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이번 2010년 2월 구작 구매들은 반절 이상이 펑크로 도배되었습니다. Punk하고 Funk(이건 딱 한 장이지만) 모두 말이죠. 뉴웨이브, 펑크 팝, 휭크, 디스코, 모드 리바이벌, 개러지 록.... 너무 많아서 이것도 1,2부로 나눠서 올려볼까 합니다. 일단 1부는 영미 펑크 록에 대한 정리로 가보겠습니다.
쌈빡하게 갈겨대는 펑크 팝 앨범입니다. 딱히 할말이 없을 정도로 단순 명쾌합니다. 다만 이 펑크 팝이 엘비스 코스텔로처럼 다른 장르에도 엄청난 내공을 지닌 고수가 3분 내로 쇼부를 보거나 라몬즈처럼 얼뜨기스러울정도로 단순하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코스텔로보단 더 펑크 록 전통에 가깝고 라몬즈보단 똑똑하고 예리합니다. 가사나 음악이나 굉장히 사적인 감수성을 털어내는데 집중하고 있기도 한데, 이런 점이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쉬하고 차별점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런던 펑크는 섹스 피스톨즈하고 클래쉬로 끝나는 인상이여서 좀 속상합니다. 엘비스 코스텔로나 더 잼, 와이어는 그저 듣보잡... ...여튼 런던 펑크의 또다른 일면이 궁금하신 분, 맨체스터 씬의 뿌리를 찾고 싶은 분, 브릿팝(으로 대표되는 영국 기타 팝/록)의 시조를 알고 싶은 분, 그런건 다 모르고 그냥 스트레이트한 펑크 팝을 듣고 싶은 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보너스 트랙이자 싱글인 'Orgasm Addict'는 바셀린즈의 'You Think You’re a Man'만큼이나 민망한 곡이군요 -_-;; 아 참고로 2008년에 나온 딜럭스 에디션 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본편 내용물이 1996년에 나온 7,800원짜리 단품 CD하고 차이가 없군요. 큭.
한차례 정식 수입됬다가 금세 싹 사라져 당황하게 했던 더 잼의 3집 딜럭스 에디션이 마침내 다시 정식 수입됬습니다. 이것도 제렘님한테 부탁드렸는데 구하지 못했죠. 이제 구했으니 별 걱정은 없습니다ㅎ
비틀즈와 킹크스, 더 후로 대표되는 60년대 모드들의 로큰롤을 어떻게 70년대 중반의 런던 펑크에 이식시켰는지, 그리고 그 이식이 어떻게 브릿팝의 토양을 일궜는가를 잘 담아내고 있는 텍스트입니다. 영국 록 음악의 또 한 번의 도약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미국 애들이 못하는 부분을 담아내고 있는, 굉장히 '영국적'인 앨범입니다. 같이 산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영향도 크다는데 휭키한 리듬를 들어보면 납득이 대충 갑니다.
다 떠나서 'English Roses'에 담긴 담백한 서정이나 킹크스 커버인 'David Watts'의 활달하고 뻔뻔한(혹은 오만한) 영국인의 콧대높음과 프라이드가 아주 멋들어져서 좋습니다. 특히 'English Roses' 이 곡의 서정은 발군입니다. 정작 폴 웰러 자신은 창피해했다지만 아마 이 곡은 폴 웰러의 평생 걸작 중 하나로 남을듯 싶습니다. (지송 솔로작인 [와일드 우드]는 아직 안 들었어요.)
존 케일이 프로듀싱한 프로토펑크 밴드 모던 러버스의 데뷔작입니다. 이게 1973년에 녹음 됬다는 사실을 알고 좀 놀랬습니다. 이후 70년대 중후반 잠시 꽃을 피울 뉴욕 펑크의 한 전형이 그대로 담겨있었거든요. 이 밴드 멤버들이 후일 참여한 밴드들이 이 밴드에 크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리 해리슨-토킹 헤즈, 데이빗 로빈슨-더 카스. 토킹 헤즈 1집은 이 앨범 1집하고 거의 유사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앨범 자체는 루 리드의 영향을 잔뜩 받은듯한 꺼벙하고 심드렁한 조나산 리치맨의 보컬 위에 얹혀지는 단순하면서도 훅이 있는 개러지 록인데, 5-60년대 로큰롤을 벨벳 언더그라운드 자장 안에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벨벳이 점점 후대 밴드들에게 파급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앨범입니다. 음악 자체도 좋고요.
순전히 'Heart of Glass'를 듣기 위해 샀습니다. (...) 70s 뉴욕 펑크의 가장 팝화된 감수성을 들려주던 밴드고 심지어 미국을 넘어서 한국에서까지 인기를 누렸던 얼마 안 되는 밴드였죠. (토킹 헤즈나 라몬즈는 미국/영국을 못 넘고 ㅈㅈ) 깔끔한 뉴웨이브 팝에 상쾌한 데보라 해리 누님의 보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앨범입니다. 뭐 그 외에도 뉴욕 펑크가 어떻게 주류 팝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이야기할려면 빠질수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데보라 해리 누님은 [비디오드롬]에도 중요한 역할로 나왔죠. 몽롱한 팜므파탈 분위기를 풍기던 마조히즘 여성 역이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크로넨버그 옹이 데보라 누님의 이미지에 일부러 맞춰 각본을 쓴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그런데 연도를 보니 거의 40대 될때 출연... (...)
모던 러버스하고 비슷한 시기에 결성된 (그런데 알란 베가는 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 나이가 이때 40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수어사이드의 첫 앨범입니다. 70년대 뉴욕 예술계가 얼마나 똘끼충만했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자해한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마구 흩뿌린듯한 심란한 앨범 커버부터 시작해 음악도 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기타도 없이(!) 펑크 록의 단순한 구조를 빌려온듯한 노이지하면서 원시적인 건반/드럼머신 연주에 잊을수 없는 알란 베가의 외침이 곁들어져 주술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걸 듣고 나서 퍽 버튼즈의 발명이 수어사이드의 리듬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며 스페이스멘 3/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노이즈 사이키델리아가 얼마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뉴욕 아트 펑크 쪽에서도 (미학적으로) 우파에 속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우의 의미가 진정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좋은 의미로)
그나마 저 위의 앨범들은 정식 수입이라도 됬지 이건 미국 직접 구매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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