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느와르 2

단 한번뿐인 삶 [You Only Live Once] (1937)

(누설이 있습니다.) 나치의 탄압으로 미국으로 넘어간 프리츠 랑은, 자신의 독일 시절 영화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걸로 알려져 있다. 〈M〉이나 〈메트로폴리스〉로 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이 의외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시큰둥함을 단순히 독일 시절에 대한 환멸로 정리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프리츠 랑은 미국으로 넘어가서 자신의 영화 작법을 완전히 바꾼 케이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선 랑은 〈문플리트〉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메트로폴리스〉나 〈피곤한 죽음〉, 〈스파이더〉 같은 판타지나 모험 활극 같은 건 만들지 않았다. 랑이 할리우드에서 시작하기 위해 끌고온 자신의 유산은 〈M〉이나 〈마부제 박사의 유언〉 같은 범죄 영화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국 시절 랑의 영화를 ..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 (1945)

제임스 M. 케인의 소설을 영화화한 [밀드레드 피어스]의 도입부는 전형적인 미스터리다. 시작하자마자 총을 맞은 남자의 입에서 밀드레드 피어스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다음에 한 여자가 위태하게 바닷가를 바라보다가 식당으로 간다. 여자의 이름은 밀드레드. 밀드레드는 식당에서 사업 동료이자 관심을 보이는 남자 윌리를 데리고 나간다. 달콤한 환상에 빠진 남자가 목격한건 사라진 밀드레드와 살인 현장. 한편 집에 돌아온 밀드레드는 두번째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불러가게 된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전 남편인 알버트 피어스로 단정지은 상태. 대체 알버트랑 이혼한 이유가 뭔지 물어보는 경찰들에게 밀드레드는 과거를 얘기하게 된다. [밀드레드 피어스]는 한마디로 여성 수난사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밀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