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uper Furry Animals - Slow Life
개인적으로 2000년대 영국 브릿팝 후예 중에서 가장 훌륭타할만한 밴드는 슈퍼 퍼리 애니멀즈라 생각합니다. 라디오헤드처럼 자의식 강박에 걸리지 않고도 (아무리 키드 A가 훌륭하다고 해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라디오헤드 음악은 참 듣기 힘든게 되버렸습니다.) 초현실적인 유머 감각과 테크노와 고전적인 팝스를 넘나드는 센스는 미국의 플레이밍 립스와 비견해도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앨범이든 기본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니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작 [Rings around the World]은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라면 이번에 사서 듣게 된 2003년작 [Phantom Power]는 그 도약에서 만개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Slow Life> 이 곡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곡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카르멘을 인용하면서 몸을 흔들어도 괜찮을 법한 레이브 뮤직과 사람을 한순간에 나꿔채는 순도높은 기타 팝의 케미스트리가 뻥뻥 터지는게 혼절할 정도로 좋습니다. 한순간의 달콤한 꿈이였던 매드체스터가 다시 부활한 이 곡만으로도 슈퍼 퍼리 애니멀즈는 높게 대접받아야 합니다(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2. The White Stripes - Ball and Biscuit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솔직히 [소셜 네트워크]를 보기 전까지는 그냥 괜찮다 인상이였는데 거기 도입부에서 이 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어느 순간 음악에 따라가는 절 발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리스트에 오르게 됬습니다. (아직 구매는 안 했어요.)
솔직히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이 앨범도 발표될 당시엔 여러모로 하이프다, 미래다, 아니다로 논쟁이 많았는데 7년이나 지난 지금 들어보면 이들은 조금 굴곡은 있을지언정 반짝하는 재기만으로 버티는 밴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분동안 강하고 진한 블루스와 컨트리의 향취와 그와 대조되는 세련되고 날카로운 비트, 야비하게 내뱉는 잭 화이트의 보컬이 천천히 달아오르다가 중간 부분에서 폭발하는 강렬한 쾌감은 여러모로 레드 제플린이 안겨줬던 쾌감과 많이 맞닿아 있습니다. 조금은 취향을 가리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곡입니다.
3. Tame Impala - Solitude is Bliss
테임 임팔라라고 하는 이 요상한 밴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입니다. 일전 쿨라 쉐이커 새 앨범 해설지에서 석원님은 지금 이 시대에서 '사이키델릭'을 온전히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이 테임 임팔라는 미 불가능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맛이 갔습니다.
핀볼처럼 튕겨져나가는 드럼 비트와 다소 뻥튀기가 심했던 당시 6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의 엣센스를 간결하게 잡아낸 연주 (특히 그 이펙트 걸린 도입부 기타는 혼절합니다), 존 레논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보컬이 제대로 아구가 맞아 떨어져 들어가는게 센스가 제법입니다. 아직 앨범은 구하지 못하고 MP3만 가지고 있는데 언젠가 정식으로 앨범을 구한다면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4. Cloud Nothings - Hey Cool Kid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는 솔직히 한국에서 제대로 냉대받는 밴드입니다. 그들은 로파이 개러지 팝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조악한 녹음에 1-3분 내에 쇼부를 보는 멜로디와 연주가 굿잡이였고, 천하의 스트록스조차 이들의 마이너 카피였다고 고백하는, 한마디로 위풍당당한 밴드였는데 한국에서는 스트록스만 줄창 이야기되고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는 언급이 없더라고요.
아무튼 클라우드 낫싱은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의 가이드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인디 팝 밴드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곡은 처음엔 '녹음을 잘못했나?'라고 잠시 생각할 정도로 보컬을 포함한 전반적인 소리들이 둔탁하게 뭉그려져 들립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주 단순하지만 캐치한 멜로디를 담고 있는 구절로 3분동안 청자를 롤러코스터를 태우고 있습니다. 한 번 들으면 계속 반복해서 부르게 됩니다.
이상하게 해외에서도 별다른 언급없이 넘어간 밴드인데, 이 곡이 수록된 앨범 [Turning On]은 꽤 괜찮습니다. 다소 풋풋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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