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빅비트 열풍은 어린 나이였던 저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케미컬 브라더스, 프로디지, 프로펠러헤드 , 크리스탈 메소드... 최종 승자를 고르라면 [한나]와 [블랙 스완]으로 여전히 자신들이 젊다고 외치고 있는 케미컬 브라더스겠지만 아무튼 그 시절 음악들은 그냥 흘러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팻보이 슬림도 그 흐름의 일부분이였죠. 하우스마틴즈라는 걸출한 80년대 영국 기타팝 밴드 베이시스트로 시작한 노먼 쿡의 DJ 프로젝트인 팻보이 슬림의 음악은 힙합에 기반한 치밀하고 정교한 리듬 구조로 '화학적'인 폭발감과 만트라적 경지를 안겨줬던 케미컬 브라더스나 록의 육중한 비트와 화려한 쇼맨십을 이식해 폭발적인 전위에 있었던 프로디지와 달리 팝적인 매력을 한껏 살린 위트있는 샘플이 함께하는 빅비트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그 점 때문에 그 치열한 열풍 속에서도 나름의 확고한 지지기반을 만들었던거겠죠. [You've Come A Long Way Baby]는 그 정점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팻보이의 유머러스한 면모는 이 곡보다는 'The Rockafeller Skank'나 'Fucking in Heaven', 'Acid 8000' 같은데서 잘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는 'Right Here, Right Now'의 제목을 외쳐대는 장엄함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막힌 속까지 뻥 뚫어주는 해방의 순간과 이국적인 관능이 담겨져 있다고 할까요. 물론 뮤직 비디오에서는 그 유머러스함이 제대로 드러나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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