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오테커Autechre(를 빙자한 폐쇄적인 음악 장르에 대한 단상)

giantroot2009. 8. 30. 09:47

한국 한정 고등학교 교복 '노스페이스' 패션을 한 오테커

본격_임제렘님에게_오테커_앨범_추천받기용_포스트.txt....는 아니고. (그런 의도도 좀 있지만ㅋ)

저번에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 신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밴드가 Warp 레이블 소속이였다니?"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리즐리 베어 이전 제 머리속의 Warp 레이블은 하이테크한 골방 테크노 뮤직을 하는 레이블였습니다.

아마 그런 편견을 가중시킨 뮤지션을 뽑으라면 역시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과 스퀘어푸셔Squarepusher일것 같습니다. 둘 다 복잡하게 비비꼬인 리듬, 때론 귀를 찢는듯한 과격한 비트, 글리치라고 불리는 분절음, 첨단 도시를 그리는 듯한 사운드스케이프 그리고 크리스 커닝햄(?) 등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죠.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둘은 Warp 레이블의 간판 스타입니다.

이런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느냐 누군가 물어보면... 좋아합니다. 다만 커리어를 따라잡기 힘들어서 좀 거리감을 느낍니다. 스퀘어푸셔의 커리어만 해도 그럭저럭 뒤따라잡겠는데, 에이펙스 트윈의 커리어는 너무 복잡하더라고요. 사진을 올려놓은 오테커도 그렇습니다. (이 분들도 Warp 레이블 소속입니다.) 에이펙스 트윈처럼 따라잡기 힘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게 좋은 앨범인지 감이 안잡힙니다. 한마디로 뭐랄까... 폐쇄적이고 고립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나마 IDM 뮤지션은 대중에게도 나름 알려진 뮤지션이 꽤 있어서 나은 편입니다. 트위터에도 적었지만, 요새 (모과이와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로 비롯된) 연주 위주의 포스트 록은 걷잡을 수 없이 게토화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들판레코드에 들어가보면 생판 처음보는 이름의 밴드와 앨범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옵니다. (그걸 누가 사가는지도 궁금합니다. 전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그런데 재미있는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포스트 록 밴드입니다. 

이 광경은 메탈 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앨범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결과물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말이죠. 인디 록은 그렇지 않으냐...라고 물어보시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거기는 능력있는 신인들이 주목받기 쉬우며 (일반인들의 지지를 가늠해볼수 있는) 빌보트 차트에도 오르는 아티스트가 꽤 있습니다. 메탈 커뮤니티가 폐쇄적인 커뮤니티라는 사실은 꽤 유명하죠. 포스트 록 커뮤니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메탈, IDM, 연주 위주의 포스트 록 모두 뮤지션의 기교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대중과의 차단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기교가 혁신의 흐름을 차단한다는 점이 장르 자체를 따분하게 만들어서 역동성을 차단한것일지도 모르죠. 그나마 IDM는 다른 전자 음악 장르하고 교류하는 모습(ex.스퀘어푸셔의 2008년 앨범)을 보이고 있고, 메탈도 메탈 외부의 뮤지션들이 메탈을 재료로 한 창조적인 작업(ex.마즈 볼타)을 하고 있지만 모과이나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 풍의 포스트 록은 어떨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창조적인 작업이 IDM이나 메탈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듯 싶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폭넓은 공감을 끌어낼만한 뮤지션이 별로 없다고 할까요?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아무리 대중 예술을 한다 해도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수 있는 열린 마음은 항상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지나치면 스노비즘나 지적 허세로 가버리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