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허우샤오셴의 차기작이 [자객 섭은낭]이 무협 영화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꽤 당황했다. 내겐 허우샤오셴은 꽉 짜여진 한 샷의 미장센과 느린 리듬으로 흐름과 순간을 드러내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움직임’이 주인 무협 영화를 만들다고 했을 때 마이클 베이가 허우샤오셴 영화를 찍는 소식을 듣는 것만큼 당혹스러웠다. [자객 섭은낭]은 무협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 본 영화다. 물론 부모님은 허우샤오셴 영화를 잘 몰랐고, 실제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금세 졸기 시작했다. 이 개인적 경험은, [자객 섭은낭]이 취하고 있는 방법론이 일반적인 무협 영화랑 차이가 있다는걸 잘 드러내고 있다. 샷 구도로 보자면 [자객 섭은낭]은 그의 전작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무협 영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