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잡담

[박쥐]를 보고 왔습니다.

giantroot2009. 5. 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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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롯데시네마에서 가족들이랑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누설은 없을것입니다. ...아마도.

-일단 이 영화가 박찬욱의 걸작이 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그러기엔 영화가 많이 덜컹거려요. 일단 스토리에서 후반부의 급전환이 한번 일어나는데, 그 전환 이전과 이후가 미묘하게 안 맞습니다. 서로 다른 장르가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요? 심리 묘사도 2% 부족합니다.

-주제도 다소 모호한 편입니다. 박찬욱은 이번 영화에서 일관된 주제를 끄집어내는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제가 끄집어낸 주제는... '선악의 극단을 경험한 인간의 심리'인 듯 싶습니다. ...왠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올해 1월에 본 [체인질링]처럼 영화가 후딱후딱 지나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가 뭐인지 설명하긴 힘든데... 괴팍함이라고 할까요? 막 제정신이 아니고, 히스테리컬하면서도 웃기고... 그렇습니다. 내용하고도 은근히 잘 어울리고요. 이 재미를 즐길 수 있냐 아니냐에 따라 이 영화의 호오가 많이 갈릴 듯 싶습니다. 저희 부모님의 반응으로 보아할때 아마 보수적인 관객들에겐 별 좋은 평은 못 나올 겁니다.

-박찬욱 특유의 맛간 비주얼은 여전히 건재. 전 후반부의 흰 색으로만 칠해버린 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결벽증적인 청결함과 대비되는 사건들이 무척 인상적이였어요.

-박찬욱 영화 아니랄까봐 Intense한 장면도 등장합니다. 수위는 일상적인 신체 훼손을 섬뜩하게 묘사한 수준? 그를 넘어서는 장면도 몇 개 있지만, 눈 뜨고 봐줄만한 수준입니다. 좀 움찔하긴 했지만요.

-송강호는 흐릿한 편입니다. 물론 잘하긴 하지만, 연기할 건덕지가 그리 없는 편입니다. 반대로 김옥빈은 신났더군요. 자세하게 말하면 재미없으니, 힌트를 드리자면 급전환이 일어난 뒤가 재미있습니다. :) 왠지 그 모습이 [모던 타임즈]의 히로인의 첫 등장 당시 표정이 생각나더군요. 말을 좀 비비꼬긴 했지만, 두 영화 모두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겁니다. 아 이블린 역의 필리핀 배우도 예쁩니다. 비중은 적지만, 대접이 은근히 좋은 편입니다.

-노출은... 기대마시길. 그냥 평범한 R등급 영화 노출입니다. 섹스 신도 길 뿐, 별것 없어요. 송강호의 땅콩 노출도 '아 그거구나' 수준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함 있지만 재미있다, 입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도 이렇게 만들면... 그땐 의심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찬욱이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를 보고 싶지만... 그거야 박찬욱 마음이니 어쩔수 없군요. 일단 칸느 영화제에서는 수상할 가능성이 낮아보입니다. 끽해봤자 심사위원특별상이나 감독상에서 머물것 같아요.

-여담인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블러드+]하고 [쓰르라미 울 적에], [페르시아의 왕자] (2008) 가 생각나더라고요 'ㅅ'

[페르시아의 왕자] (2008)는 극히 개인적인 느낌인데다, 시기상 맞지 않으니 패스하고...  [블러드+]하고 [쓰르라미 울 적에]는 박찬욱이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참고로 연상된 부분은 전자는 설정, 후자는 이미지입니다.

-극장에서 처음 본 박찬욱 영화입니다. 확실히 극장에서 보니 색감이나 질감이 뚜렷하게 살더군요.

-그나저나 [박찬욱의 오마쥬]에서 톰 웨이츠의 'Black Wings' 쓰겠다고 했는데, 안 썼어!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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