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이 내게 들려준 시 영화가 가장 닮은 문학 장르는 의외로 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과관계로 진행되긴 하지만, 영상이 우리 머릿속에 틀어박히는 방법은 추상적이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굴비 엮듯 엮여서 하나의 뜻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은 시 읽는 방식과 비슷하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은 그런 영상의 추상성과 시적 감흥을 극대화시킨 영화이다. [벌집의 정령]은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한다. 1940년 스페인의 카스티야 고원 시골 마을에 [프랑켄슈타인]이 상영된다. 두 자매인 아나와 이사벨은 그 영화에 흠뻑 빠지고, 아나는 언니인 이사벨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진짜 죽었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이사벨은 "프랑켄슈타인은 안 죽었어. 난 그를 봤지"라고 대답해준다. 이후 아나는 그 말을 믿고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