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3 ([本日は晴天なり])

giantroot2010. 12. 28. 23:44

2010/10/09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1 ([MUGEN], [東京], [キラキラ!])
2010/11/15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2 ([愛と笑いの夜], [サニーデイ・サービス])


-비록 돈은 왕창 깨졌지만, 서니 데이 서비스의 새 앨범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울지 않습니다. 정식 리뷰를 쓸까말까 생각하다가 일단은 메모로 정리 좀 해보려고 합니다.

-[MUGEN]은 여러모로 기타 중심의 팝이였던 전작들에서 멀리 나아간 앨범이였습니다. 기타가 등장하긴 하지만 기타보다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을 풍성하게 덧대어 곡을 이끌고 가는 방식을 채택한 이 앨범은 슬라이 스톤의 휭키한 기타, 사이키델릭 뮤직의 나른한 열락, 전원적인 포크 팝,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 1980년대 매드체스터의 전자음을 긍정하는 헐거우면서도 쿨한 리듬, 핫피 엔도에서 비롯된 분카이 로크의 지성미와 담백한 훅이 정갈히 블렌드된, 기묘한 떨림과 매혹을 가지고 있었던 앨범이였습니다.

-이후 나온 [LOVE ALBUM]을 듣지 못했지만, '사실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렇게 공을 많이 들인 편은 아니다'  투의 소카베의 발언들을 볼때 사실상 음악적으로는 [MUGEN]이 서니 데이 서비스의 절정이자 마지막이였다고 보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本日は晴天なり]는 [MUGEN] 이전의 서니 데이 서비스와 [MUGEN]의 서니 데이 서비스가 만난듯한 앨범입니다. 한마디로 슈퍼 서니 데이 서비스 대전이라고 할까요? 이 앨범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서니 데이의 모습들을 하나씩 꺼내 재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풋이 깔리는 퍼즈 톤의 오르간과 쟁글거리는 기타로 여는 <恋人たち>는 우리가 서니 데이 서비스에게 기대했을법한 낭만을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첫 싱글 <ふたつのハート>는 익숙한 진행과 맑은 기타로 [愛と笑いの夜]의 애잔한 감수성을 재현하고 있으며, <南口の恋>는 부드럽지만 강단있는 일렉 기타와 드러밍으로 통통 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휭키한 무드의 <まわる花 >를 기점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점점 정적으로 변하는데, 가라 <Dead Flowers>, 마지막 곡 <だれも知らなかった朝に>은 그 점에서 훌륭한 발라드 튠을 보여주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카베 케이이치의 작곡 실력은 여전히 쌩쌩한데다 특유의 낭만적 감수성도 선연합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은 <Poetic Light –まよなか–>였습니다. 복고적인 드럼 머신의 정갈한 드러밍과 통기타 하나만으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쓱하고 스쳐지나가는 SFX 정도로 곡을 꾸려가고 있는데, 소리를 두텁고 정교하게 짜매었던 [MUGEN]이나 조금씩 확장되던 소리를 담고 있던 세임 타이틀, 단촐한 악기 구성으로 깊은 감수성을 표현했던 [東京]이나 [愛と笑いの夜]와 다른 지향점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비움과 채움의 절묘한 신공이 드러나는 이 순간, 저는 정말 소카베 케이이치가 대단한 음악가라는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컬 창법도 많이 걸걸해졌습니다. 역시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의 로큰롤을 거치니 뭔가 달라진거겠죠. 그래서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세월의 흐름에 나이를 먹은 어른의 모습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엔 어떤 집착이나 강박관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는 걸 거부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기백이 서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의 서니 데이 서비스는 올해 나왔던 틴에이지 팬클럽 새 앨범하고 겹쳐보입니다.

-결론은... 저에게 2010년 일본 음악은 이 앨범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PV] Supercar - Sunday People  (2) 2011.01.08
Noisettes - Wild Young Heart  (2) 2011.01.03
[PV] Shad - Rose Garden  (0) 2010.12.20
201012 최근 버닝하는 음악  (4) 2010.12.19
矢野顕子 - 気球に乗って/へこりぷたぁ  (0) 201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