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20091119 음반일기 - 그들은 맨체스터에서 왔다 01 (복통과 빈둥거림과 마법약의 시간)

giantroot2009. 11. 17. 23:28

The Fall - [Hex Endution Hour] (1982, Kamera)
Happy Mondays - [Pills 'n' Thrills and Bellyaches] (1990, Factory)
Happy Mondays - [Bummed] (1988, Factory)

원래 월요일에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지금 포스팅합니다. 사실 보고서 치느라 블로그질도 건너뛰고 밤샘한 반동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세 앨범 다 공교롭게도 맨체스터에서 왔습니다. 모 님처럼 맨체스터에 체류하고 있지도 않은데 이런 음반들이나 한꺼번에 모으다니 저도 참 별종입니다. 그만큼 전 맨체스터 로컬 음악을 사랑합니다. 이러다_나중에_맨체스터에서_밴드 결성할 기세_.txt (퍽)

각설하고 음악적으로도 이 둘은 연관상이 있습니다. 맨체스터 댄스 록 연대기라고 할까요. 더 폴의 앨범을 들으면서 이들은 영국의 토킹 헤즈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리한 가사를 투덜대면서 부르는 보컬과 포스트 펑크를 댄서블하게 개조한 점이 그렇죠. 하지만 토킹 헤즈와 달리 얘네들은 어... 좀 더 영국스럽고, 더 펑크스럽고 (직선적), 더 신경질적이고, 컨트리 필도 나고, 덜 먹물스럽습니다. 예스! 이스 미스(?) 씨 보컬도 번 아저씨와 달리 남성적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각설하고 확실히 더 폴은 조이 디비전이나 버즈콕스와 함께 초기 맨체스터 로컬 밴드의 핵심으로 칭송받을만 합니다.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무병장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밴드도 30년씩이나 잘 굴러가고 있고요.

그런데 솔직히 이 앨범 말고 첫 앨범인 [위치 트라이얼에서 라이브 Live at the Witch Trials]나 대표작인 [이 국가의 은총 This Nation's Saving Grace]-베거스 아카이브로 나온다는데 감감무소식...-같은 앨범들을 먼저 듣고 싶었는데, 엉뚱하게도 이게 먼저 덜컥 유니버설 딜럭스 에디션으로 재판되어버리더라고요. 역시 [양들의 침묵] ('Hip Priest') 보정 때문인가... 올해 킹크스의 지방 녹지 보존 위원회 앨범도 이런 루트를 밟더니 아무래도 생추어리 레코드가 유니버설 딜럭스 에디션으로 세계구급 장사를 해보고 심상인가 봅니다. 뭐 그래도 일단 위치 트라이얼 앨범도 저런 식으로 재판될 것 같으니 경사로세 경사로세 (?)

해피 먼데이즈의 Bummed(이하 빈둥 앨범)와 Pills 'n' Thrills and Bellyaches (이하 알약복통 앨범)... 사연 참 징한 앨범입니다. 우선 이 딜럭스 에디션이 의외로 재고가 들쑥날쑥했는데 알고 봤더니 영국에서는 의외로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마존에서는 거의 장기 품절 상태) 게다가 저 알약복통 앨범은 그 들쑥날쑥 재고 전쟁이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심해서 마지막 품절 이후 6개월 동안 재고의 재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타이밍 좋게도 두 앨범 모두 재고가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폭사 (자랑이다)

해피 먼데이즈는 요새 소위 댄스 펑크니 레이브 록 같은 춤 출수 있는 록 뮤직의 선조로 불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장담하건데 요새 애들-랩처나 !!!-처럼 미치도록 광란의 춤판 벌려보세~이런 느낌으로 해피 먼데이즈를 접근하셨다간 좀 당황하실겁니다. 어떻게 아냐면 제가 그랬습니다 (흑)

하지만 실망도 잠시, 계속 들으면서 그 실망감을 싹 사라져버리게 할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어 뭐라고 해야하나 경남 동래 한량 품(간지)라고 해야 할까요? 저 빈둥 앨범하고 알약 복통 앨범에서는 광란의 잔치판을 벌이면서도 영국 팝 특유의 높은 자존심과 고고함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고수의 위엄마저 느껴집니다. 고수가 극도의 경지에 오르면 어깨에 힘 안주고도 좌중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들이 딱 그렇습니다. 노는 것도 경지가 있는걸까요? :-P

두 앨범을 비교하자면, 빈둥 앨범은 모노톤이라면 알약복통 앨범은 컬러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빈둥 앨범은 포스트 펑크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무겁고 Deep한 사운드라면 알약복통은 레이브와 애시드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다소 가벼우면서도 사이킥한 파워가 느껴지는 사운드입니다. 뭐 전자는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 프로듀서로 유명한 마틴 하넷이 프로듀싱했고, 후자는 애시드 씬의 전설인 폴 오큰필드가 프로듀싱했으니 이런 차이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알약복통 쪽에 정감이 더 가네요.

어휴 이거 뭐 덕후 수준의 분량으로 글을 썼네요. 그래도 한 마디 더 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빈둥 앨범 이거 MP3로 뽑아보니 몇몇 음악 파일이 MP3 플레이어에서 중간에 끊기더라고요. 게다가 freeDB에 등록된 태그도 틀려서 'Mad Cyril'이 'Fat Cyril'로 되어있었습니다...지못미 Cyril... 결국 삽질 끝에 해결하긴 했습니다만.

P.S. 빈둥 앨범 꺼내려다가 CD 프린트의 올 누드에 심히 당황했습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