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음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서 좋아하게 된 일본 뮤지션이 몇몇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서니 데이 서비스와 밴드 리더 소카베 케이이치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물론 호소노 하루오미도 있지만 둘 중에 누굴 선택할래 하면 5초 고민한 뒤 소카베 케이이치를 선택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정말 오래간만에 파고 싶어진 뮤지션에 대한 탐사기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를 처음 만난건 제가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때였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제 잘못도 있었지만, 그땐 너무 거기에 안 맞아서 사람들에게도 모를 세웠고 일부러 단체 생활에도 빠지고 그랬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에겐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일음에 빠지게 되었고, 서니 데이 서비스를 추천하는 글을 읽고 베스트 앨범을 받아서 (그땐 해외 결제 카드가 없어서...) 들었습니다.
충격이였습니다. 막 들으면서 울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상처받은 제 마음을 쓰다듬는 무심하지만 배려심 많은 멜로디와 가사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아무튼 그 베스트에 실린 'Baby Blue'는 정말 힘들때 큰 힘이 되준 트랙입니다. 동시에 일음 세계에 제대로 빠지게 됬습니다.
이후 간간히 꺼내듣다가, 해외 카드가 생기면서 '일본 음반을 지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처음으로 '사고 싶다!'라고 생각했던게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 솔로 앨범들이였습니다. 일본 여행도 그걸 목표로 삼았고요. 뭐 거기선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만 구했으니 반절의 성공이였지만... 결국 못 참고 북오프를 두군데나 털어서 기어이 서니 데이 서비스 앨범을 구하고 말았습니다. 더 나아가 아마존 재팬도 털어서 사랑과 웃음의 밤과 세임 타이틀도 주문했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제 일음 목표는 '소카베 케이이치 음반 다 구하기'입니다.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東京] (1996, MIDI)
물론 이게 첫 앨범은 아닙니다. 첫 앨범은 [若者たち]인데, 플리퍼스 추종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플리퍼스 기타에 매진하던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베스트에 실려있던 '若者たち' 같은 곡은 이후 서니 데이 서비스의 씨앗이 느껴집니다.
이 앨범은 두번째 앨범인데, 플리퍼스 기타의 흔적은 거의 사라져버렸고 (신시사이저 쓰는 걸 보면 느껴지긴 합니다만...) 대신 포크 록이라 해도 될 만큼 포크 중심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青春狂走曲' 같은 곡은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하고 많이 비슷합니다. 물론 핫피 엔도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같은 일본 밴드의 영향력도 느껴지고요. 전반적인 느낌은 和풍 포크 록에 가깝습니다.
음 그런데 솔직히 음악적으로 완성된 앨범은 아닙니다. 풋풋하면서 살짝 어색한 느낌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거든요. 이후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가 간 길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꽤 과도기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게다가 앨범 내내 풍기는 和풍 향기가 그런 느낌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恋におちたら', '恋色の街角' 같은 곡에선 지금과 같은 일상에서 사랑과 웃음을 이야기하는 서니 데이 서비스의 스타일이 완성된 걸 확인할 수 있는데다, 그 풋풋한 포크 록도 나름대로 맛이 있어서 쉽게 내치지 못하겠습니다.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MUGEN] (1999, MIDI)
이 사이에 앨범이 세 개나 있어서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뭐라 단정하기 힘듭니다만, 아무튼 이 앨범은 서니 데이 서비스 음악 세계의 완성본에 가깝다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東京] 시절의 풋풋함은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색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작곡이라는 측면에서도, 소리를 매만지는 측면에서도 지긋한 연륜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요?
60-70년대 클래시컬한 로큰롤부터 포크 록, 어쿠스틱 기타 팝, 핫피 엔도 식 일본식 로크부터 80년대 매드체스터의 헐렁한 그루브까지 많은 요소가 담겨있지만 꽤나 순도 높게 그걸 녹여놓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江ノ島'입니다. 무척이나 그루비하면서도 서정미가 한껏 고양되게 만드는 트랙입니다.
曽我部恵一BAND - [キラキラ!] (2007, ROSE RECORDS)
2000년 서니 데이 서비스가 해체 된 뒤, 유부남이 된 소카베 케이이치는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명의로 낸 앨범도 괜찮은 평을 듣던 와중에 그는 밴드를 하나 꾸립니다. 그게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입니다.
우선 이 앨범은 서니 데이 서비스하고 좀 많이 다릅니다. 이 앨범은 굉장히 로킹한 앨범입니다. 물론 서니 데이 서비스 시절에도 간간히 로크로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 앨범은 리미터 해제하고 마구 달립니다. 우선 기타가 두 대로 늘어 있는 힘껏 후려치고, 소카베 케이이치의 창법도 보드라움 대신 걸걸한 샤우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로킹한 부분만큼이나 낭만적인 감수성도 중시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블루 하츠 같은 일본 파워 팝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또한 서니 데이 서비스의 영향력도 느껴지는데, '青春狂走曲' 커버에서 소카베는 그 것을 공인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적었던 도쿄 앨범에 실렸던 그 곡을 다시 커버했는데, 원곡과는 다른 후련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만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그는 여기서 조용히 속삭이는 서정 대신 로크를 선택했거든요. 하지만 서니 데이 서비스의 감수성을 좋아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질주감도 사랑하신다면 좋아하실겁니다. 그 해에 발표된 그레이엄 콕슨의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과 더불어 솔로로 전향한 뮤지션의 패기넘치는 파워 팝 앨범입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를 처음 만난건 제가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때였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제 잘못도 있었지만, 그땐 너무 거기에 안 맞아서 사람들에게도 모를 세웠고 일부러 단체 생활에도 빠지고 그랬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에겐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일음에 빠지게 되었고, 서니 데이 서비스를 추천하는 글을 읽고 베스트 앨범을 받아서 (그땐 해외 결제 카드가 없어서...) 들었습니다.
