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안녕, 용문객잔 [不見/Goodbye, Dragon Inn]

giantroot2006. 1. 30. 19:39

대중적이지 못한 영화를 보러 가면 편하게 볼수 있다. 아무도 부스럭 거리지 않고 떠들지 않는다. 다들 쥐 죽은듯이 영화에 집중한다. 극장 시설만 좋으면 발을 쭉 뻗고 영화를 볼수 있다.(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는 극장시설이 상당히 좋아서 편한 자세로 감상가능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광고문 같다.) 그러나 때로는 관객이 없는 참담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노 맨스 랜드]라는 영화를 볼때였다. 약간 늦게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글자 그대로. 나는 '적어도 20명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내내 들어온 관객수는 단 5명이였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많이 끈 영화를 보러 갈때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들어올때부터 감각으로 느낄수 있다. 우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그리고 떠드는 소리,팝콘 씹는 소리,쑥떡대는 소리가 들린다. 팝콘,콜라 냄새도 맡을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도대체 무엇을 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에 본 [안녕, 용문객잔]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에 관한 영화다. 문을 닫는 극장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비만 주룩주룩 내린다. 영화 용문객잔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무협물. 그러나 마지막 상영에는 영화처럼 변두리 인생들로 보이는 혼들이 쓸쓸히 배회하고, 매표소 직원과 영사기사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감독은 웃음을 연발하는 상황들을 집어넣지만, 그것은 지독한 쓸쓸함을 불러올 뿐이다. 마지막에 홀로 집에가는 매표소 직원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까지 느꼈다.

용문객잔이 끝나고, 극장은 텅 비어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큰 영화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그런 영화들을 생각했다. 그 느낌은 마치 유자차의 달콤함이 끝난뒤 씹는 유자씨의 씁쓸함이였다. 아마도 그런 느낌을 계속해서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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