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고릴라즈Gorillaz 1,2집 간단 리뷰

giantroot2010. 3. 20. 17:06


고릴라즈의 신보 [Plastic Beach]가 나온다 해서 허겁지겁 1,2집 염가판 합본을 질렀습니다. 곁들어 블러의 파크라이프도 질렀습니다. (왜 이게 없었지...)

고릴라즈를 둘러싼 말은 많죠.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상 밴드라니, 댄 앱노말로 유명한 블러의 데이먼 알반이 제이미 휴렛하고 기획한 다크 히어로 놀이라느니,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얻었다느니 아니면 '유딩들이나 좋아할법한 프로젝트' (노엘 갤러거, 그런데 당신은 그런 얘기 하면 안 되잖수...)라느니 말이 많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고릴라즈 음악이 별로였다면 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제이미 휴렛의 멋진 그림과 스타일이 성공을 책임졌다면 나머지 성공의 책임은 데이먼 알반이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모든 것의 시작인 블러부터 시작해야 되겠군요. 사실 전 광빠라고 할만큼 블러를 좋아합니다. 솔직히 블러 진면목을 모르는 사람들이 브릿팝이 뭔지 알겠습니까? (대한민국의 100만 오아시스 빠를 적으로 돌렸습니다.) 농담이고 전 갤러거 브라더스보다 콕슨과 알반이 넘사벽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러가 내놓은 앨범과 싱글들은 위풍당당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모조리 제 10대 시절의 사운드트랙이 됬습니다. 영국 팝의 매력이 뭔지 잘 아는 이들이 만든 음악이랄까요. 그리고 이들 때문에 킹크스를 안 것도 큰 수확입니다. 정작 이들의 솔로 행적을 살펴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요.

일단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의 탈퇴 이후 솔로 행적을 먼저 살펴봤습니다. 콕슨의 위대함은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타리스트 콕슨의 재능과 송라이터 콕슨의 재능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이룬, 굉장히 뛰어난 펑크 팝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엔 알반 차례입니다. 알반의 2000년대 솔로 커리어는 고릴라즈로 대표될 수 있을텐데요... 이번에 들어본 고릴라즈 앨범들(두 장 뿐이지만)에 대해 얘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1. Gorillaz - [Gorillaz] (2001, EMI)

개인적으로 고릴라즈 1집은 완성미보다는 반짝반짝한 가능성이 돋보이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앨범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는데, 팝 멜로디를 주축으로 삼고, 알반이 기존부터 하던 기타 중심의 음악과 새로운 영역인 힙합, 덥, 레게에 대한 관심이 느슨하게 혼재되어있습니다. 이 혼재는 물리적이기도 하고, 화학적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좀 아이디어 박스같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때도 데이먼 알반의 송라이팅은 탁월했습니다. 위 곡를 포함해 히트 싱글 'Clint Eastwood'나 '19-2000', 'Tommorow Comes Today'의 레게, 덥, 힙합을 팝/록과 함께 주물럭주물럭거려 만든 달콤한 팝 싱글들은 데이먼 알반의 재능이 이때도 넘사벽 수준였다는 걸 증명합니다. (이런 생소한 장르에 도전했음에도) 비트에 대한 감각도 꽤 뛰어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군요.

아직 콕슨 탈퇴 이전 블러가 활동할 시절에 나온 음반이여서 그런지 그 '기타 중심의 음악'이 블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 예로 '5/4 Five Four'나 'Punk' 같은 곡들은 블러 앨범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띄고 있습니다. 이를 보듯 그들 앨범 중 가장 밴드 편성으로 사고된 앨범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래밍이나 DJing보다 실제 연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정리하자면 독자적인 음악색보다 이후 발표된 [Think Tank]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도들이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솔직히 이후 나온 2집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재발매판에 '19-2000'와 'Clint Eastwood' 리믹스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게 또 괜찮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길.

2. Gorillaz - [Demon Days] (2005, EMI)

힙합계에서 꽤나 이름 날리고 있는 데인저 마우스를 프로듀서로 끌여들여 만든 2집입니다. 데인저 마우스의 프로듀싱 방식은 귀 경력이 일천한 제가 딱 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소울풀함과 깊은 공간감을 다소 빈티지 일렉트로닉스러운 방식으로 다듬어내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블랙 키스의 Attack & Release나 벡의 Modern Guilt, 좋은 놈 나쁜 놈 여왕 1집를 귀동냥해서 들어본 데에서 나온 엉터리 추측입니다;;;)

데인저 마우스를 끌어들인 것은 대성공이였습니다. 알반의 멜로디와 보컬, 비트에 대한 감각은 데인저 마우스의 작업 방식하고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잘 안되실건데, 들어보면 끄덕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다소 아이디어 꾸러미 같았던 1집의 앨범 구조를 안정적으로 다듬고, 개성적인 색채를 입힌 공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전반적으로 프로듀서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 말을 반대로 말하자면 앨범의 지향성이 밴드 포맷보다 좀 더 일렉트로닉/힙합 포맷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완전 일렉트로닉/힙합 포맷이라는건 아니고... 절충적이죠. 실제로 1집은 기타 중심의 팝 트랙과 힙합 트랙의 경계선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만, 2집은 두 요소가 화학적으로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2집의 'Feel Good Inc.', 'Kids With Guns'하고 1집의 '19-2000', 'Clint Eastwood'를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걸 좋게 받아들이느냐 나쁘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평이 갈릴듯 싶은데... 변신이 썩 괜찮게 되서 순수주의자들만 아니면 다들 받아들일수 있을 겁니다.

그루브와 비트, 팝 멜로디, 서정에 대한 알반의 재능은 여기서 더욱 만개합니다. 매드체스터에 대한 애정과 지금의 클럽씬이 만난 'Dare'의 그루브는 음악에 몸을 자동적으로 맡기게 되고, 2000년대 알반의 작업 중 가장 훌륭타 할 수 있는 감수성을 담은 'Feel Good Inc.'나 'El Mañana'는 그냥 '이런 재능을 타고나는것도 재능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영화적이면서도 틱톡거리는 그루브가 돋보이는 'Last Living Soul'은 어떤가요.

정리하자면 [Demon Days]은 1집에 보였던 알반의 그루브와 비트에 대한 야심이 데인저 마우스라는 능력자 손에서 멋지게 화학반응을 일으켜 탄생된 2000년대 데이먼 알반 솔로 경력의 금자탑입니다. 주저없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걸 6.9점 때린 피치포크는 좀 맞자)

그리고 제이미 휴렛 씨의 그림도 2집에서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것도 뺴놓으면 안 되겠군요. (개인적으로 이 사람 그림체 좋아합니다.)

3. 결론
고릴라즈는 2000년대 알반의 관심사가 비트와 그루브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블러 시절에도 그가 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은연중에 드러내곤 했지만, 2장의 앨범을 거쳐 발전한 그 감각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따로 언급하겠지만 올해 나온 [Plastic Beach] 역시 그의 감각이 여전히 탁월하다는 걸 증명해주는 훌륭한 앨범이였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해봅니다.

(자 이제 좋은 놈 나쁜 놈 여왕이나 들으러 가야지...)

근데 파크라이프 들으니 갑자기 블러 신보가 듣고 싶어졌어 돌아와줘 콕슨 알반 어헣어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