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앨범 01
자 두번째입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그냥 꼴리는 대로 뽑았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앨범 수에 제한 걸어야 되는지 모르겠네;;
6. The Verve - [Urban Hymns] (1997)
이태까지 전 벼라별 장르를 탐식해왔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아름다운 팝에 대한 더러운(?)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달전, 품절된 팔꿈치(Elbow) 밴드 대신 바꿔 온 이 앨범의 포장지를 뜯고 mp3로 추출한 음악을 듣는 순간, 'Bitter Sweet Symphony'의 위풍당당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슬슬 그 곡이 제 훼이보릿이 되가는 순간, 다른 트랙을 들었는데... 이럴수가! 지금까지 제 브릿팝 킹왕짱 블러를 필적할만한 개간지 트랙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거 아닙니까!
...좀 과장했지만 여튼 이 앨범은 제 인생의 앨범이라 할만큼 대단합니다. 드림팝과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은 듯한 몽환적인 기타 필과 고결한 팝 튠이 이렇게 황홀하게 조화를 이루니 소인 행복할 따름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수록곡들을 보자면, (아까도 적었듯이) 위풍당당한 'Bitter Sweet Symphony' 대조적으로 편안한 'Sonnet', 'Space and Time' 감성의 축을 슬며시 흔드는 'Weeping Willow' 등 트랙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의 멜로디는 은은한 편입니다. 블러가 화끈하게 사람을 이끌어 들인다면, 버브는 담백한 서정미를 지니고 있달까요? 처음엔 블러처럼 확 와닿지 않았지만, 나중엔 계속 파고 들게 되더군요. 여름날 들판에 서 있는듯한 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비록 발매 당시, 검열위의 말도 안되는 꼬장으로 한국에서 발매 금지가 되었지만, 2만원이나 되는 비싼 CD를 구할려고 여러 팬들이 안달이 났기도 했으며, 7년이나 지난 2004년에 정식 발매(검열 철폐 만세)가 되는 등 나름 인기가 많은 앨범입니다. 어떤 버브 팬들은 이 앨범 보다 전작 [A Northern Soul]을 명반으로 치더군요. 여튼 무덤에 가져가고 싶은 브릿팝 앨범 하나 더 생겨서 전 기쁩니다.
7. The Velvet Underground -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적을려고 보니 너무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라이언 이노, 소닉 유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R.E.M. 그리고 수많은 평론가 슨샘들이 이 앨범에 대해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제가 해야 할 말은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저 구석에 찌그려져 있어야 할 정도 입니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 되겠네요. 전 이 앨범이 진심으로 좋습니다. 스노비즘이 아닙니다. 루 리드의 실실 비웃는 듯한 보컬이 너무 좋고, 니코 누님의 고혹적인 목소리이 너무 좋고 'I'm Waiting for the Man'의 질주감도 좋고, 'Venus in Furs'의 노이즈가 만들어내는 SM적인 분위기도 좋습니다. 나도 연주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는 잘 짜여진 최소주의 연주도 좋고요. 심지어 저 ㅂㅌ 스러운 앤디 워홀 커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앨범을 칭송하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Femme Fatale' 때문입니다. 이 고혹적인 분위기에 제 가슴은 자연발화 되버렸습니다. 오밀조밀한 기타와 차임벨, 니코 누님의 아름다운 보컬 삼위일체!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는, 그야말로 수줍음과 요염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여튼 도덕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용감했던 이 밴드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냅니다. 이 앨범의 값어치는 비틀즈하고 맞먹을 정도입니다. 그 뒤로 나온 것들도 들어야 할텐데 제 통장이 그걸 허락치 않네요 흑.
8. LCD Soundsystem - [LCD Soundsystem] (2005)
평론가 슨샘들이 하도 많은 말을 해 제 말은 몸 둘바 모르겠...시리즈 2편입니다. 사실 이 앨범은 수입 되기도 전에 한창 난리였죠. 그 열풍에 힘입었는지, 결국 2007년에 2집과 함께 늦장 라이센스 발매 돼, 수입반 산 사람들의 하트를 샤이닝 핑거로 날려버렸다는 훈훈한 일화가(...)
