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The National - Start a War

giantroot2010. 3. 17. 01:02


ENTClic님의 내셔널 신보 첫 싱글 'Terrible Love' 포스팅 보고 문득 생각나서 써봅니다.

사실 이 곡이 실린 더 내셔널의 [Boxer] 앨범은 처음 들었을땐 그리 땡기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좋다는 느낌이 있는데 화끈하게 땡기는 무언가가 없었달까요. 블로그 이웃인 라이카님이 2007년 연말 결산에서 1위로 올려놓고 극찬을 했지만, 반대로 전 한번 듣고 심심하다고 생각하고 아이팟에 넣고 난 뒤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가끔 생각나면 꺼내듣는 수준이였달까요.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아마 그 해 겨울이였을 겁니다.) 우연히 이 앨범의 'Fake Empire'를 듣고 뭔가 끌렸습니다. 무덤덤한 곡이 마침내 생명을 얻었다고 할까요. 이 곡과 'Apartment Story', 'Mistaken for Strangers'를 들으면서 점점 이들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우아한 챔버 팝 풍 멜로디와 간결한 포스트 펑크 풍 로큰롤로 이뤄진 이들의 신실한 음악이 어느새 머리를 장악하고 감수성을 장악했습니다. 그 해 겨울 내내 이 앨범을 계속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이 디비전도 이런 경험이 있었군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전 첫 인상으로 음반을 함부로 음반을 판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매시브 어택 신보는 처음 들어도 구리고, 지금 들어도 구립니다. ㄱ-)

그런데 왜 'Fake Empire'나 'Apartment Story', 'Mistaken for Strangers'가 아니고 왜 이 곡을 골럈나면... 저희 형과 관련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 형이 한동안 제 아이팟을 빌려가 쓴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집에 돌아온 아이팟을 받아서 보니 이 곡을 듣고 있더라고요. 사실 보면서 좀 긴가만가해서 '그냥 첫 부분을 들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형하고 같이 나갔는데 , 이 곡을 듣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물어봤습니다.

"형 그거(내셔널) 듣고 있네?"
"응? 어 이거?"
"ㅇㅇ 그 노래 좋아?"
"응 좋아. 우연히 들었는데 괜찮더라."

짧은 대화였지만, 평소 제가 사모는 음악에는 그렇게까지 지대한 관심을 (물론 제가 추천해준 예예예스, 아케이드 파이어, 동경사변, 클래쉬은 좋아합니다만.) 보이지 않던 형이 듣고 있다니... 충격이였습니다. 사실 'Start a War'은 잘 안듣고 넘기던 곡이였는데 제대로 들어보니 아... 정말 좋은 곡이더라고요.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에서 시작해 점층적으로 쌓여가는 공간감과 고조되는-그러나 절제하는 솜씨도 보이는-감수성은 엘보우를 떠올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도 이 곡을 좋아하게 됬습니다.

지금 형은 법대 4학년이고, LEET 준비중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좀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한다고 이 글을 빌려 전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형 2010년 5월 10일에 내셔널 신보 [High Violet]가 나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