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대체 아오야마 신지는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3시간 37분 짜리 흑백영화 유레카를 보면서 내내 생각한 질문이었다.
일본의 큐슈 지방에 버스 인질극이 일어난다. 생존자는 단 3명. 버스 운전사 마코토와 남매인 나오키와 고주에. 그들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빠진다. 게다가 언론들이 자꾸 그들의 상처를 건드리고 마코토는 사라져 버린다. 한편 남매의 가족은 공중분해 되어버리고, 홀로 남은 남매는 입을 닫고 산다.
2년뒤, 방랑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마코토에겐 사회 부적응자라는 차가운 눈초리만 따라다닐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아무데도 갈때가 없는 그는 남매를 찾아가 그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때마침 사촌인 아키히코가 찾아온다.
살인은 계속되고, 마코토는 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바로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고주에, 나오키, 아키히코와 함께 떠나는 상처 치유의 여행.(시작 장소도 버스 인질극 그 장소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곳엔 살인이 일어나고 마코토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2.
이 영화에서 마코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같은 곳만 빙글빙글 도는 버스말고 다른 버스를 운전하고 싶었다. 처음 집을 떠날때, 그것을 벗은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그 버스에 올라탔다."(이런 식의 말인 것 같다.) 주인공들은 빙글빙글 도는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쉽게 벗어 나지 못한다. 나오키가 살인(엇 스포일러.)을 저지르는 것이나, 고주에가 무덤을 세운 것이나, 남매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코토가 병을 얻은 것이나.
3.
라스트 신에 고주에가 조개 껍질을 버리면서 한 사람씩 이름을 외치는 장면은 모두의 상처를 던지고 새 삶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조금 짠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완전하게 상처를 벗어던지지는 못할 것이다. 때로는 슬퍼하면서. 하지만 그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면서 살아 갈것이다.
4.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는 감독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가를 발견한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재미없는 부분도 있고, 지나치게 상영시간도 길고,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3시간 동안 참고 기다린 보답 이상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극악의 상영시간 때문에 보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 누가 수입하면 다시 극장에서 3시간의 고문을 즐겁게 받아들일수 있을 건데...
(야쿠쇼 코지,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그의 팬으로써 기쁘다. 남매(실제 남매라고 한다.)의 연기도 훌륭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