초원의 초록색과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 푸른 하늘, 돌담... 어떤 평론가는 영화 속 이니스프리를 굶주리고 추운 여행 끝에 도달한 낙원이라고 말했는데, 테크니컬러에 담긴 풍경을 보노라면 그런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여기엔 어떤 한치의 황량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존 포드는 그 황홀한 전원에 도착한 사나..

조용필 - 단발머리

사실 조용필을 알게 된건 EZ2DJ에 실려있던 'BoB'이라는 리메이크 곡이었는데요, 그 곡이 유달리 인상이 깊었거든요. 찾아보니 원곡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곡을 불렀던게 조용필이더라... 이렇게 됬습니다.예전부터 리마스터반을 사야 되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택시 운전사] 도입부에서 나오는걸 듣고 나니 이번엔 꼭 사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결국 장만했습니다. 다시 들어도 좋네요.

태양 없이 [Sans Soleil / Sunless] (1982)

크리스 마르케의 유명한 단편 [방파제]의 기본 전제는 시간과 이미지, 기억의 관계였다. 마르케는 어린 시절 우연히 잊지 못한 이미지 하나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남자를 보여주면서, 기억을 찾는 행위 자체가 이미지를 거쳐 시간을 횡단하는 행위라 말했다. 그리고 마르케는 영화를 이루고 있는 사진 이미지와 기억, 시간을 한데 모아 몽타주로 이뤄진 꿈을 꿨다. 설정이 자세한 영화는 아니였지만, 이 우울한 단편 영화가 지금까지도 SF계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기억과 시간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혀들어가는지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꿈 속에서 마르케는 정지한 사진들 속 살아있는 여인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살아있음의 놀라움을 끌어냈다. 마르케의 실험 다큐멘터리 [태양 없이]는 [방파제]에서 뻗어..

[잃어버린 도시 Z] 예고편

현존하는 미국 감독 중에서도 단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제임스 그레이의 신작...인데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잡힙니다. 심지어 원작을 읽었는데도 말이죠. 드디어 뉴욕을 떠난 감독이 향한 곳이 머나먼 아마존이라... 차기작은 아예 우주던데 말이죠.뭐 그래도 감독이니깐 기본 이상은 해줄거라고 믿고 특유의 황갈색 톤의 필름룩은 여전해서 마음에 듭니다. 개봉 시즌이 묘하게 추석 시전과 겹치는 것 같긴 한데 흥행은 기대 안하고 (...) 후딱 봐야 되겠습니다.

몬스터 헌터 월드 신규 예고편

한동안 휴대용 콘솔을 전전했던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거치형 콘솔로 복귀작이라고 합니다. 내년 봄 발매.일단 HD 화질도 그렇고 모델링부터 시작해 뿌리부터 뜯어고친건 확실합니다. 과연 이 시리즈는 우려먹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것인가? 제가 보기엔 또다른 우려먹기의 시작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일단 재미는 보장하겠죠. 어떤 식으로 시리즈를 이어갈지 궁금하긴 합니다.

Fight Test/잡담 2017.08.28

엘르 [Elle] (2016)

(강력한 누설이 있습니다.) 아마 크레딧이 지나가자마자 얼굴이 벌개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파울 페르후번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당당하게 강간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소리를 외화면에서 흩뿌린다. 엉뚱하게도 영화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샷은 강간 장면이 아닌 검은 고양이의 정면 응시 샷이다. 때문에 파울 페르후번이 [엘르]에서 취한 시점이 고양이의 시점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관객이 그 착각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두번째 샷에서 이미 강간은 다 끝난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인 미셸은 울지 않는다. 오히려 덤덤하게 일어나 청소하고 욕조로 들어가 목욕을 한다.단 두-세번째 샷을 통해 파울 페르후번과 [엘르]는 장르 관습에서 완전히 이탈해버린다. 이미 네덜란드 영화계와 할리우드를 자기 방식으로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