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아직 다루지 않은 앨범들이 많이 남아있군요. 세 장은 중고로 구했지만, 바셀린즈는 신품으로 구했습니다. 아 정말 중고 손 대고 나서 음반 늘어나는게 기하급수... 그러니까 리스너 여러분들은 중고를 무시하고 신품만 구입하셔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금 소개하려는 4장의 앨범 모두 노이즈나 잡소리 같은 요소가 음악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차례차례 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뭔가 맛이 가버린듯한 평가를 받고 있는 추상 힙합의 대표주자 프리퓨즈 73의 2001년 데뷔작 [Vocal Studies + Uprock Narratives]입니다. 정말 운 좋게 중고로 구했습니다.
추상 힙합의 하위 장르인 글리치 (틱 딸깍 같은 잡소리를 비트로 만든 것) 합의 효율적인 견본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들어보니 의외로 소울풀한 면모도 있더라고요. 사실 전 SM스러운 글리치 사운드와 살벌한 래핑으로 갈궈대는 앨범을 생각했습니다. (엘-피 데뷔 앨범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글리치 특유의 차가움과 소울과 R&B의 전통적인 매력이 꽤 밀도높게 섞여있는게 발군입니다. 글리치 이펙트를 가지고 장난치는것도 업수이 들을게 아니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엘-피를 비롯한 추상 힙합 아해들도 요새 잠잠해진 것 같아요. 엘-피는 조용하고, RJD2는 "나는 싱어송라이터 왕이 되겠어!"하며 원피... 아니 기타 찾으러 데프 적스海를 떠났고, 프리퓨즈 73 신보도 왠지 별로인거 같고, 안티 팝 어쩌구블라블라는 최근에 재결성해서 앨범 냈는데 뭐 그닥.. 이게 모두 제지와 카네 때문입니다. (뭐임마)
그러고 보니 이 앨범도 글리치가 앨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죠. 오스트리아 출신 기타리스트인 펜(휀?)즈와 일본사카모토 류이치의 2007년 콜라보레이션 앨범 [Cendre]입니다. (전 이들을 Fennesz & Sakamoto로 태깅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상태좋은 중고로 구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야 유명하니 넘어가고, 펜즈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만난건 주니어 보이즈의 [Last Exit]에 실린 'Last Exit' 리믹스에서였습니다. 원곡도 워낙 조짱였는데, 펜즈의 리믹스도 상당히 괜찮아서 깜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곡의 멜로디와 비트를 노이즈로 치환한 뒤,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게 꽤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이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더니 나이가 의외로 많아서 또 깜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뭘 들어볼까...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Venice], [Endless Summer] (어?) 그리고 이 앨범으로 좁혀졌는데 이 앨범을 추천하는 한국 리스너들이 있어서 이걸 선택했지만 또 재고가 나가서 기다리다가 중고에서 건져냈다는 슬픈 이야기가 없습니다.
일단 이 앨범에서 글리치 비트는 정적인 편입니다. 글리치 특유의 노이즈나 잔향 같은게 있긴 하지만, 그루브보다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할까요. ('Amorph')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연주 역시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찝자면 에릭 사티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배경에 조용히 깔리는 글리치 비트와 달리 이 피아노 연주는 꽤 분명하게 자기 소리를 내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Glow'처럼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고요한 와중에도 정서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여튼 이런 분위기나 정념에 집중하는 앨범의 관건은 '그 분위기가 얼마나 효과적인가'인데, 그 점에서 볼 때 이 앨범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Last Exit' 펜즈 리믹스의 몽환적인 정경을 즐겼던 저로써는 꽤 만족스럽니다.
그러고보니 이 분들도 랩탑으로 작업하고 연주하시더라고요.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그것도 상태 좋고, 가격 싼 중고를 구했습니다. (눈물) 정말 이거 구하느라 엿 먹었던걸 생각해보면 (다시 눈물)
개인적으로 프리퓨즈 73이나 펜즈 & 사카모토가 노이즈-비트(혹은 그루브)에 대한 고민이 돋보인다면, 라디오 디파트하고 바셀린즈는 노이즈-멜로디에 대한 고민이 돋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만큼 후자의 두 앨범에서 노이즈와 멜로디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일단 이 앨범의 전략 자체는 이미 8-90년대 슈게이징 뮤지션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수줍고 숫기없는 몽환적인 노이즈와 팝 멜로디가 결합된거죠. 다만 북유럽 발 일렉트로닉의 영향도 꽤 많이 느껴지는게 이색적입니다. (비요크라던지, 로익솝이라던지) 리바이벌이라면 리바이벌이겠지만 이 정도라면 꽤 수준급입니다. 지금 날씨와 잘 어울리는 음악 같습니다.
석원님의 재정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반농담) 신품으로 구입했습니다.
바셀린즈도 노이즈가 팝 멜로디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라디오 디파트하고 비슷한 노선을 띄고 있지만, 이들은 초속적이긴커녕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합니다. 같은 노이즈 록/팝이라도 JAMC나 마블발 과보다는 픽시즈 과에 가깝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이들은 곡조가 분명한 뼈대를 가지고 있고, 노이즈도 라디오 디파트보다 화끈합니다.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곡의 구조를 복잡하게 발전시킨 곡들 ('Lovecraft'나 'Oliver Twisted')이 보이는데, 이들의 때이른 해산(최근에 재결합했다고 하네요.)이 아쉬워지는 부분입니다. 허나 그와 별개로 이들의 매력은 꽤 독특합니다. 무표정 뒤에 숨어있는 부글부글 끓는 10대의 욕망과 수줍음이라고 할까요.
