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벨은 알렉스 칠튼과 함께 파워 팝의 큰 별인 빅 스타를 이끌고 갔던 뮤지션입니다. 이 앨범이 그의 유일작인데 사연이 있는 앨범입니다. 크리스 벨은 27살로 요절했거든요. 디비스 멤버로 유명한 크리스 스태미가 운영하는 레코드사에서 단발성 싱글으로 내놓은거 빼면 살아생전 앨범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계획 자체는 있었던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1992년 갑자기 먼지 슬고 있던 녹음 세션을 기반으로 이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때마침 빅 스타가 재발굴되던 시기였다는걸 생각해보면 그런 재발굴 흐름 속에서 사후 추도 격으로 앨범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앨범은 거칩니다. 녹음 자체도 약간 울리고, 마스터링도 깔끔한 느낌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흥행에 실패한 밴드 출신 뮤지션에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했고 앨범도 생전 남긴 세션에서 추리듯이 사후 겨우 내놓았던 크리스 벨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빅 스타가 사람들을 모았던 매력이라면, 기타 중심의 쟁글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쓸쓸하고 가슴시린 멜로디죠. [I am the Cosmos]엔 그게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 곡 'I am the Cosmos'는 앨범의 정수를 찌르고 있습니다. 역대급 청승이지만 가슴아프게 푹푹 찌르는 멜로디, 기독교적인 사상에 끌리는듯하면서도 그럼에도 널 다시 보고 싶다는 피를 토하는듯한 사모가가 멜로드라마틱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빅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집어들어야 하는 앨범입니다. 크리스 벨은 비록 성공하지도 칠튼처럼 살아생전 재발굴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지만 적어도 칠튼과 함께 파워 팝의 큰 별이 될만한 자격은 있었습니다. 천국에서는 동료였던 알렉스 칠튼과 함께 걱정없이 마음껏 합주했으면 좋겠습니다.
P.S. 이 앨범은 2009년 딜럭스 에디션으로 재발매되었습니다. 가격이 센 거 제외하고는 꽤 괜찮은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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