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There/씹어주기

그냥 리마스터링 하기 귀찮았다고 말했으면 나았을 뻔 했다.

giantroot2009. 6. 19. 00:36
김건모 1,2,3집 리패키지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 문구 보고 살짝 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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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구, 제가 악의적으로 손댄 거 아닙니다. 링크 타서 가서 보세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문구의 의미는 '1,2,3집 디지털 리마스터링하지 않고 재발매합니다.'입니다. 리믹스, 재녹음, 트랙 조정... 말을 나눠서 해놓긴 했지만,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 과정에서 쓰이는 말들이죠. 그렇다면 저기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영역 외에서도 쓰는 단어를 뽑아볼까요? 일단 재녹음은 리마스터링에 해당되는 영역이니 제외합시다. 알맹이를 그대로 놔두고, 리패키지만 해서 발매 하는 상황에서 재녹음을 하지 않죠. 리믹스는... 아래 트랙 조정의 예시에도 나와있지만, 디지털 리마스터링 안하고 리믹싱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흔치 않죠. 뮤지션의 '원래 의도'를 변형시키는 거니깐요. 게다가 이 앨범이 김건모 리믹스 앨범이 아니니 홍보 자료의 리믹싱이란 단어도 리마스터링의 일부를 지칭한 거라 보여집니다. 고로 이것도 제외합시다.

남은 것은 트랙 조정일텐데... 물론 재발매하면서 리마스터링은 하지 않고, 트랙 조정만 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벡의 [Odelay] 딜럭스 에디션이 그 예인데, 위키에 따르면 몇몇 트랙이 살짝 조정(+리믹싱)이 됬고, 리마스터링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트랙 오류들이 잡혀서 재발매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언 앤 와인의 [Our Endless Numbered Days] 비트볼 라이센스 오류 수정반(따로 쇼핑몰에서 표기는 안했습니다.)이 그렇죠. 이 경우에는 초기 생산 물량 산 사람들 모두 교환 조치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예외적인 경우 제외 하고는 리마스터링 없이 따로 트랙 조정을 잘 안 합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랙 조정하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니깐요.  따라서 저 '리믹스, 재녹음, 트랙 조정'은 리마스터링으로 뭉쳐서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옛 음반을 리마스터링 안 하고 리패키지만 해서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초에 나온 라디오헤드의 [Pablo Honey] 리패키지도 원본이 김건모 1,2,3집하고 비슷한 연도에 나왔지만, 리마스터링이 안 됬습니다. 그래도 라디오헤드 재발매 앨범은 '원본의 감동을 훼손 시키지 않기 위해 리마스터링 안 했음.' 이런 논조가 담긴 홍보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무 말도 안했죠.

그런데 저 문구는 뭡니까? 발매 당시의 감동을 살리고 싶었다면 성의 있는 리마스터링을 했어야 하죠. 리마스터링 안하고 원본 발매 당시의 감동 운운... 농담하지 마십시요. 저에겐 저 문구는 '나 리마스터링하기 귀찮고 돈은 없어. 그런데 돈은 벌고 싶어. 그러니 리마스터링은 안하고 리패키지 해서 팔꺼야. 김건모 좋아하는 너님들은 그냥 사'로 들립니다. 이러면 패키지를 성의있게 해도 아무 짝에도 소용 없습니다. 왜냐? 알맹이 자체에 대한 성의는 없으니깐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리마스터링을 하지 않았으면 궁색하게 변명 달지 마세요. 그냥 리패키지만 조용히 해놔도 됩니다. 이건 더 이상 성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신의의 문제입니다. 비록 전 이 음반에 관심이 없지만,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저 문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고려 하지도 않았단 말씀입니까? 비타민 실망스럽군요.

*저 홍보 문구가 쇼핑몰에서 만들어 단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법한데... Yes24하고 향뮤직, 뮤직랜드 모두 동일한 홍보 문구를 쓰고 있었습니다. 고로 저 홍보 문구는 비타민 측에서 배포한 홍보 자료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