여튼 노이즈/인디 팝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약 픽시즈를 좋아하신다면? 그럼 당연히 사셔야 합니다. (단호) 일단 음악사적으로 봐도 꽤 의의가 있는 그룹이고 앨범 자체도 비록 컴필이지만, 그들이 발표한 전 곡을 담았다는 점도 굉장히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기왕인김에 비트볼에서 나온 한국판으로 사주시..(퍽)
우연의 일치인지, 지금 소개하려는 4장의 앨범 모두 노이즈나 잡소리 같은 요소가 음악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차례차례 쓰도록 하겠습니다.
Prefuse 73 - [Vocal Studies + Uprock Narratives] (2001, Warp)
추상 힙합의 하위 장르인 글리치 (틱 딸깍 같은 잡소리를 비트로 만든 것) 합의 효율적인 견본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들어보니 의외로 소울풀한 면모도 있더라고요. 사실 전 SM스러운 글리치 사운드와 살벌한 래핑으로 갈궈대는 앨범을 생각했습니다. (엘-피 데뷔 앨범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글리치 특유의 차가움과 소울과 R&B의 전통적인 매력이 꽤 밀도높게 섞여있는게 발군입니다. 글리치 이펙트를 가지고 장난치는것도 업수이 들을게 아니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엘-피를 비롯한 추상 힙합 아해들도 요새 잠잠해진 것 같아요. 엘-피는 조용하고, RJD2는 "나는 싱어송라이터 왕이 되겠어!"하며 원피... 아니 기타 찾으러 데프 적스海를 떠났고, 프리퓨즈 73 신보도 왠지 별로인거 같고, 안티 팝 어쩌구블라블라는 최근에 재결성해서 앨범 냈는데 뭐 그닥.. 이게 모두 제지와 카네 때문입니다. (뭐임마)
Fennesz & Sakamoto - [Cendre] (2007, Touch)
사카모토 류이치야 유명하니 넘어가고, 펜즈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만난건 주니어 보이즈의 [Last Exit]에 실린 'Last Exit' 리믹스에서였습니다. 원곡도 워낙 조짱였는데, 펜즈의 리믹스도 상당히 괜찮아서 깜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곡의 멜로디와 비트를 노이즈로 치환한 뒤,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게 꽤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이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더니 나이가 의외로 많아서 또 깜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뭘 들어볼까...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Venice], [Endless Summer] (어?) 그리고 이 앨범으로 좁혀졌는데 이 앨범을 추천하는 한국 리스너들이 있어서 이걸 선택했지만 또 재고가 나가서 기다리다가 중고에서 건져냈다는 슬픈 이야기가 없습니다.
일단 이 앨범에서 글리치 비트는 정적인 편입니다. 글리치 특유의 노이즈나 잔향 같은게 있긴 하지만, 그루브보다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할까요. ('Amorph')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연주 역시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찝자면 에릭 사티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배경에 조용히 깔리는 글리치 비트와 달리 이 피아노 연주는 꽤 분명하게 자기 소리를 내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Glow'처럼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고요한 와중에도 정서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여튼 이런 분위기나 정념에 집중하는 앨범의 관건은 '그 분위기가 얼마나 효과적인가'인데, 그 점에서 볼 때 이 앨범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Last Exit' 펜즈 리믹스의 몽환적인 정경을 즐겼던 저로써는 꽤 만족스럽니다.
그러고보니 이 분들도 랩탑으로 작업하고 연주하시더라고요.
The Radio Dept. - [Lesser Matters] (2003, XL/Labrador)
개인적으로 프리퓨즈 73이나 펜즈 & 사카모토가 노이즈-비트(혹은 그루브)에 대한 고민이 돋보인다면, 라디오 디파트하고 바셀린즈는 노이즈-멜로디에 대한 고민이 돋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만큼 후자의 두 앨범에서 노이즈와 멜로디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일단 이 앨범의 전략 자체는 이미 8-90년대 슈게이징 뮤지션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수줍고 숫기없는 몽환적인 노이즈와 팝 멜로디가 결합된거죠. 다만 북유럽 발 일렉트로닉의 영향도 꽤 많이 느껴지는게 이색적입니다. (비요크라던지, 로익솝이라던지) 리바이벌이라면 리바이벌이겠지만 이 정도라면 꽤 수준급입니다. 지금 날씨와 잘 어울리는 음악 같습니다.
The Vaselines - [Enter the Vaselines: Deluxe Edition] (2009, Sub Pop)
바셀린즈도 노이즈가 팝 멜로디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라디오 디파트하고 비슷한 노선을 띄고 있지만, 이들은 초속적이긴커녕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합니다. 같은 노이즈 록/팝이라도 JAMC나 마블발 과보다는 픽시즈 과에 가깝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이들은 곡조가 분명한 뼈대를 가지고 있고, 노이즈도 라디오 디파트보다 화끈합니다.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곡의 구조를 복잡하게 발전시킨 곡들 ('Lovecraft'나 'Oliver Twisted')이 보이는데, 이들의 때이른 해산(최근에 재결합했다고 하네요.)이 아쉬워지는 부분입니다. 허나 그와 별개로 이들의 매력은 꽤 독특합니다. 무표정 뒤에 숨어있는 부글부글 끓는 10대의 욕망과 수줍음이라고 할까요.
여튼 노이즈/인디 팝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약 픽시즈를 좋아하신다면? 그럼 당연히 사셔야 합니다. (단호) 일단 음악사적으로 봐도 꽤 의의가 있는 그룹이고 앨범 자체도 비록 컴필이지만, 그들이 발표한 전 곡을 담았다는 점도 굉장히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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