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Motion/잡담

2011년 5월 보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giantroot2011. 5. 10. 14:57
한동안 애니를 보고 있지 않다가 요새 갑자기 취향 직격의 애니가 4개나 걸려서 다시 애니를 보게 됬습니다.

사실 일본 애니의 한계라고 할까, 그런 점들에 질려서 점점 애니를 보지 않게 됬는데 이번 분기의 애니들은 그런 한계들을 벗어나려는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보여서 흥미를 가지게 됬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불타게 한 건 2007년 2분기 이후론 처음이네요.

1. 그날 본 꽃의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노이타미나 시간대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였는데, 이번분기도 노이타미나 시간대의 애니를 둘 다 보게 되었습니다. 줄여서 아노하나라고도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이야기 자체는 사실 그렇게 새로운 편은 아닙니다. 죽은 옛 친구(여자)가 돌아와서 주인공에게 소원을 이뤄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입니다. 누군가 돌아옴으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써먹었죠. 아노하나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이 애니의 강점은 덧없는 청춘과 상처 속에 해메는 아이들를 다루는 섬세한 터치와 씁쓸한 감수성에 있습니다. [허니와 클로버]를 좋아하신다면 이 애니도 괜찮으실겁니다.

솔직히 오카다 마리의 각본은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DTB 2기 생각하면 혈압이...) 아노하나에겐 기대를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 C

노이타미나 시간대의 또다른 애니입니다. 섬세한 터치의 드라마인 아노하나와 달리 C는 경제와 돈을 소재로 한 어두운 판타지입니다. (아노하나가 노이타미나 2부에 배치된 이유는 C를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낀 뒤에 아노하나로 정화하라는 프로듀서의 판단일듯;) 세상 뒤에 있는 금융가라는 돈을 바탕으로 배틀이 이뤄지는 이세계가 있으며, 이 이세계가 현실에 미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애니의 매력은 경제의 흐름을 능력자 배틀물이라는 소재라는 조합에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왠지 중2병이 돋을것 같지만 그 조합은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쿠로사와 키요시나 코즈믹 호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귀기마저 느껴집니다. 물론 조합 자체도 잘 한 편인데, 경제를 알고 보면 이 애니의 배틀 흐름과 법칙이 현실의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겁니다.

다만 떡밥 위주로 전개를 하는지라 차후 전개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같은 감독의 [공중그네]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이번 거에 기대를 걸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TIGER & BUNNY

사실 이번 분기에서 제가 가장 빨고 있는 애니가 바로 이 애니입니다. 가상의 도시에서 히어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히어로의 고뇌라는 소재는 [왓치맨]를 비롯한 미국 만화에서 많이 다룬 소재입니다만, 타이거 앤 버니는 정직하게 그 소재와 이야기,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정면 돌파합니다. 정말 요새 보기 힘든 스타일이죠. 그런데 그 정면 돌파가 상당히 먹힙니다. 아마 지금 보고 있는 애니 중에서 캐릭터의 변화와 드라마의 전개가 상당히 유기적으로 구성된 애니일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애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이 애니에 나옵니다. 코테츠 아저씨 다이스키! (일빠풍)

비록 전반적으로 양삘이 나긴 하지만, 양삘을 도저히 소화 못하겠다는 일빠 제외하시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활극입니다. 안 그래도 판매량에서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고 알고 있더라고요. 히어로맨, 팬티 스타킹 위드 가터벨트, 매드하우스-마블 프로젝트 등 양삘+일본 애니 조합이 모조리 실패했는데 (그나마 팬스가가 평이 좋은 편...)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건지 기대가 큽니다.

참고로 이 애니 감독이 C 컨셉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C를 본 뒤 타이거 앤 버니를 보시면 (C의) 금융가와 (타이거 앤 버니)의 슈테른빌트 시가 겹쳐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

4. 부르잖아요, 아자젤 씨

위의 세 애니 모두 오리지널인데 이거만 유일하게 원작이 있는 애니입니다. 원작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빵 터진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화장실 유머 (...) 류 라서 집에 들어놓기엔 참 민망했는데 이렇게나마 애니화가 되면서 접하게 됬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악마술사 탐정과 그에게 휘둘리는 여조수, 사역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 과연... 진짜 웃깁니다. 감독이 하레구우 애니판 감독인데 이 사람은 진짜 개그에는 천부적인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 화장실 개그라지만 원작자의 센스(+그리고 그걸 영상으로 이식한 감독의 센스) 진짜 재미있는데다 은근히 현실 풍자적이여서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산뜻한 느낌입니다. 정말 원작을 제대로 재현할줄 아는 이상적인 제작진을 만난 셈인데, 제작사가 프로덕션 IG (...)여서 쓸때없이 고퀄입니다. 부왘!

다만 아쉽다면 15분 편성이라 짧다는 느낌? 그래서 매주 기다려 보기 보다는 밀어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은혼의 아저씨 개그를 좋아하셨다면 이 만화+애니도 좋아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