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Fly/비문학

일베의 사상 (2013)

giantroot2014. 8. 7. 23:46


일베의 사상

저자
박가분 지음
출판사
오월의봄 | 2013-10-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김치녀’ ‘홍어’ ‘보슬아치’ ‘좌빨좀비’ ‘노알라’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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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국가를 향한 욕망이 낳은 음험한 키메라


박가분의 [일베의 사상]은 2014년 한국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일베는 일간 베스트의 준말로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이트다. 저자는 이 일간 베스트라는 사이트를 분석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첫 장에서 박가분은 일베의 탄생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용어를 들며 ‘그들만의 문화와 코드’가 있다고 보았다. 이 와중에 일베의 기원을 디씨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디씨서 잉여 문화와 막장 문화 그리고 병맛 문화라는 현 한국 인터넷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코드를 발견하는데, 전자는 자조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표현으로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호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병맛 문화는 자신 스스로 통상적인 관습과 상식 그리고 의미지평을 넘어선 행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짐짓 모르는 척하는 태도를 추함과 혐오스러움으로 굴절되어 표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관심병 문화에서는 위악적인 컨셉을 통해 자신이 관심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일베를 비롯한 인터넷 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짤방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박가분은 짤방이 가지고 있는 호수성이라는 부분을 지적한다. 저자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증여의 논리]라는 서적을 들면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특정 선물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산, 증여되고 각각의 계열들을 가로질러 이동되며 공유되는 공간으로 특징짓는다. 이를 통해 짤방 자체가 증여와 답례의 교환 행위가 수직적인 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문화를 생성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호수성은 긍정적인 면모가 아니라 부정적인 면모를 띄기도 하면서 이 호수성이야말로 인터넷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일베가 영향력이 있는 이유를 단순히 사회 불안정성의 증대나 "재미만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해석을 배격하고 '팩트'로 대표되는 사실 중심주의 (실은 그것도 매우 왜곡되어있긴 하지만)로 대표된다고 보았다. 이 사실 중심주의의 데이터베이스의 문화가 있는데, .원래 일베가 디시인사이드의 '일간베스트'를 저장해 보여주던 곳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슨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는 것으로 시작한 커뮤니티 특성이 일베의 '팩트주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팩트주의야말로 일베가 외부 사이트와 대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저자는 여기서 인터넷 초창기 논객 문화를 이끈 강준만을 불러온다. 강준만은 인용과 실명 비판을 통해 깎아내리는 논쟁을 통해 평등과 연대감을 추구하며 하이퍼텍스트적인 글쓰기를 추구했는데 이는 부정적인 호수성을 추구하는 인터넷 문화가 맞물려 그를 인터넷 논객으로써 자리잡게 했다고 보고 있다. 즉슨 강준만과 그가 만든 [인물과 사상]은 인터넷 문화의 효시가 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베가 세상과 대결하는데 쓰는 방식은 이런 부정적인 호수성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호수성은 팩트주의와 결합해 인터넷에서는 어떤 욕망이든 다 표현할 수 있는 상호적이고 평등한 공간이며, 모두가 희화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삐뚤어진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는 혐오발언을 문화적 권리 정도로 여겨 소수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하나 혐오로 표출되곤 한다. 

그렇다면 일베를 이끌게 한 것은 무엇일까? 박가분은 그것을 바로 정상국가에 대한 욕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2002년 촛불시위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월드컵과 반미 촛불 시위는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이전과는 다른 감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가 탄생했다는 믿음을 안기게 했다. 이것이 2002년을 이루고 있었던 정상국가에 대한 욕망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그 욕망이 진정한 '진보'라기 보다는, 민족주의와 반한나라당이 결합한 무엇인가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젠 2008년 촛불 시위를 지나 일베 등장 전후로 그 비난 대상이 북한과 진보로 옮겨 간 것이다. 그렇기에 일베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2002년과 2008년의 촛불시위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다른 이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촛불시위의 이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축제의 광장에서 기존의 가치체계, 정치와 비정치,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을 통합시켜서 정상국가로 나가고자 했던 열망 아니였을까? 그렇기에 일베의 등장은 이 열망이 지금 길을 잃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박가분은 극우적인 일베를 넘어서기 위해서 조윤호가 지적했듯이 '국가'를 넘어서지 못한 '국민'이라는 딜레마를 지적하며 궁극적으로는 '정상 국가'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는 '국민'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베의 사상]은 완벽한 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박가분이 내세우는 자료들은 자기가 아는 것 위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있어서 논지가 협소해지는 과정이 있으며, 호수성 같은 개념들은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만약 [일베의 사상]이 가치가 있다면 지금 현 인터넷 문화와 사회 문제를 하나로 묶어 통시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