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Oar] / [Abracadabra: The Asylum Years]

giantroot2010. 4. 24. 19:13

Alexander "Skip" Spence - [Oar] (1969, Columbia)

음반에 대한 기본 정보는 http://giantroot.pe.kr/988 여기에 적혀있으니 생략.

이 아저씨가 중요 멤버가 있던 모비 그레이프는 들은 적이 없지만 (들으려고 했는데 1집 절판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죽기 전에 들어봐야 할... 책을 읽다가 애시드 포크라는 말에 (안되는) 해외 주문 때려서 사온 음반인데, 말 그대로 기이한 앨범입니다. 

굉장히 룻시한 음악을 바탕에 두고 있고, 스킵 아저씨가 노래 부르는 방식도 부활한 과거 블루그래스 뮤지션이 기타 하나 턱 메고 동네 떠돌며 노래 부르는 간지지만, 이 앨범을 차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감수성은 마약을 상용하는 히피의 것입니다. 아무튼 전반적인 앨범 느낌이 밤 중에 고속도로로 드라이브하다가 폐쇄된 오싹한 휴게소(그러니까 대략 이런 간지)나 사일런트 힐를 발견한 듯한 기분입니다. 밤에 들으면 좀 무섭습니다. 특히 'War in Peace' 같은 곡은.

이 앨범이 보여주는 감수성을 사이키델릭이라고 부를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사이키델릭, 하면 소리를 꽉꽉 채운-최근의 예론 애니멀 콜렉티브-삼라만상 같은 걸 생각하는데, 이 앨범은 그 점에서 간단하지만 코페르니쿠스적 개가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각적인 사이키델릭이라고 할까요. 최근의 앨범을 예로 들자면 [IRM]을 들 수 있겠군요. 그러고 보니 벡도 이 아저씨 추종자라 했죠. 음음.

공감각적인 사이키델릭이라는 신 영역을 개척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재평가 받아야 할 앨범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애시드 포크라는 점에서도 꽤 좋은 앨범입니다.

Judee Sill - [Abracadabra - The Asylum Years] (1971;1973, Asylum)

이 누님 역시 그리 오래 살지도 못하고 생전엔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한데다 재발굴된 지금도 인기는 그닥..인 뮤지션이네요. 쥬디 씰은 1970년대 초반에 1,2집([S/T], [Heart Food])만 내고 1979년 산화한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인데, 이 앨범은 그 1,2집을 합본해 놓은 것입니다. 사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낮기로 유명하지만 우째 된 일인지 한국에 나오게 됬습니다. 사실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의 주인장인 석원님이 해설/번역을 담당했다고 해서 생계에 도움을 될까 사왔습니다.

가스펠, 블루스, 포크를 바탕으로 삼은 그녀의 (비슷한 성향이라 할 수 있는 스킵 스펜스와 달리) 첫 인상은 굉장히 청아합니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이 쪽 역시 굉장히 영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석원님 말씸처럼 전반적인 어레인지가 바흐 간지(를 위시한 바로크 간지) 필이 좍좍 나는데 이게 바시티 버넌의 동화적 초속하고도 차별되는, 신실하면서도 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운을 마구 뿜어냅니다. 맑지만 체념의 기운이 서려있는 쥬디 씰 누님의 보컬과 모호한 가사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종교적인 초속이라고 할까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대체적으로 1집 평이 좀 더 좋던것 같던데, 확실히 1집이 인상이 강합니다. 가장 유명한 곡인 'Crayon Angels'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고 마지막 트랙 'Abracadabra'가 꽤 간지폭풍(정말 정곡을 찌르는 어레인지가 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인지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2집이 나쁜게 아니고... 2집도 좋죠. 어레인지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어레인지 공부 말고도 일반 리스너가 듣기에도 정말 감동적인 앨범입니다.

한국판은 가격도 싸고, 충실한 해설지가 있고, 질도 합격점인데... 종이 케이스가 지.나.치.게.빡.빡.합.니.다.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용을 써야지 간신히 빼지더라고요. 다시 넣었을때 고생할까봐 두려워서 넣지도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