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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Le lion est mort ce soir / The Lion Sleeps Tonight] (2017)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카메라가 돌아간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배우는 테라스에 있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이때 카메라는 늙은 배우의 얼굴로 다가간다. 스와 노부히로는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를 시작하면서, 의도적인 기만을 부린다. 사전정보 없이 이 영화의 도입부를 보게 된다면, 시퀀스 배치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위화감을 받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시작으로 하다니. 당연하겠지만 이 장면은 극중극이다. 컷 소리와 함께 배우는 눈을 다시 뜨게 되고, 다음 시퀀스인 분장실로 넘어간다. 촬영을 종료하고 장은 스태프에게 말한다. 옛날 독립 영화는 원 신 원 컷으로 찍었고 다음이 없었다고. 스와는 여기에 동조하듯이 도입부를 원 신 원 컷으로 찍었다. 시간 이미지가 타임코드의 데이터로 기록되는 시대에서 스와..

은빛 지구 [Na srebrnym globie / On the Silver Globe] (1988)

한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쓰면서, 제작 당시 상황은 영화 속 샷과 시퀀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긴 하다. 현장에서 누가 싸웠다던가, 이 장면은 어떤 과정으로 찍었고 어떤 난항을 겪었는지 같은 정보는 샷과 시퀀스의 의중을 파악할 단서와 더불어 논리의 근거를 더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제작 당시 상황은 앞으로 펼쳐질 서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현실을 허구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순간 영화는 메타픽션의 미로가 되버린다. 그럼에도 제작 당시 상황을 영화로 끌고 왔다면 그래야만 했던 사정과 고백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오손 웰즈가 있다. [위대한 앰버슨가]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웰즈의 영화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무자비한 편집 가위와 관객들의 무관심 속에서 투쟁..

Can - She Brings the Rain

벼르고 벼르던 캔의 [Soundtracks] 앨범을 샀습니다. 리뷰에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딥 엔드에 이들의 'Mother Sky'가 실렸거든요. 캔을 좋아하는지 사야지 생각하다가 결국 샀습니다. 근데 문제는 [딥 엔드] 말고는 다른 영화들은 제가 모릅.... [Deadlock]은 독일산 네오 서부극이라는 얘길 들었습니다만. 영화랑 음악 모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뉴 저먼 시네마와 크라우트 록의 연계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탐구 대상이 될것 같습니다. 앨범 자체는 음... 과도기적이에요. 'Mother Sky'는 확실히 다모 시절을 연상시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말콤 무니 시절 곡은 처음 들어보는 거긴 한데, 이 곡 같은 경우엔... 싸이키델릭 재즈 팝이네요. 다모 시절을 대표하는..

패터슨 [Paterson] (2016)

뉴저지 주 패터슨 시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구 10만명 정도 되는 이 소도시는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는걸 제외하면 흔한 교외 지역이다. 하지만 짐 자무시의 눈에 이 평범함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강점이다. [패터슨]은 일종의 농담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패터슨 시에 사는 버스 드라이버이자 시인 패터슨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하는)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코미디 영화인가 싶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유머기도 하다. 자무시가 유머를 싫어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A-B-A 구조가 문학의 운율이나 리듬을 연상케하는걸 주의해보면, [패터슨]의 반복된 유머는 영화의 구조를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다르 이후에 데뷔한 영화 감독답게 구조를 생각하면서 만드는 감독이긴 했지만, [패터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