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20090814 음반일기 Part 2 - 흠모받고 싶은 더러운 아픔

giantroot2009. 8.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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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음반 덕질 그만하고 진지한 글 써봐야 할텐데...

1. Dirty Projectors - [Bitte Orca] (2009, Domino)
사실 저번주에 도착했는데, 조금 들어보고 적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보고 적고 있습니다.

AC - GB에 이은 삼연타라 하는데, 과연 그러합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멀 콜렉티브 신보는 초현실 우주로 날아가 댄스 굿판을 벌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리즐리 베어 신보는 자연과 벗하면서 야채를 뜯어먹으며 니나노나 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티 프로젝터스 신보는 어떠하나면... 사막과 산맥을 떠도는 유랑 밴드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애니멀 콜렉티브 신보는 아스트랄, 그리즐리 베어 신보는 자연친화, 더티 프로젝터스 신보는 방랑입니다.

듣고 있노라면 '멀고먼-길'을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방랑 충동을 자극한다고 할까요? 참한 보컬 누님들이 소울풀하게 노래를 부르는 동안 이국풍으로 비비꼬인 기타와 멜로디가 뒤에서 받쳐주는게 듣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현악 연주가 곁들어지면 오오 그것은 천국 (...) 

여튼 2009년 상반기 삼인방 중에서는 가장 달달한 편인데 그게 또 좋습니다. 정말 이런 음악은 뭘 먹고 뭘 봐야지 나오는걸까요. 순간 게으르게 생활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2. Kylee - [Kylee meets 亡念のザムド EP] (2009, Defstar/Sony Music)

에... 이건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사진도 따로 찍어놓았습니다.

3. The Stone Roses - [The Stone Roses: 20th Anniversary Edition] (1989; 2009, Silvertone/Sony Music)

귀 있는 자 들어라, 이것은 복음이고 성서이니!라고 외치고 싶은 앨범입니다.

사실 오늘 살짝 피곤한 상태였는데, 'I Wanna Be Adored'를 듣다 보니 피로가 가시고 몸이 상쾌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음악으로 피로를 푼다, 라는 말이 어떤건지 순간 실감했습니다. 아 이 상큼함! 달콤함! 따스함! 이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다만 보컬이 생각보다 허스키하네요. 뭐 상관없지만...

구판하고 음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발매년도에 비해 덜 먹먹하고, 볼륨도 괜찮은 편인거 같습니다. 여튼 스톤 로지즈는 의외로 한국 라이센스가 잘 되는 편인듯 싶습니다. 같은 매드체스터 계열인 해피 먼데이즈나 샬라탄즈 UK에게는 '앙? 그딴 버프 따윈 없어'인데 스톤 로지즈는 삼성뮤직때도 그렇고 한국에서 은근히 대접이 좋다는 느낌이네요. 아 10주년 기념반은 안 됬다고요? 그건 첫사랑영국 한정이였으니 관계 없을듯.

이것도 박스채로 사서 피그민 정모에 돌려버릴까 (...)

참고로 디지팩이 살짝 LP 미니어처스럽습니다. 참조하시길.

4.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2009, Slumberland)

더도덜도 말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덜 노이즈를 뿌리고 더 멜로디를 연주한다! 딱 이 느낌입니다. 심지어 남자 보컬과 여자 보컬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워너비...

그런데 전면에 내세운 멜로디가 괜찮습니다. 듣다보면 흥얼흥얼, 정을 붙이게 되는 마력이 있습니다. 사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음악적인 실험보다 멜로디 그 자체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입니다. 멜로디가 좀 스톤 로지즈 필도 나지만 이 정도면 오케이. 한상철 씨 말씀대로 진짜 소피아 코폴라가 열심히 듣고 있는거 아니야? (...)

총평을 하자면 좋지만 왠지 잘못하면 2집은 구려질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이들이 카메라 옵스큐라의 길 (안정)을 선택할 것인지 호러스의 길 (변화)을 선택할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듣다보니 라디오 백화점(=The Radio Dept.)이 생각나면서 라디오 백화점때 당한 엿같은 재고 전쟁이 떠오르는 바람에 순간 기분이 살짝 안 좋아졌습니다. (...) 게!다!가! 비닐은 왜 잘 안 뜯기는거야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