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칠드런 오브 멘 [Children of Men] (2006)

giantroot2009. 1. 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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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른의 부모

요 며칠 동안 가자 지구 폭격으로 시끄러웠었다. 비단 가자 지구겠는가. 전 세계의 70%가 다 그렇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 사는데 폭격을 가하고 분노한 피해자들은 다시 폭탄을 던진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홧김에 "그래 이딴 머저리 같은 인간이란 종족은 싸그리 죽는게 지구에게 훨씬 도움되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우울하다. 인간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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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뭔가 사정 때문에 볼 때를 놓친 [칠드런 오브 멘]을 어머니와 함께 보았다. 영화는 2027년 미래의 영국에서 시작한다. 18년 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미래. 그나마 마지막으로 태어났던 아이는 죽어버리고, 전세계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다. 주인공 테오는 과거엔 좌파 운동가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이상을 포기해버리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전 부인인 줄리안이 그를 찾아오는데...

이 영화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배경, 인물 설명을 마치고 숨가쁘게 달려간다. 테오와 미혼모 산모인 키가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개돼지 취급만도 못 받는 불법이민자 (남 이야기 같지 않다!)와 유태인 홀로코스트에서 뼈저리게 배운 건 안드로메다에 줘버린 듯한 열악한 수용소, 혼란한 와중에서도 자기 이득 다툼에 골몰하는 사람들, 폭탄 테러와 전쟁이 그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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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인 테오는 그런 상황들에 맞서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는 약간의 양심은 지니고 있지만 현실의 부조리에 무기력한 점에서 우리 모두와 닮아있다. 하지만 이런 여정들을 통해 그는 점점 미약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강인한 사람으로 변하며 종국에는 미래를 지켜낸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별다른 보수도, 명성도 아닌 평범한 부성(그의 아이는 독감으로 사망했다)과 그 약간의 양심이였다.

이런 점에서 그들을 도와주거나 탄압한 사람들 역시 주목할 만 한데, 도와주는 사람들은 히피 노인, 집시족 여인, 전 간호사 등 그저 평범한 가치관에 충실한 사람들이며 그들을 탄압하는 사람들은 모두 권력이나 어떤 것에 집착하여 평범한 가치관을 내다 버린 사람이다. 그 점에서 루크는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다. 그는 권력욕에 눈이 멀은 사람이지만 마지막 죽기 전에 평범한 가치관과 권력욕에서 흔들흔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굉장히 효과적인데, 탐욕이라는게 얼마나 쉽게 생기는 가에 대한 생생한 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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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제는 그 평범한 가치관들에 있다. 인간이 인간을 감싸안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은 정말 당연한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한 것을 계속 잊는다. 계속 잊고 폭력을 휘두르고 아무렇지 않게 그런 가치관을 내팽개친다. 결국 우리 모두 인간인 척 하고 있던 거 아닌가. 인간인 척 하면서 인간이라고 우리 자신을 속이고 살아왔던 거 아닌가.

그러기에 클라이막스에 순수한 아이의 울음과 그를 숙연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없이 마음 아프고 또 절절하다. 다름아닌 폭력으로 물든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워즈워스의 시처럼 이 아이의 울음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 뒤 전투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못 깨달은 사람이니 무시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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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주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정치영화이기도 하지만, 군더더기 하나도 없는 웰메이드 SF-스릴러-액션 영화다. 보면서 지루함은 느낄 새 없으며 대화와 캐릭터 구축은 탄탄하기 그지 없다. 독특한 비주얼로 구축된 미래 세계는 창작자들이 연구해볼만하다. 60년대 록 뮤직을 끌고 온 스코어 선택도 훌륭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압권은 촬영과 구도 잡기이다. 이 영화의 촬영은 그야말로 죽음이다. 대부분이 핸드헬드나 스테디캠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게 영화 내용과 시너지 효과를 이뤄낸다. 특히 초반의 차량 추격전과 후반의 전쟁 씬은 유려한 흐름을 자랑하면서도 현장감을 생생하게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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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았지만 폭탄은 떨어진다. 가자 지구에는 지금 총격전이 난무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라고 꿍시렁꿍시렁 대는 설치류가 대통령이 되었다. 일본과 중국의 집단 기억 상실은 계속 될 것이며 사르코지는 영화 속 영국 정부처럼 이민자들을 철장에 가둬놓을 것이다.

이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사는 것 역시 녹록치 않아서 종종 타락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악마는 되지 말자. 인간 되기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남의 고통에 무정하다 못해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되지 말자. 우리가 비록 영웅은 될 수 없어도 이 정도만 생각하고 행동해주면 우리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자꾸자꾸 반복해야지 잊지 않는다.

PS1.뭔가 푸념성 글이 되버렸는데, 묘하게 지금 현실하고 영화 속 상황이 싱크로되서 그렇다.
PS2.핑크 플로이드의 [Animals] 아트 워크가 재현된 장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