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사놓고 이야기 안 하는 앨범들이 많습니다.
캣 스티븐스는 일단 라벨을 붙이자면 70's 싱어송라이터에 속할만한 인물입니다. 캐롤 킹, 로라 나이로, 조니 미첼이 걸작을 줄줄이 발표하던 시절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시기적으로도 타당하죠. 다만 캣 스티븐슨은 열거했던 이들과 좀 더 사회파적입니다. 저 중 개중 닮은 사람이 우드스탁과 환경보호 찬가를 짓고 미국에 대해 다소 제3자적인 시선([The Hissing of Summer Lawns] 커버로 집약됩니다.)을 종종 취했던 조니 미첼일겁니다. (둘다 미국 출신이 아니라는 것도 비슷하네요.)
어찌보면 캣 스티븐슨은 브리티시 포크 씬이 배출해낸 스타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페어포트나 닉 드레이크, 버트 잰쉬 모두 영국은 몰라도, 미국에서 성공하진 못했죠. 닉 드레이크는 영국에서조차 성공하지 못했고... 안습.) 캣 스티븐슨의 쟁글거리는 기타는 버트 잰쉬의 신들린 아르페지오 기타 주법를 적용시키고 있고, 앨범 곳곳에서 들리는 잔잔한 현악 연주는 분명 닉 드레이크의 [Five Leaves Left]에서 들을 수 있었던, 조 보이드와 로버트 커비의 현악 어레인지의 향취가 느껴집니다. 물론 사이먼 앤 가펑클이나 킹크스 같은 포근하지만 성찰적인 메세지를 추구하는 지성적인 소프트 록의 영향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Sad Lisa'는 그런 캣 스티븐스의 매력이 한껏 살아있는 곡입니다. 잔잔히 울리는 피아노 멜로디로 서두를 연 뒤, 후렴구에 포크풍 핑거링 기타와 살짝 나른한 키보드로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다가 애절한 바이올린을 서두로 절제된 현악 연주가 등장하는 비감어린 곡입니다. 'Hardheaded woman' - 'Wild World'로 이어지는, 가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연인들에 대한 연작을 담은 가사 역시 그 비감에 강한 심상과 성찰을 제공하고 있고요. 차분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입니다.
이렇게 편안한 포크 팝을 기조로 하면서, 지성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는 캣 스티븐스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컬리지 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후일 컬리지 록의 대모로 자리잡은 10,000 매니악스가 캣 스티븐스의 곡 ('Peace Train')을 커버한 것은 강력한 물증이고요. 그 점에서 이 곡과 이 곡이 실린 [Tea for the Tillerman]은 '어떻게 부드럽게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만드는가' 라는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내놨다는 점에서 명반이 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딱히 이런 장르를 좋아해서 이러는건 아니라능
다만 유스프 이슬람 개명 이후 행적은... 아 잊어버리도록 하죠. 유스프 슨샘은 그게 옮다고 생각했겠지만 저에겐 그저 원리주의자의 몰이해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김지하 슨샘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矢野顕子 - 気球に乗って/へこりぷたぁ (0) | 2010.12.14 |
---|---|
James Blake - CMYK/Limit To Your Love (4) | 2010.12.12 |
일단 러프하게 10장을 꼽아봤습니다. (6) | 2010.12.09 |
A LONG LONG LONG VACATION (10) | 2010.12.06 |
[PV] Eva & the Heartmaker - Mr. Tokyo (0) | 201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