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단상

서니 데이 서비스 / 소카베 케이이치 in Korea 감상기.

giantroot2012. 3. 31. 23:17
 

제가 서니 데이 서비스와 그 리더인 소카베 케이이치를 좋아하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죠. 하지만 이렇게 보러가는 건 처음입니다. 2007년 내한땐 제가 소카베 케이이치를 몰랐고 (...) 알고 난 뒤엔 이미 때는 늦으리~ 게다가 그땐 서니 데이 서비스는 재결합은 안 했고요. 서니 데이 서비스는 이게 최초 내한일겁니다. 그래서 이건 장기라도 팔아서라도 보러 가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물론 장기는 안 팔았습니다. 겸사겸사 소카베 케이이치도 보러가자고 생각해서 소카베 케이이치도 끊었습니다.

나중에 안 건데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도 이번 1월에 페스티벌 형식으로 내한 했더라고요. 그때도 꽤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이 참에 소카베 케이이치 인지도나 좀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1. 소카베 케이이치

그래서 금요일엔 안하던 연가도 내고 보러갔습니다. 직장에 있는 사람들이 여친하고 데이트하냐고 물어봤지만 알게 뭐야.

사실 소카베 형과 음악으로 연애하는거라면 맞겠지만.

 아버지가 부산 싸나이여서 제가 쓸때없이 고집이 쎕니다. 뭐 여튼 전 공중캠프라는 곳을 (+홍대 클럽) 처음 가봐서 꽤 신기했습니다. 카페+바+공연장 이런 느낌. 술 마시면서 공연 보는 사람들 보면서 참 뭐랄까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전 남양주 촌닭이란 말입니다. 뭐 여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후술 하겠지만 서니 데이 서비스가 워낙 사람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진것도 있고.) 그래도 나름 그럭저럭 자리 찼고 술 마시면서 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친밀한 분위기여서 좋았다고 할까요. 소카베 씨는 이런 느낌의 공연을 자주 하던것 같더라고요.

게스트로는 김일두 씨가 나왔습니다. 뻘한 위트가 넘치는 곡들을 들려주셔서 상당히 좋게 들었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영어로 있어보이게 부르는데 사실 가사는 뻘하게 웃기는 가사였던 곡들. 나중에 일본 가셔서 소카베 씨랑 꼭 같이 공연하시길.

소카베 케이이치 공연은 솔직히 제가 소카베 앨범들이 없는지라 제대로 못 즐겼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엉엉. 그래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 앨범들 수록곡 때문에 손해본 느낌은 없었고 새로 알게 된 곡 중에서 낚인 곡도 있었습니다. (텔레폰 러브와 어른 같은거 되지 말아줘. 너무 좋았어요!) 게다가 소카베 형이 너무나 열심히 공연해주고 (정말 어쿠스틱 기타에서 그런 힘이 쏟아져 나오다니... 나중엔 반팔 입고도 땀까지 흘리시더라고요.) 무대 매너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정말 진솔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예인을 보는것 같아서 멋있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소카베 형이
공연을 하다가 
무대에서 내려와 

제 얼굴을 보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 고마워요 일찍 가라고 해서 어어어어엉어어어어어어어어엉
소카베 형 나 이거 평생 안 잊을꺼야 엉어어어어어어엉어어어엉엉어어엉어어어엉

그 순간 너무 당황해서 굉장히 어설프고 난감한 모션을 취했습니다. 오징어 춤

그거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공연이였습니다. 공연 자체는 기타 한대로 진행되서 좀 소박한 느낌이였지만 반대로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앨범에 싸인도 받았습니다. 마침 서니 데이 서비스 베이시스트인 타나카 타카시 씨도 있어서 두 분 사인도 받고 왔습니다. 두 분 다 잘생기셨더라고요. 소카베 씨도 미중년이였지만 타나카 씨도 역시 제법... 타나카 씨하고는 사진도 찍었는데 굉장히 이상하게 나와서 제 가슴에 흑역사 적립...

 
2. 서니 데이 서비스

사실 이걸 더 기대하고 있었고 그 기대는 충분히 보답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게스트로 온 한강의 기적이 김일두 씨만큼이나 멋진 공연을 보여줘서 기대치가 올라갔는데 이어진 서니 데이 서비스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물론 어머니 충고에 따라 일찍 가서 앞에서 보았습니다.

물론 삼인조 밴드 체제로 해서 편곡의 묘미를 즐길수 없었다는게 아쉬웠지만 ('수국'이나 '섬머 솔저' 같은 곡이 그렇죠.) 역으로 삼인조 밴드 체제로 뿜어낼수 있는 에너지 고갱이를 순수히 즐길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새빨간 태양'나 '젊은이들'를 아예 펑크풍으로 편곡해 듣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잊어버렸어' 같은 곡은 정말 절창으로 뽑혀져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라이브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여기서 만납시다' 였습니다. 원곡도 상당히 파워풀했는데 원곡 이후 이어지는 기나긴 잼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게 와... 할말을 잃어버리게 만들더라고요. 데뷔 17년차가 다되가는 밴드의 저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전반적으로 도쿄와 사랑과 웃음의 밤, 세임 타이틀 곡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역시 이 시절 곡들이 그나마 가장 잘 개인적으로 24시 앨범의 '안녕히! 거리의 연인'하고 세임 타이틀 ' 해줬으면 했는데 안해서 아쉽긴 했지만 어쩔수 없죠. 대신 나온 곡들도 다 좋아서 충분히 배부른 느낌이였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모르는 사람이라도 좋아하게 할 만큼 엄청난 공연이였습니다. 다들 꼭 보셔야 했는데.

그래서 이번엔 드러머 마루야마 하루시게 씨에게도 싸인을 받았습니다. 조금 귀찮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리고 막판으론 소카베 형과 한방 사진 찍었죠! 으하하하하하하 기분이 HIGH합니다. 게다가 형님이 절 기억해주셔서 더더욱 기분이 HIGHHIGH!!!! 저 올해 운세를 여기다 다 쓴거 같습니다. 다음에도 또 와줘요...

근데 이것도 이상하게 나와서 조용히 흑역사로 봉인... 젠장 내가 이렇게 뚱뚱하고 얼큰이에 못생겼다니.

그래서 이번 내한 공연 결론은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 케이이치는 최고라는 것 ㅇㅇ
변치 않습니다. 포에버. 영원히. 알러뷰.
P.S. 서니 데이 서비스 공연 녹화해놓은게 있는데 이걸 어떻게 뽑아낼지가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