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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weet Symphony
카녜 웨스트의 새 앨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피치포크 10.0점의 걸작? 30분짜리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프로그레시브 힙합 앨범? 오토튠 진화 과정을 담은 앨범? 빌보트 차트 1위의 반상업적 앨범? 아님 이해할 수 없는 앨범?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 말들은 모두 중심을 빗겨나갔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모든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카녜 웨스트 새 앨범이 그렇다. 따라서 이 리뷰 역시 중심을 비껴나간 리뷰가 될 수 밖에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난 이게 힙합판 (아케이드 파이어의) [Neon Bible]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네그리튀드적 관점이 추가되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나온다고 하면 어떨까? 다시 말하자면 이 앨범은 이 앨범은 마술적 리얼리즘과 인생의 희노애락과 사회에 대한 종말론적인 시선으로 이뤄진 컨셉 앨범이다. 이 역시 정확한 설명도 아닐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기묘하게 뒤틀어진 가스펠 코러스, 적절히 끼어드는 킹 크림슨의 <21st century schizoid man> 샘플링과 고조되어가는 베이스와 전자 기타가 인상적인 첫 싱글 <Power>에서 카녜는 그동안 있었던 언론의 조롱과 미국 우파를 비난하며, 종말론의 21세기를 살아가는 편집증 니가 예술가를 형상화해낸다. 물론 자기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I guess every superhero need his theme music') 이 곡의 끝은 자기파괴적인데 ('Now this would be a beautiful death/Jumpin’ out the window/Lettin’ everything go'), 이런 관점은 이 앨범의 탐미적이면서도 세기말적인 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앨범 끝의 두 곡을 암시하고 있기도 한다.
간단한 인트로 뒤로 이어지는 <All of the Lights>는 이보다 자아성찰적이다. 폭발하는 브라스와 거친 탐탐 속에서 화자는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슬퍼하며, 한때 연인에게 거칠게 대했던 자신을 후회하면서 빛으로 대표되는 삶과 구원을 바라고 있다. 이 곡의 감수성은 비록 흑인이 아닌 청자에게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아름답다.
이후 이어지는 곡들도 비슷한 기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뭉그러진 비트 속에서 내면의 괴물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Monster>, 펫 샵 보이즈의 <It's a Sin>처럼 기독교적 원죄론과 인상적인 기타 솔로를을 바탕에 두고 있는 러브송 <Devil in a New Dress>, 내려찍는 금속성 피아노와 후반부의 오토튠 솔로가 인상적인 <Runaway>, 에이펙스 트윈의 <Avril 4th> 샘플링과 LFO 스타일의 인더스트리얼적 군악대 풍 드럼으로 처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Blame Game>이 그렇다. 이런 밀도높은 트랙의 끝엔 <Lost in the World>와 그 곡의 파트 2인 <Who Will Survive In America>가 자리잡고 있는데, 오토튠 아카펠라로 시작해 길 스콧 헤론의 묵시룩적인 시 낭독으로 완성되는 이 곡은 그야말로 멋진 마무리다.
프로덕션 측면에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2000년대 힙합의 한 흐름을 포용하고 있다. 데프 적스로 대표되는 추상적인 비트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레시브-언더그라운드 힙합이 그것이다. 긴 곡과 컨셉 앨범 같은 앨범 구성, <Monster>의 뭉그적거리며 소리와 날카로운 랩 사이를 떠다니는 인더스트리얼 비트와 <Blame Game>의 달달한 피아노 샘플링과 지직거리는 드럼 비트가 겹쳐 만들어내는 쓸쓸한 정경이 그 예일 것이다. 전작에서 미묘한 평가를 받았던 오토튠도 이 점에서 효과적으로 흡수되고 있다. 물론 제이 지 성공의 큰 축이였던 카녜답게 모든 곡들의 구조들은, 세련된 소울과 휭크 뮤직에 바탕을 두면서 상당한 수준의 플로우와 라임을 보여준다. <Runaway>나 <Devil in a New Dress>, <Power> 같은 곡들을 들어보라. 착착 달라붙는다.
지금까지 카녜의 대표작인 [Late Registration]은 제이 지의 [The Blueprint]처럼 힙합의 전형성에서 소울과 휭크, 보컬 뮤직의 유산을 세련되게 인용하면서 완성된 작품이였다. 이제 그는 자신이 만든 견고한 바탕을 배경으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비록 종종 대작에 대한 강박관념, 이런게 느껴지긴 하지만 듣는 쾌감이 뭔지 잘 알고 그걸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그런 카녜의 강박관념을 무색하게 한다. 큰 야심과 그에 걸맞는 아이디어와 포만감, 호소력으로 무장한, 진정한 클래식이다.
P.S. 앨범 컨셉과, 앨범 홍보를 위해 내놓은 아트워크들을 보면 이 앨범을 자넬 모나네의 [The Archandroid: Suites II And III]와 연결해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암묵적으로 한때 흑인들의 상상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됬던) '판타스틱'과 '퓨처리스틱'한 상상력이 이제 흑인 예술가들 사이에서 내뿜어지는 과정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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