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Burial - [Untrue] (2007)

giantroot2008. 1. 29. 23:55


밤은 우리의 것

음악에서 나타나는 풍경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치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나에 따라 음악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2006년에 등장한 익명의 덥스텝 DJ Burial(베리엘)의 2007년에 발표한 2집 [Untrue]는 그 점에서 같은 풍경을 그려낸 선대의 위대한 음반들과 비교 할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풍경을 정확하고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특정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더듬는 일과 진배없다. 그렇다고 해도 덥 스텝 자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 평론가의 말을 빌려보자. "극단적으로 강조된 덥의 베이스와 UK 거라지의 분절된 리듬이 결합된 음악이라는 것이 덥스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일텐데, 여기에 덥과 UK 거라지의 음악적 동지인 정글과 트립합, 그리고 각종 샘플들이 가세하며 완성되는 배배꼬이고 음울한 무드의 일렉트로닉 음악" (출처 weiv) 이쪽 계열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은 배리어스 프로덕션(Various Production: 여러 프로덕션이 아닌, 팀 이름이다.), 스크림 (Skream)이 있다.

여튼 [Untrue]의 수록곡을 이루는 구성물들은 의외로 단순하다. 뻑뻑한 베이스라인과 무료 툴로도 제작 가능할 법한 드럼 비트, 그리고 멜로디 라인이 전부다. 하지만 베리얼은 그것들을 훌륭하게 하나로 엮어내었다.

이 음반의 기본적인 느낌은 어둡고 음습하다. 베이스라인하고 얽힌 드럼 비트는 쿵쾅쿵쾅거리고 샘플들은 공포 영화의 귀신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Archangel","Ghost Hardware") 가끔가다 아예 투명한 풍경속으로 침잠하기도 한다 ("In McDonalds") 중간의 휴지 기간도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 음반에는 빛나는 순간들이 많고, 그 순간들은 정말이지 황홀하다.

솔직히 음악은, 직접 들어봐야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다루는 글은 그저 대상의 단편적인 부분들만 잡아 낼 뿐이다. 그래도 리뷰를 쓰는 이유는 좀 더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이 음반은 그 만큼 널리 알려질 자격이 있는 음반이다.

평가 점수: A+ 

(이 글은 대중음악 블로그 ourtown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