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20091017 음반일기 01 - 암흑가(?)의 세 음반

giantroot2009. 10. 17. 10:34

Brian Eno - [Before and After Science] (1977, EMI)
Vashti Bunyan - [Lookaftering] (2005, Fatcat)
Graham Coxon -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 (2006, EMI)

사실 더 있지만 그건 2차로 다루겠습니다. 양은 상당히 많은데 어제 도착해서 아직 뭐라고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거 같습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트위터에도 언급했지만 음의 공간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록/팝의 세계로 끌여들이려고 한 선지자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앨범은 아직 글램 팝에 가깝지만, 기존의 팝/록과 달리 음이 분명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뭐 그런걸 제외하더라도 이 앨범은 좋은 팝 앨범이기도 합니다. 아직 실험에 경도되지 않았던 모습이랄까요. 'By This River' 찬양.

바시티 버넌 2집은 제가 막 사고 나니까 주얼로 재발매된다고 하네요. 아오. 노린거 아니야? 그와 별개로 음악은 좋습니다. 이런 음악을 만드려면 역시 산 속에서 뱀을 뜯어 먹고 이슬 먹으며 살아야 할 듯 (...) 어찌보면 영국의 김두수라 말할 수 있겠군요. (활동 당시 별다른 주목을 못 받음 -> 잠수 -> 2000년대 들어와서 젊은 층 사이에서 갑작스러운 인기 -> 재발매 -> 복귀 -> 음악계를 정ㅋ벅ㅋ) 다만 (당연하겠지만) 김두수가 동양적인 탈속이라면 이 분은 서양적인 탈속일듯.

그라함 콕슨... 이거 7.0 때린 피치퍽크는 좀 맞읍시다. 얘네들이 영국적인 팝 멜로디 안 좋아하는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7.0이 뭐니? 7.0이? 여튼 요새 이 아저씨 피트 도허티하고 논다더니 과연... 리버틴스 같은 노이즈를 이용한 개러지 록의 영향이 강합니다. 다만 완전히 리버틴스처럼 신식 개러지 록이 아니고, 버즈콕스나 더 잼 같은 70년대 펑크 팝-대충 상상 가실겁니다. 마구 내질러대지만 팝 멜로디는 죽어도 포기 안하는 뭐 그런...-쪽입니다.

그런데 아 정말... 그라함 콕슨 이 아저씨는 한동안 기타 노이즈에 심취해있더니 그 노이즈를 어떻게 다듬는지 터득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기타 연주에는 어떤 경지에 이룬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젠 곡까지 잘 씁니다! 이건 칭찬해줘야 되는거 아닌가요? 아 정말 알반도 그렇고 브릿팝 밴드 중에서는 블러가 솔로 활동이 가장 잘 나가는 밴드일지도요. 그렇지만 이번 신작 아이튠즈에서 좀 들어봤는데 솔직히 안 땡긴다. 콕슨 형. 곡은 둘째치고 어쿠스틱을 본격화하면 좀 그렇지 않니? 형? 아무튼 이 앨범은 콕슨 형 솔로 시절의 피크로 기록될듯 싶습니다. 알반도 좋지만 마카 콕슨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