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201001 음반일기 Part 2

giantroot2010. 2. 12. 23:00

2010/01/27 - [headphone music/잡담] - 201001 음반일기 Part 1


1. Wild Beasts - [Two Dancers] (2009, Domino)

제렘님이 영국에서 구해다 주신 음반입니다. 제렘님 감사합니다.

뭐랄까 음악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말 이런 말은 쉽게 안 나오는데 'All the King's Men'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한 호오 이상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동물의 본능 같은 집요함이 있습니다. 작년을 수놓았던 그리즐리 베어하고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째 작년을 빛냈던 대부분의 밴드들은 모두 동물을 주 제재로 하고 있네요.) 

다만 곰 발바닥처럼 부드럽지만 육중한 그리즐리 베어와 반대로 '야수적'(혹은 '남성적') 혹은 '날렵함'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팔세토와 엘보우의 가이 가베이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저음을 소화해 해내는 보컬리스트의 역량과 그것이 피터 비욘 앤 존과 인터폴, 에코 앤 더 버니멘의 영향을 받은 간결하면서도 몽롱한 개러지/포스트 펑크하고 하모니를 이루는 풍경이 그렇죠. 소나무와 잡목들로 우거진 산 속을 걷다가 야생 동물의 움직임을 문득 느끼는 것 같은 기묘한 감수성을 가진 앨범입니다.


2. 장필순 - [Soony 6] (2002, 하나뮤직)

뒤늦게 만난 앨범입니다. 허나 뒤늦은 만남과 달리 정말 훌륭한 음악을 담은 앨범입니다. 여러분 중에서 어떤날 같이 맑고 단아한 한국적 감수성이 담긴 가요를 좋아하시고, 90년대 이후 등장한 서정적인 전자음으로 일궈진 포크를 좋아하는데 아직 이 앨범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레코드 샵으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이 앨범엔 그 모든게 담겨 있습니다.

조동익 선생의 천의무봉급 재주 속-선생님 일렉트로닉에도 재주가 있으셨군요.-에 피어나는 장필순 누님의 보컬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 나온 수많은 한국 앨범들 중에서 독보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앨범입니다.

3. The Shins - [Wincing the Night Away] (2007, Sub Pop)

음 사실 전 신스에 대한 인상이 그동안 그리 곱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평론가의 연인' 밴드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앨범을 듣기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자주 들어다 보는 블로거 중 두 분의 강력한 추천에다 비트볼에서 저렴하게 출시한 것 때문에 결국 들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주 환장하고 f워드와 b워드를 남발할 어마무지한 혁신적 걸작은 아니지만, 버즈(미국 밴드임!)의 휘하 아래 자라나고 있는 쟁글 팝을 신실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수작 앨범입니다. 

예쁜 멜로디와 하모니로 불러제끼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은근히 시니컬한(지역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주변을 떠도는  레즈비언 소녀 커플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도약이 빛나는 'Phantom Limb'이나 절그적거리는 일렉트로닉과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 현악, 멜로디가 곁들어진 'Sea Legs' 같은 곡들이 귀를 살살 간지럽히는군요. (왠지 앨범 해설지의 오그리토그리한 필체에 전염된듯;;; 아 그거 정말 보다가 좀 뿜었슴다.) 마음에 듭니다.


4. Cold Cave - [Love Come Close] (2009, Martador)

신스 팝 앨범인데, 노이즈 익스페리멘틀 틀 속에서 재해석된 앨범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노이즈 피드백이 신스 팝 사운드에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바닥에선 나름 고참으로 인정받고 있는 슈슈 Xiu Xiu 전 멤버(여성 멤버인 칼라리 맥엘로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앨범의 방향성에 수긍하게 됬습니다.

하지만 노이즈 익스페리멘틀,하면 생각나는 그런 음습하고 답답한 감수성은 거의 없고 쉬크하면서도 적당히 복고적이면서 신나는 신스 팝 앨범입니다. 싱글로 발표된 'Life Magazine'이 그렇죠. 단순한 리듬 속에서 점점 고조돼가는 멜로디와 여성 보컬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고도의 완성미보다는 앞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더욱 눈에 띄는 앨범이지만 신스 팝이라는 장르 속에서 멜로디를 뽑아내는 재능과 그것을 어떻게 다듬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훌륭한 앨범입니다. 나름 대형 인디 레이블인 마타도어하고 계약했다니 잘 홍보만 하면 나름대로 인기를 얻을 것 같습니다. 칼라리 맥엘로이도 꽤 포토제닉하고요 :)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쓰이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소리가 꽤 마음에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