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Neutral Milk Hotel -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1998)

giantroot2007. 12. 18. 11:09


쓰레기통의 당근꽃왕, 두 머리 소년과 함께 유성기 비행기를 타고 쓸쓸한 춤을 추다.

글쓴이는 엘리펀트 6 레코드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 하지만 이 레코드에 속한 뉴트럴 밀크 호텔이 대단한 그룹이라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최고작인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는 연도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시대 예언적이고 진보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는 걸작 음반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진보적이라 적었지만, 이들이 테크노나 IDM을 추구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옛 요소들을 음악 텍스쳐로 곳곳에 깔아놓고 있다. 포스트-펑크, 드림팝, 포크, 노이즈-록, 컨트리 같은 장르들이 여기저기 두더지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앨범을 여는 King Of Carrot Flowers 연작은 그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포크 기타가 무심하게 둥둥거리고 아코디언이 처량하게 연주하며 보컬은 무심하게 부른다.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에서는 전형적 포크 멜로디에 뒤틀린 혼 연주가 뒤엉켜 있다. 전체적으로는 포스트-펑크의 요소인 단순한 곡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병렬적인 나열로 들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화학적 융합을 일으켜 뉴트럴 밀크 호텔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페이브먼트의 게으름과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우울함과 플레이밍 립스의 우스꽝스러움이 합한 결과물은, 21세기에 등장한 저 놀라운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예고편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사 역시 그런 묘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프 맨검이 쓴 가사에서 주인공은 쓰레기 통에 처박힌 당근 꽃 왕이고, 머리가 두개 달린 소년이다. 그들은 그냥 보기에는 초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당근 꽃 왕은 가정 폭력을 지켜보는 동안, 섹스를 알아가고("As we would lay and learn what each other's bodies were for") 자조적으로 예수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I love you Jesus Christ"). 그리고 사랑하던 그녀가 떠나더라도 미워하지 말자고 중얼거린다. 그녀가 뭘 했든. ("Two headed boy she is all you could need She will feed you tomatoes and radio wires", "And retire to sheets safe and clean But don't hate her when she gets up to leave")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언젠가 죽겠지만 지금은 젊으니 태양 아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을 세자는 희망적인 관점도 엿보인다.("And one day we will die. And our ashes will fly from the aeroplane over the sea. But for now we are young, Let us lay in the sun And count every beautiful thing we can see.") 전체적으로 비루한 삶에 대한 쓸쓸하고도 환상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가사들이다.

솔직히, 제프 맨검의 보컬은 보통 대중들이 들으면 "이거 뭐 XX도 아니고"라는 반응이 대뜸 나올수 있는 보컬이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면 묘하게 음치끼 있는 그의 목소리가 어떤 가창력있는 가수보다 더 호소력 있고, 중독적이다. 그가  예수를 사랑한다고 외칠때의 그 목소리는 대중 음악 역사상 가장 사랑스럽고도 처절한 목소리 중 하나 일것이다.

뉴트럴 밀크 호텔은 이 음반 이후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처럼 공중분해 되버렸지만, 이 음반은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주류쪽에서는 이 음반을 잘 모르고 있지만, 이 음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인디 음악계에서는 이제 컬트 고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가 점수: S

(이 글은 대중음악 블로그 ourtown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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