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타임머신을 부탁해요!

giantroot2010. 4. 26. 13:15

한국인들에게 카토 카즈히코(아 다시 한 번 명복을.)는 '임진강'하고 '사랑 기억하고 계십니까' 두 가지로만 각인되어 있는데, 그는 그 사이에 이런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 노래를 부른 밴드의 이름은 바로바로 사디스틱 미카 밴드Sadistic Mika Band/サディスティック・ミカ・バンド. 곡 제목은 타디스임머신을 부탁해요タイムマシンにおねがい
 
1970년대 초중반 카즈히코의 열렬한 팬(나쁘게 말하면 그루피)이였던 첫 부인 후쿠이 미카를 보컬로 내세운 이 밴드는 사실 저도 이름만 들었지 이번에야 처음 듣게 됬는데, 확실히 전설이라고 불릴만한 밴드더라고요. 우선 포크 밴드를 하던 카즈히코가 이런 로큰롤 휠에 능할줄은 미처 몰랐는데다 (이후 '사랑 기억하고 계십니까'를 생각하면 경악은 배로...) 미카 씨의 보컬이 너무 똑 부러져 실합니다. 후일 YMO로 유명해지는 타카하시 히로유키의 드라이빙 강한 드럼도 매력적입니다.

걔내들 표현을 빌리자면 和風이라고 할까? 그런 감수성도 느껴진다는게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는 에도 시절의 흥청거림에 비유했는데, 어느 정도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 제목은 쿠로후네, 흑선黒船입니다. 일본에서 록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어떤 자의식이 있었던 걸까요? 일본 역사에서 흑선이 일본 개항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들은 서양 문물인 록 음악을 흑선처럼 컬처 쇼크로 생각했던걸까요? 포크 크루세이더와 사디스틱 미카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는걸까요? 나중에라도 음반을 구하면 자세히 다루고 싶은 부분이지만, 북오프에서도 당 음반은 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서... ORZ.

그런 시리어스한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당대를 생각하면 굉장히 세련된 곡이라고 저도 말하고 싶군요. 일음의 세계는 역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당대의 대중 문화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었던 영미권 이외의 나라의 대중 음악 문화 양태를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한국은 그러지 못했죠.

...왜 포스팅하게 됬냐면 어제 MSN 챗질하다가 문득 블루노래방 이야기가 나와서 이 노래를 거기서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포스팅하게 됬습니다. ('그 분'이 오면 탬버린 흔들면서 부릅니다.) 그나저나 현지 일본인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네들이 한국에 와서 신중현이나 산울림, 키 보이즈, 데블즈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