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3 - [Real Motion/리뷰] - 타이거 앤 버니 [TIGER & BUNNY] (2011)
2013/03/11 - [Real Motion/리뷰] -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비기닝 [劇場版 TIGER & BUNNY -The Beginning-] (2012)
극장판 : 타이거 앤 버니 -더 라이징- (2014)
- 감독
- 요네타니 요시토모
- 출연
- 히라타 히로아키, 모리타 마사카즈, 나카무라 유이치, 코토부키 미나코, 쿠스노키 타이텐
- 정보
- 애니메이션, 액션, SF | 일본 | 100 분 | 2014-06-19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라이징]은 TVA의 편집 추가판이여서 그렇게까지 독립되어 있지 않았던 비기닝과 달리 TVA에서 독립되어 있다. 물론 이 세계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TVA 선행감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적어도 비기닝을 볼때와 달리 극이 뚝 끊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라이징은 모든 복선과 캐릭터들이 자기 완결적인 이야기를 띄고 있는 한 편이다. 좀 더 극장판의 포맷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라이징을 보기 전에 TVA [타이거 앤 버니]의 끝이 일견 안정적인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한 상태로 끝났다는 걸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라이징의 시작은 그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코테츠가 TVA 마지막에 결론지어진 자기 상황에서 만족하면서 여전히 히어로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균열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상황은 달라질 기미가 없으며 정체되어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추동력이 사라져가고 있다. 코테츠의 낙관은 TV판과 달리 무거운 현실을 변화할만한 힘을 잃어버린 상태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넉살좋게 후배들과 이야기하는 코테츠의 대사에서는 차라리 체념의 무게마저 느껴진다. 거기에 아직 미래가 창창한 버나비가 거기에 얽매여 있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 불안함은 곧 새로운 사장인 마크 슈나이더가 데리고 온 라이언 골드스미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구체화된다. 재미있는게 이 라이언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묘사가 코테츠랑 대치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라면 중력을 조종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라이언이 처음으로 출동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그래서 상당히 흥미롭다. 위기의 상황에서 라이언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능력을 쓰지만 반대로 다른 히어로들은 그 능력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재미있게도 [라이징]의 흑막인 비르갈 역시 능력 면에서 라이언과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비르갈의 능력은 고철들을 모아 로봇을 만드는 것인데 모양새가 이 모양새가 영락없이 고철을 비르갈을 감싸는 형태다. 그 점에서 라이언과 비르갈은 동전의 양면처럼 [라이징]에 드러나는 구속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라이언이 가지고 있는 구속의 이미지는 히어로들을 움직이게 하지 못하지만 동시에 상황을 정지시켜 히어로들에게 해결할 틈을 만들어준다면 (발산), 비르갈의 구속의 이미지는 악당의 악행과 그걸 묵과한 사회에 대한 분노이자 상처받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다. (수렴)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구속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라이언과 비르갈은 반동인물이긴 하지만 "악당"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버나비는 타이밍 좋게 전입해온 라이언을 의심하지만, 곧 사실이 아니라는게 밝혀진다. 라이언은 재수없이 굴고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키지만 그 나름대로 히어로로써 의무에 충실한 캐릭터다. 이는 사건의 흑막인 비르갈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그는 분명 방법론이 잘못되었고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기를 당해 피해를 입고 복수하려는 자라는 점에서 진짜 악당이라 보기엔 미묘하다. 적극적으로 악을 행한다기 보다는 복수를 하다가 악한 행위마저 손댔다는게 정확할 것이다.
차라리 [라이징]이 지목하는 악당은 새로 부임한 사장인 마크다. 그의 모습은 악덕 사장으로 하지만 마크는 교묘하게 그 악을 행함으로써 주인공들하고는 표면적으로는 대립하지 않는다. 차라리 애니 끝에 가면 구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이 구속의 이미지를 구사하는 반동인물과 악당과의 구별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온도차 때문에 [라이징]은 생각보다 복잡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반동인물은 악을 행한다고 보기에 미묘하고, 악을 행하는 자는 주인공과 대립하지 않는다. 즉 마크는 앨버트나 제이크하고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악이며, 주인공이 처벌할 수 없는 존재다.