충격이였습니다. 막 들으면서 울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상처받은 제 마음을 쓰다듬는 무심하지만 배려심 많은 멜로디와 가사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아무튼 그 베스트에 실린 'Baby Blue'는 정말 힘들때 큰 힘이 되준 트랙입니다. 동시에 일음 세계에 제대로 빠지게 됬습니다.
이후 간간히 꺼내듣다가, 해외 카드가 생기면서 '일본 음반을 지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처음으로 '사고 싶다!'라고 생각했던게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 솔로 앨범들이였습니다. 일본 여행도 그걸 목표로 삼았고요. 뭐 거기선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만 구했으니 반절의 성공이였지만... 결국 못 참고 북오프를 두군데나 털어서 기어이 서니 데이 서비스 앨범을 구하고 말았습니다. 더 나아가 아마존 재팬도 털어서 사랑과 웃음의 밤과 세임 타이틀도 주문했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제 일음 목표는 '소카베 케이이치 음반 다 구하기'입니다.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東京] (1996, MIDI)
물론 이게 첫 앨범은 아닙니다. 첫 앨범은 [若者たち]인데, 플리퍼스 추종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플리퍼스 기타에 매진하던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베스트에 실려있던 '若者たち' 같은 곡은 이후 서니 데이 서비스의 씨앗이 느껴집니다.
이 앨범은 두번째 앨범인데, 플리퍼스 기타의 흔적은 거의 사라져버렸고 (신시사이저 쓰는 걸 보면 느껴지긴 합니다만...) 대신 포크 록이라 해도 될 만큼 포크 중심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青春狂走曲' 같은 곡은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하고 많이 비슷합니다. 물론 핫피 엔도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같은 일본 밴드의 영향력도 느껴지고요. 전반적인 느낌은 和풍 포크 록에 가깝습니다.
음 그런데 솔직히 음악적으로 완성된 앨범은 아닙니다. 풋풋하면서 살짝 어색한 느낌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거든요. 이후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가 간 길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꽤 과도기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게다가 앨범 내내 풍기는 和풍 향기가 그런 느낌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恋におちたら', '恋色の街角' 같은 곡에선 지금과 같은 일상에서 사랑과 웃음을 이야기하는 서니 데이 서비스의 스타일이 완성된 걸 확인할 수 있는데다, 그 풋풋한 포크 록도 나름대로 맛이 있어서 쉽게 내치지 못하겠습니다.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MUGEN] (1999, MIDI)
이 사이에 앨범이 세 개나 있어서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뭐라 단정하기 힘듭니다만, 아무튼 이 앨범은 서니 데이 서비스 음악 세계의 완성본에 가깝다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東京] 시절의 풋풋함은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색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작곡이라는 측면에서도, 소리를 매만지는 측면에서도 지긋한 연륜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요?
60-70년대 클래시컬한 로큰롤부터 포크 록, 어쿠스틱 기타 팝, 핫피 엔도 식 일본식 로크부터 80년대 매드체스터의 헐렁한 그루브까지 많은 요소가 담겨있지만 꽤나 순도 높게 그걸 녹여놓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江ノ島'입니다. 무척이나 그루비하면서도 서정미가 한껏 고양되게 만드는 트랙입니다.
曽我部恵一BAND - [キラキラ!] (2007, ROSE RECORDS)
2000년 서니 데이 서비스가 해체 된 뒤, 유부남이 된 소카베 케이이치는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명의로 낸 앨범도 괜찮은 평을 듣던 와중에 그는 밴드를 하나 꾸립니다. 그게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입니다.
우선 이 앨범은 서니 데이 서비스하고 좀 많이 다릅니다. 이 앨범은 굉장히 로킹한 앨범입니다. 물론 서니 데이 서비스 시절에도 간간히 로크로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 앨범은 리미터 해제하고 마구 달립니다. 우선 기타가 두 대로 늘어 있는 힘껏 후려치고, 소카베 케이이치의 창법도 보드라움 대신 걸걸한 샤우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로킹한 부분만큼이나 낭만적인 감수성도 중시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블루 하츠 같은 일본 파워 팝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또한 서니 데이 서비스의 영향력도 느껴지는데, '青春狂走曲' 커버에서 소카베는 그 것을 공인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적었던 도쿄 앨범에 실렸던 그 곡을 다시 커버했는데, 원곡과는 다른 후련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만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그는 여기서 조용히 속삭이는 서정 대신 로크를 선택했거든요. 하지만 서니 데이 서비스의 감수성을 좋아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질주감도 사랑하신다면 좋아하실겁니다. 그 해에 발표된 그레이엄 콕슨의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과 더불어 솔로로 전향한 뮤지션의 패기넘치는 파워 팝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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