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부산영화제 2

아쿠아리우스 [Aquarius] (2016)

[아쿠아리우스]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것은 인물보다도 브라질 동남부 해안도시 헤시피의 옛날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다. 흑백으로 이뤄진 이 사진들이 배치된 이유는 명백하다: 클레베 멘돈사 필로에겐 어떤 인물보다도 헤시피라는 공간이 중요하다. 그는 헤시피라는 공간이 거쳐왔던 역사를 짧게라도 좋으니 관객들이 학습하길 바란다. 이런 욕망에는 매우 향토적인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필로의 고향은 바로 헤시피이며, 그의 전작 [네이버링 사운즈] 역시 헤시피가 배경인 영화다. 낡은 엽서 같은 사진들에서 시작한 영화는 다음 시퀀스에서 곧 인물로 좁혀들어간다. 하지만 필로는 곧장 시놉시스를 보고 상상할법한 클라라의 현재로 들어오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클라라의 과거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필로는 클라..

하모니움 [淵に立つ / Harmonium] (2016)

[하모니움]의 도입부를 장식하는건 스즈오카 부부의 딸 호타루의 풍금에 맞춰 울러퍼지는 메트로놈의 음이다. 그리고 음에 맞춰 조각조각난 타이틀 '늪에 서다'라는 타이틀이 붙어졌다가 다시 사라진다. 마치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산산조각나 사라지는 것처럼 맞춰진 오프닝 시퀀스는 불길함을 안기기 충분하다. 후카다 코지는 당돌하게도 다음 시퀀스로 오즈 야스지로가 세계 영화계에 남긴 유산 중 하나인, '가족이 밥을 먹는 장면'을 이어간다. 하지만 [하모니움]의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밥상에서 나누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죄에 관한 대사도 그렇지만, 침침한 조명과 다소 스산한 기운이 스며든 스즈오카 가족의 식탁엔 활기참이나 친밀함은 없다. 오즈의 밥상을 의도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