다시 라이언의 능력이 발동하는 장면을 보자. 여기서 라이언이 만들어내는 구속을 끊고 유일하게 행동하는 캐릭터는 버나비라는게 흥미롭다. 주지하다시피 버나비의 능력은 코테츠랑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장면에서 극적인 쾌감을 만들어내는 버나비의 모습은 TVA에서 상황을 돌파해 극적인 쾌감을 만들어내는 코테츠의 모습하고 겹쳐보인다. TVA의 버나비는 코테츠와의 관계를 통해 히어로로써 성장하는 캐릭터였다는 걸 생각하면 속박 속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운동의 쾌감은 그가 TVA동안 성장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코테츠를 닮아가는걸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라이징]의 버나비는 라이언에게 '코테츠처럼 시시한 소리 한다고.'라고 지적받는다.
그렇기에 속박을 뚫고 나가는 버나비와 이를 텔레비전에 투영된 영상으로 지켜보는 코테츠를 보여주는 장면은 묘한 댓구를 이루고 있다. 히어로의 미덕을 실제로 행하는 자와 그 실제를 투영된 이미지로 지켜보는 자. 코테츠는 버나비의 활약을 보면서 자신에게는 더이상 그런 힘이 없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직후 코테츠가 2부 리그의 폐지로 실업자가 되는 것도 그런 직감에 힘을 더해준다. 하지만 내심 그동안 추구해왔던 히어로로써 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어정어정거리게 된다. 어떤 목적지가 있는게 아니라 손님을 찾아 모시고 다른 손님을 찾아가는 택시 기사라는 직업도 묘하게 그런 코테츠의 어정거리는 상황과 어울린다. 이 코테츠가 어떻게 하지 못하고 어정어정거리는 부분이야말로 [라이징]의 백미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타이거 앤 버니]가 추구해왔던 커머셜 히어로로써 애환이 가장 심도있게 그려진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황하던 코테츠는 카리나와 카에데를 통해 두가지를 깨우친다. 버나비가 돈을 그렇게 모았던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다는 것과 아빠가 진정으로 하는 걸 하는게 보기 좋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둔감해진 낙관을 깨트릴 히어로로써 감각을 되찾게 된다. 코테츠가 각성한 뒤 버나비를 찾아가다가 라이언과 함께 출동하는 장면을 보고 돌아서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더 이상 버나비는 코테츠의 어시스트없이도 히어로로써 자신을 믿고 나가고 있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코테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때문에 [라이징]은 자신이 전파했던 신념을 한떄 신념을 믿지 않았던 (하지만 이젠 열심히 추종하게 된) 자에게 역으로 감화받는 기묘한 형태의 구원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라이징]의 결말은 라이언이 스스로 파트너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코테츠가 버나비의 파트너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의 퇴장은 아쉽긴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구속의 이미지가 궁극적으로 주인공들과 대립되는 존재였다는걸 생각해보면 그가 코테츠에게 파트너 자리를 넘겨주고 퇴장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였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렇게 해서 TVA에서 이뤄졌던 영웅의 귀환이 다시 한 번 [라이징]에서 변주된다.
그런데 귀환를 축하하는 동료들 사이에 있는 코테츠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버나비에게 묻는다. 이래도 괜찮은거냐고. 코테츠의 밝지 않은 표정과 물음이야말로 [라이징]의 결말이 주는 감흥을 풍성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TVA에서 이어졌던 우로보로스와 유리 판사의 비뚤어진 정의관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테츠의 능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라이징]에 보이는 일견 자기완결적으로 보이는 구원극은 언제든지 무너질수 있다는 암시를 남긴다.
이 암시가 어른의 사정으로 나올 2기에 대한 예고든, 아니면 코테츠의 히어로로써 완성되는 과정의 일부로 보든 상당히 그럴싸하다. [라이징]은 그렇기에 다시 일어서는데Rising는 성공했지만 그 일어섬이 서사와 캐릭터의 완성이 아니라는 묘한 상태에서 극을 끝맺는다는 점에서 묘한 감흥을 안겨주는 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감흥이 극장판이라는 포맷에 부합하기 위해 들인 예산과 그로 비롯된 박력있는 액션과 자칫하면 뻣뻣해지기 쉬웠을 드라마를 ([라이징]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물게 성 소수자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는 애니기도 하다.) 능숙하게 다루는 각본에서 비롯됬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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