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토킹 헤즈. (1-4집 간단 리뷰 포함)

giantroot2009. 6. 9. 22:46
오늘은 본격 토킹 헤즈 찬양을 해볼까 합니다. 그전에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사전적인 설명을 적죠.

토킹 헤즈는 1974년대 미국 뉴욕에서 결성된 뉴웨이브 밴드입니다. 결성 당시 CBGB 등 펑크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인지도를 쌓았으며, 1977년 첫 앨범 [Talking Heads: 77]를 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멤버는 리더 데이빗 번, 크리스 프란츠, 티나 웨이머스, 제리 해리슨으로 이뤄져 있으며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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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범상치 않은 존안 같지 않습니까? (...)

사실 제가 토킹 헤즈를 알게 된 것은 국내 I모 평론가가 쓴 록 명반 책이였습니다. 섹스 피스톨즈를 이야기하면서 펑크 명반으로 [Remain in Light]를 꼽았는데, 그 케찹을얼굴에떡칠한 앨범 커버 보고, '이놈들 뭔가 특이하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웃 블로그에서 'Once in a Lifetime'을 듣고 나서는 떡.실.신. (...)

당장 사고 싶었지만 하지만 당시 제 앨범 사는 루트는 한정되어 있어서, 당 앨범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땐 리이슈가 수입도 안 됬더라고요. 이번 달에 겨우 워너뮤직코리아에서 했더라는 (...)

그리고 나서 F레코드를 알게 되고, 토킹 헤즈를 검색해봤더니... [Remain in Light] 리이슈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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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질렀습니다. 그리고 듣고 신세계를 맛보았습니다 (...)

그리고 이번 6월엔 1,2,3집 리이슈를 모조리 질렀습니다. (왕창 깨지더군요.) 그렇습니다. 전 변명할 여지가 없는 토킹 헤즈 덕후가 된 것입니다.

이 분들의 음악 매력을 정의하자면... '이 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입니다. 똘끼 충만인데 똑똑한 똘끼라고 할까요? 지금 들어도 막 깨고 그러는데, 당시에 실시간으로 들으셨던 분들은 얼마나 쇼킹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잘 팔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말?)

펑크를 베이스로 두고 있지만, 디스코, Funk, R&B, 컨트리, 포크, 월드뮤직, 앰비언트를 섭렵하면서도 듣는 맛도 놓치지 않는 그 지적이면서도 신나는 음악에 반해버렸습니다. 거기다가 데이빗 번 목소리는 어으....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력입니다. 저 'Pulled Up' 따라하다가 아버지한테 혼났습니다 :P

여튼 이 분들은 진짜 천재라 생각하고, 프란츠 페르디난드를 위시한 댄스 펑크 뮤지션이나 뱀파이어 위켄드는 이들의 성찬에 디저트와 약간의 음식 정도만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의. 이 표현은 그들을 까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이들 무척 좋아합니다.) 역시 레전드는 괜히 레전드가 아닌듯. 진정 이들은 '세계 최고의 지적인 밴드'입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에게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우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왕

아 참고로 구입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국반 듀얼디스크는 사지 마시길. 듀얼디스크가 많이 엿같다는 이야기가 미국 아마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반 CD+DVD으로 사시길.

마지막으로 1집부터 4집까지 간략하게 코멘트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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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Heads - [Talking Heads: 77] (1977, Sire)

토킹 헤즈는 데뷔 앨범부터 다른 이들의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펑크 팝과 디스코 그루브를 결합시킨 이 희대의 첫 앨범에는 히트싱글 'Psycho Killer'를 비롯해,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Don't Worry About The Government'와 'Pulled Up'등 개성 넘치는 트랙들로 가득합니다. 음악적으로 보면, 이 후 이어질 앨범에 비해 단순하고 라이브의 날것이 강조되어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비록 전 이 이후로 이어지는 복잡한 토킹 헤즈를 조금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 앨범도 무척 좋습니다. 'Psycho Killer'는 올 타임 훼이보릿으로 자리잡을 것 같네요.

추천 트랙: 'Psycho Killer', 'Don't Worry About The Government', 'Pulled Up', 'The Book I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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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Heads - [More Songs about Bulidings and Food] (1978, Sire)

이 앨범부터, 브라이언 이노가 프로듀서와 공동 작곡자 작업으로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전작의 야생성과 에너지가 이노 특유의 '이슬 맺히는 듯한' 손길을 만나자, 다층적인 심상을 지니게 됬습니다. 말은 복잡하게 꼬아놨지만 정작 들으면 지적이면서도 쏙쏙 박히는 그들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전작의 가능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진정 존중 받을만 합니다. Take Me to the River'는 상업성과 음악성을 고루 겸비한 좋은 트랙입니다.

아, 데이빗 번이 설계한 앨범 커버 디자인도 좋습니다. :)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 방에 인쇄해서 붙여놨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용했다고 하네요.

추천 트랙: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 'Take Me to the River', 'Artists Only', 'Girls Want to Be With the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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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Heads - [Fear of Music] (1979, Sire)

전작들이 팔팔하게 미쳤다면 이 앨범은 음악에 대한 공포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음습한 느낌입니다. 전작들의 라이브적인 요소는 줄어든 대신, 구조는 한층 두터워졌습니다. 'I Zimbra'는 앞으로 이어질 토킹 헤즈와 데이빗 번의 월드 뮤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중요한 곡입니다. 'Heaven'도 얼트 컨트리를 예견하는 듯한 흥미로운 곡입니다. 전반적으로 1,2집과 4집 사이의 과도기적인 느낌이 강합니다만 여전히 좋은 앨범입니다.

곡 제목이 전작들과 달리, 단문이나 단어로 이뤄져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담인데, 앨범 디자인 과정에서 [에일리언]에서 영감를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몇 있습니다.

추천 트랙: 'I Zimbra', 'Heaven', 'Life During Wartime', 'Animals', 'Air',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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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Heads - [Remain in Light] (1980, Sire)

토킹 헤즈 식 '이 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혹은 '최고로 HIGH☆한 똘끼충만 전파계 팝송'의 극치를 보여주는 앨범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대단한 앨범입니다. 1,2,3,4번 트랙 연타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전작의 복잡한 구조와 월드 뮤직 경향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 시도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센스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앨범은 MUST HAVE ITEM입니다. 끝. 이 앨범 이후로 토킹 헤즈는 서서히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 이름과 앨범들은 여전히 대중 음악사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추천 트랙: 'Born Under Punches (The Heat Goes On)', 'Crosseyed And Painless' ,'The Great Curve', 'Once in a Life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