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Fly/문학

백야 외 [Белые ночи / White Nights]

giantroot2014. 2. 20. 01:34

백야 외

저자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0-06-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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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는 [가난한 사람들]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초기와 유배 생활에서 풀려나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걸작들을 쏟아내던 후기 사이에 끼어있는 시절에 쓰여진 소설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들은 [죄와 벌]이라던가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만개한 특유의 도덕론이라던가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문장들은 제거된, 소품에 가까운 소설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은 [백야]를 기대하고 책을 샀을것이고, 그 기대는 배반하지 않는다. [백야]는 그야말로 몽상가의 짝사랑 이야기다. 해가 지지 않는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의 여름, 주인공은 즐거운 사람들 사이에서 우울과 몽상으로 소일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루하루를 거리를 쏘다니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고독에 빠져 여러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주인공은 상심해있는 나스첸카를 만나게 되고, 짝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나스첸카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주인공의 짝사랑을 모른다.

[백야]의 사랑은 한마디로 철저히 정신적인 것이다. 낮도 밤도 아닌 그 공간에서 주인공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살아간다. 초반의 이야기와 상관없는 장황한 독백도, 사실은 그 공간에 갇혀있는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19세기 등장한 도시 문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산보자인 것이다. 허나 이 산보자는 백야 속에서 혼자이기에 도시 속에서 고독에 갇혀 있다. 

나스첸카의 만남은 고로, 자신처럼 낮도 없는 근대적 공간에 갇혀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싹트게 하는 단초가 된다. 나스첸카는 첫 만남에서 할머니에게 말그대로 매여있는 존재다. 그런 나스첸카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집 밖에 있는 세상으로 나가게 할 수 있으며 교양있는 사내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사내는 또 나스첸카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스첸카는 그 남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남자는 돌아오지 않고 나스첸카는 사랑에 보답받지못하고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된다. 주인공이 나스첸카에게 매료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 주인공은 나스첸카가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섞이지 못하고 혼자만의 고독에 갇혀있다고 보았고 거기에 공명한 것이다.

하지만 나스첸카와 주인공 간의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나스첸카의 보답받지 못한 사랑은 실제로 이뤄진 관계에서 답신 없는 정체 상태에 있다면, 주인공의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제대로 발신되지 못한다. 마지막에서야 도달하긴 하지만 나스첸카는 결국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가 기다리던 사랑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주인공과 나스첸카의 상처에 대한 공명은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나스첸카에게 주인공과의 관계는 우정과 공명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공에게 나스첸카과의 관계는 공명하면서도 나스첸카가 자신만을 봐주기 바라는, 사랑의 감정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백야]는 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한쪽이 받을 수 없는 사랑은 결국 무너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스첸카의 선택에 주인공은 가슴아프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백야에 있었던 꿈같은 경험으로 그 기억을 간직한다. 마지막 독백은 그런 주인공의 심리를 극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과의 공명을 원하는 개인의 심리와 그것의 불가능함을 설파하면서 솜에 젖어 피곤한듯한 감수성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다른 소설들이 엄청난 스케일로 밀어붙인다면, '백야는 짧고 단아하지만 그 속은 격정적이고 어찌할수 없는 매혹적인 사랑의 우울이 무게있게 담겨있는 걸작이다.

다른 단편들을 리뷰하고 끝내자고 한다 '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는 배우자의 불륜을 희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품이다. '약한 마음'은 모든 이들이 행복지기를 바라던 한 청년이 끝내 미쳐버린 이야기를 통해 아가페적인 사랑과 그것의 무거움을 다루고 있다. 타인과의 공명과 그 축축한 무드라는 점에서 '약한 마음'은 '백야'하고 연관해서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을듯 하다. ' 와 연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