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천국보다 낯선

giantroot2006. 5. 11. 18:17

일상은 언제나 재미 없다. 방학동안 나의 하루를 적어 보자면 이렇다. 아침에 밥먹고, 수학 수업을 학교에서 듣고,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집에 와 점심 먹고 가만히 있고, 그러다가 저녁먹고 TV보다가 끝난다. 이런 재미없는 일상의 위안은 가끔 영화수업을 들으려 가는 것이나, EBS [시네마 천국]프로를 보거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컴퓨터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지루하다. 그나마 방학이면 이정도지, 학교는 더 끔찍하다.

사람들은 늘 일상에 답답해 한다. 그래서 무언가 자극을 원한다. 사건을 원한다. 여행을 원하고 변화를 원한다. 그러나 인간은 정말이지 간사한 동물이다. 막상 그 변화에 서 있으면 다시 일상을 원한다. 어쩔수 없는 동물이다.

[천국보다 낯선]의 주인공들은 노름을 하거나, TV디너를 먹거나, 시시한 농담을 나누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본다. 마침내 이런 일상을 탈출하려 주인공들은 클리브랜드,마이애미로 가지만 거기도 지리하기 짝이 없다. 아니 거기도 여기와 똑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마지막에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일상을 탈출한다. 윌리는 부다페스트로 날아가고, 에바는 내일을 고대하며 지리한 모텔로 돌아간다. 에디는 차를 타고 어디로 떠난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것이다. 인간은 아까도 적어 놨듯이 '간사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이렇게 일상을 탈출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모습이다. 지리한 일상.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래서 홍상수나 이런 영화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가 보다. 안 그래도 재미 없는 인생인데, 영화마저 그것을 판박이해 보여주다니! 난 극장에 고문받으러 온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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