여튼 댄스 플로어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간다! 하면 전 이 음반을 듣습니다. 그야말로 난잡한 IDM (인텔리전트 댄스 뮤직) 이랄까요? 재치가 넘치는 'Daft Punk Is Playing My House', 야비한 보컬과 드론 신디사이저와 뿅뿅 거리는 드럼 사운드가 뭉쳐 청자를 공격하는 'Tribulations' 잠시 쉬어가는 듯한 난잡한 슈게이징 발라드 'Never as tired as When I'm Waking up' 등 1CD 만으로도 충분히 멋지지만, 댄스 난장을 펼치는 2CD는 더욱 좋습니다. 특히 'Yr City's Sucker' 풀 버전의 이죽거림은 정말 굿잡.
음악성도 있고, 춤추기도 좋으며(실제 저희 아버지가 러닝머신용 음악으로 애용중) 듣기도 좋은 이 앨범을 명반이라 하지 않으면, 제임스 머피 횽이 그대 가슴에 샤이닝 핑거를 날리실 겁니다(...) 아니 정말로요;;
9. Portishead - [Dummy] (1994)
확실히 전 90년대 음악이 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음반들도 좋은게 많긴 하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수작과 걸작들이 파티를 벌였던 시기가 바로 60년대하고 90년대 아니였을까 싶네요.
여튼 절망을 제대로 보여주는 그룹, 포티스헤드의 이 데뷔 앨범은 그야말로 변태적 경이와 환희의 순간들로 그득합니다. 질척거리고 으깨진 비트,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여성 보컬인 베스 기본스 누님의 보컬, 당대 매씨브 어택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절대 카피가 아닌 확고한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사운드... 이 모든 것들이 합하여, 마지막 트랙 'Glory Box'에서 절망에 찬 베스 언니가 "너를 사랑할 이유를 줘" 라고 외칠때 전 아 누님 최고!라고 외치게 만듭니다.
그 뒤 수많은 여성 보컬 분들이 누님의 아성을 도전하고 있지만, 베스 기본스 누님은 절대로 이 왕좌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올해 발표한 3집(당연 2008년 최고작이라 할만합니다.)을 통해 더더욱 견고한 경지를 향해 가는 중입니다. 물론 제프 바로우 씨의 놀라운 음 제조 능력과 애드리언 유틀리 씨의 기타 연주도 빼놓으면 안되겠지요? 이후 내놓은 후속작도 경이로웠지만, 역시 시작이 중요하니 전 이 앨범을 제 인생의 앨범으로 뽑겠습니다.
10. 어떤 날 - [어떤 날 I: 1960 1965] (1986)
はっぴいえんど의 불세출의 명반 [風街のろまん]를 들으면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한국적인 서정미를 자랑하는 그룹이 누가 있을까? 몇몇 그룹이 떠올랐는데, 결국 제가 가지고 있는 한도내에서는 어떤 날라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확실히 1980년대 한국에서는 특기할만한 아티스트들이 마구 나타났는데, 어떤 날은 당대 동물원(못 들었습니다.)하고 시인과 촌장(이것두...)과 함께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이름을 타기 시작했는데, 이 앨범은 그들의 첫번째 정규 작품입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이 아니면 도저히 내보일수 없는 서정미(중국인의 서정미는 천하를 제패한 자의 위풍당당함이고, 일본인의 서정미가 다듬고 다듬은 세밀한 느낌이라면, 한국인의 서정미는 광활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소박함 아닐까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들을 보이는 그들의 음악(특히 はっぴいえんど라면 절대 넣지 않을 법한 '그날')은 종종 제가 음악을 듣다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듣고 싶어지지 않을때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절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당대엔 그렇게 상업적으로 히트치진 못했지만, 현재 그들의 음악에 감동하는 이들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으며 (그 워너비들도 역시), 저도 이 앨범을 들으며 여전히 감동하고 있습니다. 듣자하니 조동익의 솔로 앨범, 따로 또 같이의 음반도 이 앨범에 필적한다고 하는데 나중에 천천히 들어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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