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내 인생의 앨범 01

giantroot2008. 6. 14. 00:45
다른 님들에 비해 꼬꼬마지만(...) 저도 한번 뽑아 봤습니다.

대략 제 인생을 뒤 흔들었거나, 신선한 충격이나 감동을 안겨주었던 음반을 위주로 선정 해볼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FSS처럼 Life-Work라고 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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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ssive Attack - [Mezzanine] (1998)

사실 매씨브 어택의 음반은 뭘 들어도 다 괜찮습니다. 4집이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뭐 매씨브 어택의 평작은 다른 평범한 그룹의 준작 됩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진짜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특히 1234 트랙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떨리고, 'Dissolved Girl', 'Man Next Door'도 무시무시했습니다. 전작들이 말그대로 쩔은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주력했다면(그것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이 앨범은 쩔은 분위기에다 박력까지 얹어져 보기 드문 후련함과 트랜스 상태로 몰고 갑니다.

덥, 레게, 힙합, 앰비언트, 팝을 이렇게 잘 혼합해내는 그룹도 드물었고 전 이 음반을 제 훼이보릿 1순위에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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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piritualized -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1997)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세워놓은 노이즈를 이용한 음악적 환각을 흥미진진하게 실행시킨 밴드를 꼽으라면 전 제이슨 피어스의 스피리츄얼라이즈드를 뽑겠습니다. 가스펠, 블루스에 우주적인 노이즈의 황홀한 결합은 지금 들어도 경이롭습니다.

우주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장송곡인 타이틀 트랙, 록킹한 'Come Together','Electricity' 8분 길이지만 흥미진진한 'I Think I'm In Love'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Home of the brave', 'The Individual' 연작 그리고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자, 닉 드레이크 이후 브리티시 멜랑콜리함의 진수를 보여준 몇 안되는 트랙들 중 하나인 'Broken Heart' 등 가히 우주적 노이즈 블루스 명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담인데, 이 앨범 디자인은 당대 최고라 할만 합니다. 음악적 성격과 세련됨을 동시에 성취한 결과물이랄까요? (약처럼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비록 인지도에서는 라디오헤드에게 밀리긴 했지만, 이 앨범의 위력은 라디오헤드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슨 피어스는 이 앨범 이후로도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정점은 단연 이 앨범입니다. 이들 라이브가 그렇게도 죽인다는데, 변방 한국에 사는 저로써는 통탄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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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on Brion - [Punch Drunk Love] (2002)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트랙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펀치 드렁크 러브는 이 둘을 성취해냈습니다.

욘 브리온의 감각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앨범의 멜로디는 (누군가의 표현을 도용하자면) 최상의 팝 튠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팝 튠을 다채롭게 장식하는게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특히 'Here We Go'는 아직도 들을수록 마음이 울컥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웅장하지만 로맨틱한 현악 사용도 한 몫 했고요.

[데어 윌 비 블러드] OST도 놀랄 노자였지만, 둘 중 하나 선택 하라면 이 영화의 O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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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epeche Mode - [Violator] (1990)

사실 디페치 모드라는 이름을 안 건 2005년 그들의 신보인 [Playing the Angel]이 나왔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추천을 받아 산 [Violator]와 [Song of Faith and Devotion]을 처음 들었을때 전 충격 받았습니다. 제가 태어났을때, 이런 명반들도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에 말이지요.

팝이라는 명제에 충실하면서도 정밀하게 세공된 어두움과 일종의 종교적인 열정마저 가지고 있는 이 앨범엔 마릴린 맨슨이 후일 커버해 유명세를 타게된 'Personal Jesus', 다소 뒤틀리긴 했지만, 후끈한 열정으로 충만한 'Halo','Policy of Truth', 팝 역사상 가장 유명한 후렴구를 낳은 'Enjoy the Silence' 등 레전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곡들로 차 있습니다.

또, 이 앨범은 신디사이저를 전혀 촌스럽게 쓰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수려하게 어둠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저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악기에 대해서 뭣도 모르지만,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낼려면 정말 좋은 신디사이저와 내공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튼 이 음반은 펫 샵 보이즈와 더불어 저에게 신디사이저가 절대로 촌스러운 악기가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음반을 비아냥거린 NME는 아주 쓰레기 저질 잡지라는 점도 말이지요 :) 음악사적으로 보자면, 나인 인치 네일즈 같은 신-인더스트리얼 계열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어두움을 다루는 음악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방법론을 안겨주었다는 점도 있겠군요.

아, [Violator]를 올려놓긴 했지만 [Song of Faith and Devotion]가 절대로 떨어지는 음반이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요. 순전히 손이 좀 더 가는 쪽을 올려놨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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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ck Drake - [Five Leaves Left] (1969)

영국 아해들은 은근히 멜랑콜리한 쪽에서 강한 듯 싶습니다. 라디오헤드, 스피리츄얼라이즈드, 콜드플레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매시브 어택, 펫 샵 보이즈, 포티스헤드 등 여러 밴드들이 멜랑콜리를 나름대로 특색있게 포장하려는 노력을 했으며, 성공했습니다.

그 멜랑콜리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앨범은 이 앨범 아닐까 싶습니다. 닉 드레이크. 27세로 요절했지만, 그가 남긴 보석같은 세 앨범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저도 이 앨범으로 작년 고3 시절을 보상 받았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기타 화음과 뼛 속 깊숙한 절망을 건드리는 현악 선율,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내밀하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등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훌륭한 나머지, 이 앨범을 명반을 넘어선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해야 되는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입니다. 다 캐감동이지만, 전 'Fruit Tree',''Cello Song'의 신비함에 한표 던지겠습니다.

이건 정말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명반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