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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野火 / Fires on the Plain] (2014)

시작은 따귀다. 첫 샷에서 츠카모토 신야는 자신을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무자비하게 자신을 구타한다. 이 폭력이 담긴 샷들은 거칠고 불안정하다. 츠카모토는 이 도입부를 통해 자신의 첫 전쟁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몸에다 새겨넣으려고 애쓴다. 그의 영화가 과잉된 육체와 속도의 에너지를 만화적 과장을 무릎쓰더라도 프레임에 새겨넣으려는 연출로 유명해졌다는걸 생각해보자. 츠카모토에게 전장은, 감당할 수 없는 감각의 과잉으로 넘쳐나는 장소다. 그 점에서 [노비]의 따귀는 어떤 약함도 허용되지 않는 과잉된 현장을 육체에 체득하기 위한 통과의례다. 하지만 [노비]는 츠카모토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노비]의 원작은 오오카와 쇼헤이의 체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 원작은 이미 이치가와 곤이 ..

더 홈즈맨 [The Homesman] (2014)

(누설이 있습니다.) 배우 토미 리 존스의 감독 생활은 현재까지 서부극의 영역에 천착해 있다. 엘머 크레튼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한 감독 데뷔작 [라스트 카우보이]는 늙어가는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였고, 감독으로써 재능을 확인시켜준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 번의 장례식]은 [바벨]과 [21그램]으로 유명한 기예르모 아리아가가 써내리고 죽은 멕시코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텍사스 보안관을 주인공으로 삼은, 현대에 이식된 서부극이었다. 본인이 텍사스 출신이기도 한 토미 리 존슨은 자신의 연출작에서도 그 강건하면서도 내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품고 사는 '미국인'의 전형을 연기해왔다. 그 점에서 [더 홈즈맨]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탕아와 같은 영화다. 글렌던 스와트와웃의 동명 소설을 ..

팔로우 [It Follows] (2014)

팔로우 (2015)It Follows 6.5감독데이빗 로버트 미첼출연마이카 먼로, 린다 보스톤, 케어 길크리스트, 올리비아 루카르디, 제이크 웨어리정보공포 | 미국 | 100 분 | 2015-04-02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의 도입부는 그야말로 효율적이다. 우선 미첼은 디트로이트라는 분명한 공간을 설정해놓고 롱테이크로 애니라는 희생자의 동선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이를 통해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있는 인물의 심리가 안정되지 못하고 무한한 반복을 통해 이 영화의 운동 이미지가 일종의 순환 구조를 이룰것이라는걸 명백하게 한다. (이 점에서 [팔로우]의 도입부는 철창 안에 갇혀 바이크 쇼를 벌이는 장면으로 열였던 데릭 시엔프렌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랑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